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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아베 사학비리 스캔들 빼닮은 특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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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한]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지정변호사>

일본의 거물급 정치인 다가네 세이조(이시바시 렌지) 의원이 뇌물 스캔들에 휘말린다. 정치 후원금 대가로 국유지 헐값 매각을 알선했다는 의혹이었다. 정황상 뇌물 사건이 분명함에도 뻔뻔하게 부인하며 재선 운동을 벌이는 다가네 세이조의 태도는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뒤이은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그 분노에 기름을 붓는다. 급기야 시민들이 참여한 검찰심사회에서 기소를 결정하고, 히토쓰기 유이(기타가와 게이코)가 지정변호사로 선정된다. 시민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게 된 유이는 변호사로서 유명세를 얻을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곧 여러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갈등에 빠진다.

지난주 <티브이 아사히>에서 방영한 특집드라마 <지정변호사>는 일본의 독특한 사법제도 중 하나인 검찰심사회와 지정변호사 제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찰심사회는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심사회에서 그 처분이 합당한지를 판단하는 제도다. 만약 검찰심사회의 기소 의견을 검찰이 또 불기소 처분하고 이를 2차 심사에서 다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이 지정한 변호사가 공소를 제기한다. 무척 오래된 제도지만 정작 드라마에서 핵심 소재로 다뤄진 적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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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물이 큰 인기를 끄는 일본에서 이제야 드라마화될 정도로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지정변호사’가 새삼 특집극 소재로 등장한 것은 현재 일본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드라마에서 핵심 사건으로 그려진 다가네 의원 뇌물 스캔들은 아베 총리와의 관련성이 대두된 모리토모학원 비리 스캔들을 연상시킨다. 국유지 헐값 매각에서부터 공문서 위조, 연루 의혹 정치인의 재선 도전, 오사카지검 특수부의 불기소처분 등 전개 과정이 매우 흡사하다. 현실에서도 검찰의 잇단 불기소에 분노한 시민들이 검찰심사회에 심사를 제기한 상태다.

드라마는 이런 맥락 안에서 은폐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법조인 주인공을 통해 어두운 현실에 대한 위안과 성찰을 동시에 선사한다. 속물적인 변호사였던 히토쓰기 유이가 이상적인 법조인으로 각성하는 내용은 전형적인 성장물의 전개를 따르지만, 이 과정에서 권력형 악인과 정의로운 시민의 이분법적 대립이 아니라 법의 존재 의의를 묻고 정답에 가까워지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에 방점이 찍혀 있어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공교롭게도 지금 국내에서도 사법농단 의혹으로 법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검찰심사회와 비슷한 수사심의위원회가 설치되었고, 사법부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도 계속 커지고 있다. 방송가에서도 정의로운 법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연이어 흥행 중이다. 얼마 전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3선에 성공하면서, 비리 의혹 정치인의 재선 여부를 물음표로 남겨둔 드라마 <지정변호사>와는 다른 결과를 선보였다. 부디 이곳의 현실은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는 드라마 같은 결말을 따라가길 바란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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