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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직장 내 괴롭힘에 날리는 ‘경고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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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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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해러스먼트 게임>

한 엄마가 5살 아들에게 사준 멜론 빵에서 1엔짜리 동전이 나온다. 빵을 유통 판매한 회사는 조사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내부자 소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발칵 뒤집힌다. 가뜩이나 임원들과의 권력 싸움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사장은 지방에 내려가 있던 아키쓰 와타루(가라사와 도시아키)를 컴플라이언스실 책임자로 불러들인다. 7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본사에서 지방으로 좌천당한 아키쓰 와타루는 본사로 복귀해 과거의 사건에 대한 복수와 함께 다양한 사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4분기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이달 초부터 일제히 새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제일 눈에 띄는 작품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다룬 <해러스먼트 게임>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처리를 앞두고 주목받고 있는 이 이슈는,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돼왔다. 관련 신조어만 해도 여럿이다. 흔히 직장 내 3대 괴롭힘으로 불리는 ‘파워하라’(권력에 의한 갑질), ‘세쿠하라’(성희롱), ‘마타하라’(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차별)가 가장 유명하다. 이 외에도 특정 성 역할을 강요하는 젠더 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 여러 문제가 방지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해러스먼트 게임>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등장한 드라마다. 기업에서 업무 관련 제반 법규의 준수와 윤리 경영을 감독하는 부서인 컴플라이언스실을 배경으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온갖 유형을 다룬다. 국내에서도 리메이크돼 잘 알려진 일본의 전설적인 명작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작가 이노우에 유미코와 당시 주연배우였던 가라사와 도시아키가 다시 만나 더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가라사와 도시아키가 맡은 아키쓰 와타루와 회사 임원들과의 대립구도를 볼 때는 확실히 <하얀 거탑>의 색깔이 느껴진다.

하지만 기득권 남성들의 파워게임보다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사회적 차별에 가장 민감한 소외 계층 출신인 젊은 여성 직원 다카무라 마코토(히로세 아리스)의 존재다. 상사인 아키쓰 와타루의 농담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일일이 ‘파워하라’나 ‘세쿠하라’의 요소를 지적하는 그녀의 모습은 보수적인 현실에서는 ‘프로 불편러’로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컴플라이언스실 경력직원이라는 역할에 힘입어 이 작품의 핵심적인 교훈을 담당하는 전문가의 엄격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직원에게 상냥하다고 칭찬하는 것, 다른 여직원과 비교하는 것, 데이트 있냐고 물어보는 것 등등 사회에서 여성들이 흔히 듣는 발언 하나하나 가볍게 지나치지 않고 경고 카드를 날리는 모습이 꽤 통쾌하다.

물론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키쓰 와타루이고, 그의 또 다른 싸움인 사내 권력 투쟁에서 다카무라 마코토는 소외돼 있다는 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느껴진다. 엄연히 젠더, 직급, 출신 등에 따른 위계가 철저한 현실에서 겉으로는 약자인 듯 보이는 인물이 오히려 ‘갑질’을 하는 인물이었다는 소수의 사례로 반전을 노리는 구성에도 위험 요소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사회적 각성을 요구한다는 의도만큼은 충분한 의의가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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