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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방송 잇 수다] 신부님의 사랑찾기…도 넘은 ‘프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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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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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우리 드라마가 회색이라면 나는 빨간색 포인트를 주고 싶습니다”

OCN 토일 오리지널 ‘프리스트’(극본 문만세, 연출 김종현)에서 구마사제 오수민 역을 맡은 배우 연우진이 제작발표회 당시 한 말이다. 무게감을 가진 캐릭터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환기의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에서 나온 발언이었으나, 요즘 ‘프리스트’를 보다보면 연우진이 말한 ‘빨간색 포인트’가 ‘금기’를 뜻한 게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 ‘프리스트’에서 오수민은 천주교 사제로서는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를 연달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프리스트’ 9회에서는 오수민이 의사 함은호(정유미)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는 과거가 드러났다. 실로 충격적이다. 천주교의 성직자는 독신으로 일생을 사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사제인 상태에서 함은호를 사랑한 것이 아니니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오수민은 왜 연인을 두고 사제의 길을 택한 것일까. 오수민은 20년 전 어머니(백정화)가 악령에 씌여 사망하는 슬픔을 겪었다. 상처를 딛고 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연인 함은호가 불의의 사고로 부마자가 됐다. 거듭되는 비극에 그 탓을 스스로에게 돌린 오수민은 함은호와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이별을 결심한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사제가 되기를 택한 것이다.

종교적으로 성직자가 되려는 사람들에 대해 ‘신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그 중에서도 신부 지망생은 세례를 받은 지 3년이 경과한 미혼 남자가 소속성당의 주임신부와 소속교구의 주교 추천을 받았을 때 신학대학 입학이 가능하며, 그 뒤에도 철학(2년) 신학(4년) 등의 짧지 않은 교육과정을 거쳐 지도받는다. 그 동안 반드시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하며, 독신생활의 능력을 기르기 위한 영신적 지도도 필수다. 오수민이 ‘연인을 지키기 위해’ 사제의 길을 택했다는 설정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 이유다.

이 외에도 ‘프리스트’에서 오수민과 함은호의 러브라인을 암시하는 복선은 그간 꾸준히 등장했다. 오수민이 함은호에게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냐”고 묻는 장면이나, 두 사람이 와인을 따르며 리듬을 타는 습관을 가졌다는 설정, 오수민이 구마의식 중 부마자의 무의식에 들어갔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함은호의 환영과 입을 맞추는 모습 등이다. 과거에 두 사람이 어떤 사이였든지 간에 현재 사제 신분인 남자가 여자에게 이끌림을 느낀다는 설정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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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지적에 개의치 않고 ‘프리스트’는 꿋꿋이 제 갈 길을 간다. 이 같은 장면을 반복하며 두 캐릭터 사이에 이른바 ‘멜로 서사’를 쌓았다. 그뿐인가. 연인 사이였다는 진실이 밝혀지자 ‘프리스트’ 본방송은 물론, 드라마 홍보 자체를 오수민과 함은호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실제로 OCN ‘프리스트’ 관련 공식 SNS 계정이나 동영상 채널에는 오수민과 함은호가 연인시절 데이트하던 모습을 편집한 클립영상이 게재된 상태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짚고 싶다. 창작의 자유는 분명 있다. 그러나 ‘프리스트’는 TV라는 대중매체를 기반으로 공급되는 드라마라다. 드라마는 영화나 연극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향유층의 범위가 넓고 이에 비례해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프리스트’로 가톨릭을 접하는 일부 시청자들이 종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프리스트’가 오수민이라는 인물을 그리는 방식을 단순히 창작의 자유로 이해하고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이같은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프리스트’ 신부님의 사랑찾기는 작품성마저 떨어뜨린다. 초점이 오수민과 함은호의 로맨스로 옮겨가면서 당초 내세운 메디컬 엑소시즘의 색깔이 희미해졌다. ‘프리스트’에서는 엑소시즘 드라마의 꽃으로 불리는 구마의식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극 중 구마의식이 행해지더라도 이를 구현하는 연출 방식에서 임팩트가 다소 부족해 아쉬운 소리를 듣는 실정이다. ‘프리스트’가 가톨릭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이를 단순히 오수민과 함은호의 러브라인에 극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한 양념으로 소비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된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프리스트’는 전작 ‘플레이어’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메디컬 엑소시즘은 뒷전, 로맨스에 급물살을 탄 전개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이에 시청률 1~2%에 머물며 답보 상태에 빠진 것.(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 시청자가 많지 않으니 엉망인 설정과 전개에도 논란조차 일지 않는다는 점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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