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박일준 외로운 혼혈 1세대 가수→알코올중독 대수술 6번→가족의 품 [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박일준 사람이 좋다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박일준이 알코올중독에 빠졌던 과거를 딛고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19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는 혼혈 1세대 가수 박일준이 출연했다.

1977년 혜성처럼 등장한 혼혈 1세대 가수 박일준. 17살부터 미 8군에서 그룹 활동을 했던 박일준은 원로가수 故 김상범 씨의 눈에 띄어 1977년 데뷔, 이듬해 10대 가수상을 받는 등 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어린시절 혼혈로 외롭게 자라났던 상처가 있었다. 미군이었던 아버지는 그의 존재도 모른 채 고국으로 돌아갔고, 어머니는 혼혈아라는 이유로 세 살이었던 그를 고아원에 맡겼다.

양어머니 故김복동 씨 밑에서 자랐던 박일준. 박일준은 "하도 속을 썩이니까 어느 날 양부모께서 친엄마 사진을 보여주시더라. 네 친엄마를 찾아가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너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혼혈이라고 하시더라"고 돌이켰다.

이전까지 스스로 혼혈인 줄도 몰랐던 그는 "정신차리라고 한 이야기인데 반항심이 더 생겼다. 왜 나는 부모님이 안 찾아오지 싶었다"고 털어놨다.

까만 피부 탓에 늘 놀림의 대상이었던 그, 유일한 가족이었던 양부모도 가수로 성공할 무렵인 70년대 후반에 세상을 떠났다. 양부모를 잃고 가수로 활동하던 중 친아버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핏줄을 만난다는 반가움보다 원망이 앞섰다.

박일준은 "미국에서 결혼했으니 배다른 동생이 많았다. 환영 파티라고 하는데 가시방석이더라. 뛰쳐 나왔다. 굉장히 허전하더라. 일이 손에 안 잡혔다"고 털어놨다.

유명인이 된 뒤에도 편견과 차별이 이어졌고 결혼도 어려웠다. 박일준의 아내는 그를 가수로 키운 김상범 씨의 단골의상실 직원이었다. 박일준이라는 가수가 있는 줄도 몰랐던 순진한 아가씨였다.

장모는 그가 혼혈이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선 임신으로 어렵게 가정을 꾸렸지만 출생으로 빚어진 고통은 가족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두 자녀 박형우, 박혜나도 박일준이 그랬듯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돈만 벌어다 주면 되는 줄 알았던 가장 박일준도 가족을 챙기기보단 밖에서 술과 함께한 시간이 더 길었다. 지난 2002년 간 경화로 인한 식도정맥 출혈로 쓰러지기에 이르렀다.

그는 "혼자 컸기 때문에, 그 외로움이 끝까지 가더라. 외로움을 술로 달래다 보니 주변엔 전부 술친구였다. 도움 되는 사람한테는 안 가고, 술 먹고 재미있는 친구들만 만났다. 그 외로움 때문에"라면서 과거를 후회했다.

여섯 번의 대수술 끝에 가족들에게 돌아온 그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달라진 생활을 실천중이다. 홀로 방황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사랑으로 기다려준 가족들.

박일준은 "수고했어. 힘들었지. 가족들의 말이 이제부터 들리기 시작하더라. 나한테도 이런 가족이 있었구나 싶더라. 이제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생긴거다. 애들한테 이런 걸 해줘야겠다 싶다. 내 할 일을 다 해주고 싶다"면서 가족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이어 그는 "한번은 아버지를 찾아봬야 할 것 같다. 우리 애들 때문에. 친할아버지를 보여주고 싶다. 애들도 보고싶다고 하더라. 그런 이유로 한 번 정도는 다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달라진 심경 변화를 털어놨다.

[스포츠투데이 이소연 기자 ent@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