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콜센터·공장 전전하며 작곡 그동안 나와 ‘가수의 길’은 동떨어진 일로 여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더 팬’ 우승 가수 카더가든

경향신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연희동의 한 소극장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카더가든이 인터뷰 직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취미 삼아 작곡 프로그램 만졌을 뿐

2013년 데뷔 후 이름 알려지기 시작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대했다. 2011년 제대한 뒤 인천의 한 고시원에서 살며 돈이 된다는 일은 가리지 않고 했다. 콜센터부터 자동차 부품 공장까지 그가 거치지 않은 곳은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게임보다는 음악이 좋아서” 취미 삼아 작곡 프로그램을 만지며 곡을 만들었다. 음악이 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은 거의 다 챙겨봤지만,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SBS <더 팬> 우승자 가수 카더가든(본명 차정원·29)의 얘기다.

지난 9일 종영한 SBS <더 팬>은 심사위원을 없애고 대중에게 모든 판단을 맡긴 신개념 오디션 예능이었다. 스타들이 추천한 ‘예비스타’들을 무대에 올리고, 대중의 선택으로 우승자를 결정했다. 가수 장혜진의 추천으로 <더 팬>에 출연한 카더가든은 타이거 JK·윤미래 부부가 추천한 가수 비비와 결승까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1등이라는 걸 해본 게 처음이라서 그냥 너무 좋았어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연희동에 있는 소극장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카더가든은 우승 소감을 묻자 수더분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올백 머리’에 정장차림을 하고 나타난 그는 “(<더 팬> 무대를 위해) 6개월 동안 하던 선곡 작업을 안 하니까 허전하다. 그것 때문에 버거웠던 적도 있는데…”라며 웃어보였다.



2013년 ‘메이슨 더 소울’이란 예명으로 데뷔한 카더가든은 래퍼 빈지노, 가수 선우정아 등과 협업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6년 혁오밴드 오혁의 권유로 이름을 ‘카더가든’으로 바꿨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가수가 됐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카더가든은 “더 많은 사람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은 갈증이 컸다”고 털어놨다.

경향신문

지난 9일 방송된 SBS <더 팬> 최종회에서 카더가든이 우승을 차지했다. SBS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더가든은 “처음엔 ‘조금만 더 유명해지고 싶어’ ‘조금 더 내 노래가 들렸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에 <더 팬> 출연을 결심했는데, 프로그램을 하면서 제 목표나 바람들이 구체화됐다”고 했다. 그는 “(인지도는) 예전보다 나아졌다. 관심과 사랑은 다른데, 지금은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사랑으로 돌리느냐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더가든은 첫 번째 무대에 서기 전까지도 선배가수 장혜진이 자신을 추천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장혜진은 방송에서 미용실에서 흘러나온 카더가든의 노래 ‘식스 투 나인’(2014)을 우연히 듣고 난 뒤 팬이 됐다고 고백했다. 카더가든은 “첫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쯤에 연락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부담감이 컸다. 한편으론 그래서 장혜진 선배님과 준결승 무대에서 ‘톰보이’를 함께 불렀을 때 (마음에) 더 와닿았다”고 했다.

인생스토리만큼이나 <더 팬>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도 극적이었다. 2라운드 진출 자격인 200표를 얻지 못해 1라운드에서 탈락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카더가든은 당시 무대에서 “반드시 살아 돌아와 우승을 하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

카더가든은 1라운드 직후를 회상하며 “확신을 가지고 그 말을 했다고 하면 너무 거짓말이다. 좀 악에 받친 마음이 있었다. 당황해서 강한 척을 하고 싶었는지 ‘다시 돌아와서 1등 하겠다’는 말이 순간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선배 가수 장혜진 추천으로 출연

1라운드서 탈락 후보 위기 맞기도

가수 비비와 결승 경쟁 끝에 영예


카더가든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저라면 저를 안 좋아했을 것 같아요. <더 팬> 프로그램 특성 덕분에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만약 서바이벌 성향이 더 강한 프로그램이었다면 1등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매 라운드에서 1등을 해본 적도 없고 최고점을 받아본 적도 없거든요. 그래서 한편으론 (무대에서) 실수를 했을 때도 표가 나오는 걸 보고 더 죄송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카더가든은 <더 팬> 무대에서 ‘그대 나를 일으켜주면’ ‘투게더’ ‘대기실’ 등 자작곡을 여럿 선보였다.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사회로 뛰어든 카더가든의 인생이 묻어나는 자작곡들은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어우러져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샀다. 그는 “감정선이 많이 들어가 있는 가사들은 제 경험을 토대로 한 게 많다”며 “게임 같은 건 취미가 없고 음악 프로그램 다루는 게 취미였다. (가수에) 뜻이 있었다면 이것과 관련된 일이라도 했을 텐데, 나와는 동떨어진 일이라 생각해서 다른 일을 했다. 오히려 가수가 된 뒤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저를 건져 올려주신 것도 팬이고

최종 우승시켜주신 것도 팬들

음악적으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


카더가든은 인터뷰 말미에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더 팬>에 나가기 전과 후 (음악에 대한) 태도는 이전과 비슷하다”며 “어쨌든 스스로 납득이 되는 음악이어야 하고, 거기에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는 목표가 추가로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더 팬>에서 받은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서 음악에 반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더 팬> 우승자답게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잊지 않았다. “저를 탈락자 후보에서 건져 올려주신 것도 팬분들이고, 우승시켜주신 것도 팬분들이라 생각해요.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고, 또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음악적으로는 당연하고요. 삶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받은 만큼 좀 더 책임을 지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