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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윤지오, 故 장자연 위한 용기...실명·얼굴 공개부터 부실수사 지적까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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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노규민 기자]
텐아시아

故 장자연-윤지오/ 사진=MBC ‘PD 수첩’ 방송화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화면

故 장자연의 동료였던 배우 출신 윤지오가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혔다.

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故 장자연의 사망 10주기 특집으로 동료 윤지오가 출연했다. 윤지오는 과거 장자연이 당한 성추행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10년 동안 수사기관에 진술 했고, 법정에서도 증언했던 목격자다. 이날 윤지오는 최초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윤지오는 장자연이 세상을 떠난 2009년부터 10년 동안 검찰과 경찰로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엔 JTBC 뉴스, 7월엔 MBC ‘PD수첩’에 출연, 익명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윤지오는 “증언을 한 이후 일상생활을 하는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사도 수 차례 했다”며 “경찰 조사도 늦은 시간부터 새벽까지 이뤄졌다. 그 이후엔 기자들에게 시달림을 당했다. 내가 일하는 곳이랑 대학원까지도 와서 생활하는 것 자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지오는 “밤 늦은 시간까지 조사받았다. 이른 시간이라 해도 밤 10시 이후였다. 모든 조사가 그랬다. 새벽에 불려간 적도 있다. 참고인이었다”며 “혼자 한국에서 생활했다. 스무살 어린 나이에 그런 공간에 가는 것조차 처음이고 생소했다. 한번도 왜 이 시간에 진행하냐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 당시엔 그게 당연한가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배우였던 윤지오는 캐스팅에서도 불이익을 당했다고 했다. 윤지오는 “그 당시엔 너무 어린 나이여서 제외된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몇 년 후이야 캐스팅이 안되는 걸 체감했다. 감독님들이 ‘그 사건에 네가 증언했던 걸 알고 있다, 캐스팅이 불가하다’는 말을 했다”고 떠올렸다.

윤지오는 현재 가족들과 해외에서 지내고 있다. 방송에 나와 증언해야겠다 결심한 계기에 대해 “내가 국내에서 계속 거주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이런 사건이나 사고가 공개적이다. 캐나다의 경우 피해자나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된다. 그런 것이 당연시 여겨지고 피해자가 숨어서 사는 세상이 아니라 오히려 존중받는 걸 보면서 어찌 보면 한국도 그래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너무 떳떳하게 사는 걸 보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지오는 소각되기 전 장자연 문건을 봤다며 “당시 문건을 공개한 소속사 대표님이 유가족과 원활한 관계가 아니었다. 내가 중간에 전달자 역할을 하면서 ‘문건에 자연이가 너에게 남긴 글이 있다’고 해서 가게 됐다. 유가족들이 보시기 직전 내가 먼저 확인을 했다”며 “다 봤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는데, 기억나는 건 한 언론사에 동일한 성을 가진 3명이 거론됐다. 13번에 걸친 조사에 항상 성실하게 임했다. 항상 얘기했다. 소각되기 전 문건에 대해 질문을 하면 항상 성실하게 답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참고인 조사를 13차례 받은 윤지오는 한 언론사에 근무한 적이 있던 전직 기자 조모씨가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성추행한 걸 직접 봤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윤지오는 “내 기억 속 인물은 한번도 번복된 적이 없다. 하지만 당시 21살인 내가 느끼기에도 수사가 굉장히 부실하게 이뤄졌고, 당시 사진 속 인물에는 조모씨가 없어 지목하지 못했다. 지목을 하더라도 그분이 아니었다. 인물을 지목하는 과정에 있어서 내가 이름을 아는 것도 아니었고, 주신 자료를 토대로 했다. 당시 선면 수사가 이뤄지면서 두 분의 인물을 보고 정정하게 됐다.

또한 윤지오는 “일관되게 그분을 지목했다. 내 머릿 속 인물은 항상 동일했다. 경찰이 제시한 자료만 보다보니 헷갈렸지만 기억 속 인물은 항상 일관됐다”고 했다.

현재 조모씨는 재판을 받고 있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지오는 “날 아예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난 법정에서도 본대로 증언했다. 9년 전에도 13번 진술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지오는 경찰 조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문 자체도 내가 느끼기엔 왜 중요한가 싶은 거였다. 중요한 건 따로 있는데 수박겉핥기 식으로 다른 것만 물었다. ‘무슨 구두를 신었나’ 같은 질문이었다. 왜 이런 질문을 하나 했다. 도대체 무얼 확인하려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난 증언하는 목격자 입장인데 진술할 때 옆에 가해자가 있었다. 그 와중에 진술하고, 내가 진술할 때 옆에서 비웃고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좁은 공간에 여자 수사관은 없었고 다 남자분이셨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증언을 이어갔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지오는 “당연히 내가 얻을 이득이 없다. 그 나이엔 소설쓰듯 상상으로 말한다는 것도 불가능했고 조사가 이뤄진 시기도 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거짓말을 하겠나. 오히려 어려움이 많았다. 13번에 걸쳐 자세하게 진술했는데도 관련자들은 대표 한 사람 빼고는 처벌을 받은 사람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지오는 “국민청원 덕에 많은 힘을 얻었다. 국민청원이 없었더라면 재수사에 착수하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그냥 덮여지고 묻어졌을 사건인데 국민청원으로 인해 다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국민청원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3월 7일은 장자연 사망 10주기다. 윤지오는 “소속사에 들어가기 몇 개월 전부터 언니를 알게 됐다.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까 언니가 애기라고 부르면서 많이 챙겨주셨다.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난 한국에서 혼자 지내지만 언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이어서 어찌 보면 공통분모가 있었다. 그런 외로움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윤지오는 장자연이 문건을 만든 목적에 주목했다. 윤지오는 “이건 문건이다. 법적으로 대응을 하기 위해 쓰여진 것처럼 상세히, 누군가와 함께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 위해 작성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건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여배우를 떠나 한 여자로 산다고 쳐도 이런 문건 자체를 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며 “어쩌면 그걸 가지고 싸우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윤지오는 “내가 언니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봤다. 난 위약금을 물고 그 기획사에서 나온 상황이었고 언니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기획사를 나오기 위한 문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세상에 공개하고자 쓴 문건이 아니라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쓴 문건이지 않을까 싶다. 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도 유서가 단 한번도 작성되지 않았다. 문건을 다른 누군가가 갖고 있고 공개를 다른 분이 했다”고 설명했다. 장자연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작성한 것이 아니라, 문건을 작성하고 싸우려고 하다가 어느 순간 그런 선택을 한 걸로 이해했다.

윤지오는 “언니가 새롭게 가고자 했던 곳의 대표도 그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며 “조사는 말 그대로 조사라서 내 생각을 말했다. 왜 작성한 것 같냐는 질문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난 항상 문건을 왜 작성했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그 질문은 아무도 안했다. 그리고 문건을 세상에 알린 것도,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예측하지 못한 걸 혼자 감당하기가 버거워서 ‘지오 너가 이걸 갖고 있다가 공개하는 걸로 얘기해주면 안되겠냐’고 언니가 제안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윤지오는 “내가 쓴 책 제목도 사실에 기반해서 ’13번째’라고 지었다. 나에게 10년이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숨어 살기 너무 급급했다. 그것들이 솔직히 잘못된 것인데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 수 없다라는 판단이 들어 해외로 나갔다. 지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나같은 피해를 겪은 분들이 세상 밖에서 당당하게 사셨으면 좋겠단 바람으로 썼다. 가해자가 움츠려 들고 본인의 죄의식 속에 살아야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웠기 때문에 이젠 바꼈으면 하는 소망으로 용기를 내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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