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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반짝이는 '미개봉작'을 만나자, 서울·광주·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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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기자간담회

광주독립영화관 GIFT, 대구 오오극장, 서울 아리랑시네센터-인디스페이스에서

5월 9일부터 6월 5일까지 4주 동안 미개봉작 24편 상영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하실 수 있길 바란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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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부터 6월 5일까지 광주독립영화관 GIFT, 대구 오오극장, 서울 아리랑 시네센터,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사진=인디스페이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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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는 몇 편일까? 2018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독립영화 생태계 구조 분석 연구'에 따르면, 국내 독립영화 수는 최소 1200여 편으로 추산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작품 수까지 헤아리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그럼 1200여 편의 영화 중 극장에서 개봉해,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수는 몇 편일까? 90여 편 정도에 그친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최소 1년 이상, 길게는 수년을 바친 독립영화 대부분이 관객과 만날 접점을 만들지 못한 채로 묻힌다는 의미다.

'극장 개봉'이 아니라면 관객에게 다가가기 힘든 한국 영화산업 구조의 허점을 절감한 서울-광주-대구의 독립영화인들이 뭉쳤다. 개봉하지 않아 좀처럼 상영 기회를 얻기 쉽지 않은, 그러나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26일 오후 5시 10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키홀에서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사)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위한시민모임, (재)성북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번 기획전은 더 알려져야 마땅할 훌륭한 독립영화 '미개봉작'을 상영하는 자리다.

현재 전국에 있는 독립영화 전용관은 모두 8곳(지자체 운영 5곳, 사단법인 1곳,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 1곳)이다. 이 중 네 곳이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에 참여했다.

그동안 선보인 미개봉작 기획전과는 기간과 규모가 다르다. 보통 서울에서 일주일 남짓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참여 극장 수가 4곳으로 늘고 기간도 4주로 늘었다.

내달 9일부터 6월 5일까지 광주독립영화관 기프트(GIFT), 대구 오오극장, 서울 아리랑시네센터와 인디스페이스 네 곳의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총 24편을 만나볼 수 있다.

24편 중 극영화는 12편, 다큐멘터리는 11편, 애니메이션은 1편이다. 길이로 보면 장편은 18편, 단편은 6편이다. 특히 단편은 광주와 대구 영화인들이 만든 작품으로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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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박소현 감독의 '구르는 돌처럼'과 나바루 감독의 '두 번째 행군' (사진=주최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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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은 "4개 영화관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아직 개봉하지 않은 지역의 독립영화를 찾아서 선정했다"고 말했다.

원 부관장은 "4개 영화관에서 동시 진행하고 홍보한다. 좀 더 많은 관객들이 이 기획전과 상영작을 인지했으면 좋겠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 지역에서 같은 영화를 트는 것을 신선하고 의미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더라. 향후에는 더 많은 영화관이 참여해서 미개봉작을 더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한 광주독립영화관 기프트, 오오극장, 아리랑시네센터, 인디스페이스는 각각 프로그래머 추천작을 공개했다.

광주독립영화관 기프트는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과 허지은 감독의 '광주단편'을 꼽았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은 1980년 5월 광주의 여성들의 현재를 담았고, '광주단편'은 우리 주변에 있지만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구 오오극장은 고현석 감독의 '물속에서 숨 쉬는 법', 김남석 감독의 '12 하고 24'를 선정했다.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은 서로 모르는 인물들이 자기도 모르게 비극적 사건에 얽히는 영화고, '12 하고 24'는 뮤지션 신세하의 음악 세계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아리랑시네센터는 원자력 에너지의 편리함 뒤에 숨은 위해성을 질문하는 '핵 마피아'(감독 김환태), 철없는 아들과 치료를 거부하는 고집 센 엄마 이야기 '어멍'(감독 고훈)을 추천했다.

인디스페이스는 나바루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바보들의 행군' 상영 분투기를 담은 '두 번째 행군'(감독 나바루)과 정년퇴임을 앞둔 무용가 남정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르는 돌처럼'(감독 박소현)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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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고현석 감독의 '물속에서 숨 쉬는 법'과 김경자 감독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진=주최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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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구르는 돌처럼'의 박소현 감독, '두 번째 행군'의 나바루 감독,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의 고현석 감독, '외롭고 높고 쓸쓸한'의 김경자 감독이 참석했다.

김 감독은 "80년 5월을 경험한 여성들 이야기를 광주 외 지역에서도 틀고 싶었지만 많은 어려움과 좌절이 있었다. 이렇게 귀한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전에 개봉을 경험했을 때('야근 말고 뜨개질')도 정말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이런 독립영화 전용관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가 많이 느꼈다"라며 "이런 기획전도 독립영화 전용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간이 정말 많이 버텨서 계속 곁에 있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 감독은 "사실 미개봉 영화들이 (무언가) 모자라기 때문에 개봉 못 한다고 생각 안 한다. 단지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런 영화들이 조명받아서, 저도 관객의 입장으로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상영작을) 많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 감독은 "예전엔 영화가 최종 편집을 마치고 아웃풋(결과물) 냈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했는데, 관객을 만남으로써 비로소 즐거움이 완성된다고 느낀다"며 "(관객분들도)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하실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원 부관장은 독립영화 관객수가 점차 줄어들어 배급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현실을 언급하며 "꼭 개봉을 통해서 관객을 만나는 게 유일한 방법인가, 아니라면 제작자들과 협동하면서 새로운 찾아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아무튼 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기획전 상영 시간표와 예매 방법 등은 광주독립영화관 기프트, 대구 오오극장, 아리랑시네센터, 인디스페이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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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극장 키홀에서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이 열렸다. 왼쪽부터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 나바루 감독, 고현석 감독, 김경자 감독, 박소현 감독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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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상영작.

'구르는 돌처럼'(다큐멘터리, 박소현, 2018, 65분)
'공사의 희로애락'(다큐멘터리, 장윤미, 2018, 89분)
'두 번째 행군'(다큐멘터리, 나바루, 2017, 88분)
'리틀보이 12725'(다큐멘터리, 김지곤, 2018, 100분)
'기프실'(다큐멘터리, 문창현, 2018, 95분)
'침묵'(다큐멘터리, 박수남, 2016, 100분)
'방문'(다큐멘터리, 명소희, 2018, 80분)
'12 하고 24'(다큐멘터리, 김남석, 2018, 102분)
'외롭고 높고 쓸쓸한'(다큐멘터리, 김경자, 2017, 80분)
'이태원'(다큐멘터리, 강유가람, 2016, 96분)
'핵 마피아'(다큐멘터리, 김환태, 2016, 116분)
'가끔 구름'(극영화, 박송열, 2018, 70분)
'검은여름'(극영화, 이원영, 2017, 112분)
'물속에서 숨 쉬는 법'(극영화, 고현석, 2017, 96분)
'밤빛'(극영화, 김무영, 2018, 110분)
'어멍'(극영화, 고훈, 2018, 95분)
'졸업'(극영화, 허지예, 2018, 82분)
[대구]'고추가 사라졌다'(극영화, 김은영, 2013, 23분)
[대구]'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극영화, 황영, 2017, 18분)
[대구]'그들 각자의 영화판'(극영화, 김홍완, 2014, 30분)
[광주]'오늘의 자리'(극영화, 허지은, 2017, 17분)
[광주]'돌아가는 길'(극영화, 허지은, 2017, 24분)
[광주]'신기록'(극영화, 허지은·이경호, 2018, 23분)
[애니]'슈퍼문'(애니메이션, 홍대영, 2018,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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