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눈감을 때 못해본 것들을 떠올리며 후회할까봐 두려워.”
서울예술단의 창작 가무극, 뮤지컬 ‘나빌레라’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관객과 만났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발레에 도전한 일흔을 앞둔 노인 덕출과 현실의 벽 앞에 방황하는 스물셋 발레리노 채록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다음 웹툰 HUN 작가의 '나빌레라'가 원작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모래시계', '금란방' 등의 박해림 작가와 '왕세자 실종사건','오이디푸스', '리처드 3세' 등의 서재형 연출, '난쟁이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채한울 작곡가,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의 유회웅 안무가가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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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와 노인, 그리고 이 노인을 가르치는 청년까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 묘한 이질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치매 판정을 받은 덕출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위로를 건넨 발레를 배워보기로 결심한다. 일흔이 코앞, 죽음이 익숙한 나이이자 새로울 게 없는 삶이다. 가진 건 낡은 몸뚱이뿐이다. 가족들의 반대도, 사람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덕출은 나이에 굴복하지 않는다. 발레를 좋아한다는 것, 그것만으로 도전의 이유는 충분하다. 고통을 감수하고 포인, 플리에, 그랑주떼, 퐁뒤 등을 진지하게 차근차근히 해나간다.
반대로 채록은 창창한 나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집안 사정과 끝이 예상되는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고 방황하는 청년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와의 갈등 등 복합적인 내면을 보여준다. 얼떨결에 덕출의 발레 선생님이 됐고 덕출의 열정은 채록에게 옮겨간다. 덕출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으며 젊음의 소중함을 깨닫고 꿈을 향해 전진한다.
소재는 특기할 만하나 전개는 예상 가능하고 진부하다. 덕출이 치매에 걸린 사실도 첫 장면부터 밝혀져 긴장감을 감소시킨다. 창작 가무극이지만 발레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 아닌 탓에 완벽하고 화려한 발레를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착한' 작품이다. 발레로 인해 매일이 새로운 덕출의 설레는 마음과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이 교차돼 먹먹함을 남긴다. 최고의 시기를 헛되이 보내지 말 것, 망설이다가 고민조차 못할 늙음이 찾아올 때 후회하지 말 것, 늙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늙었다는 것, 겨우 그거 하나’, '발레의 시작', '매일이 새롭다', '그건, 꿈이라서 그런 것', '그냥 여기까지만', ‘이제 그만’, ‘저 별처럼’, ‘오늘밤 눈이 내리면’ 등 넘버들이 서정적이다. 기억에 뚜렷이 남는 킬링 넘버가 없긴 하나 공감할 만한 가사로 극에 따뜻함을 배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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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가 노인 발레리노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그는 그간 무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영화 '범죄도시'로 올해의 영화상 남우조연상,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극한직업'으로 천만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무대에서도 꾸준히 활동한 진선규는 이번 ‘나빌레라’에서도 15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이끌며 연기력을 선보였다. 외모부터 말투까지 노인이 됐다. 몸에 달라붙는 발레복을 입고 발레를 하는 모습으로 신선한 재미를 줬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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