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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자백' 작가 "격앙된 감정 탈피해도 긴장 넘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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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구조적 결함 다뤄보고 싶었다…준호는 최도현 실사판"

연합뉴스

드라마 '자백'
[tvN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자백'은 하나의 살인사건이 비선 실세와 방산 비리로 이어지며 남다른 촘촘함과 스케일을 보여줬다.

처음 드라마 극본을 쓰는 작가가 내놓은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였다.

첫 산고(産苦)를 경험한 임희철 작가를 15일 서면으로 만났다. 그는 "법이 가진 구조적 결함을 다뤄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법이란 건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구조적 체계입니다. 하지만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직간접적으로 느끼는 부분일 겁니다. 구조적 결함이죠. 또 도덕적 윤리와 개인의 가치관이 대립할 때, 선택의 갈림길에 선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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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자백
[tvN 제공]



1부부터 16부까지 마치 1천 피스 짜리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과정을 본 듯하다는 말에 그는 "어떤 그림이 될 것인지는 처음부터 구상하고 있었지만, 퍼즐을 어떤 조각으로 나누어야 마지막 한 조각을 제자리에 넣을 때까지 긴장과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으로는 처음과 끝을 잇는 중간과정이었다고 설명하며 '실행범'인 조기탁(윤경호 분)을 검거하는 과정이 특히 그랬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시청자 중간 유입이 불리함은 어느 정도 감수했지만, 완성도에 힘쓰면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끌릴 것으로 믿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백'은 4.6%(닐슨코리아 유료가구)의 시청률로 시작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다 마지막 회는 6.3%까지 올랐다.

'자백'에는 비선실세와 방산비리, 헬기 추락사고 등 실제로 국민의 뇌리에 남은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등장했다. 하지만 임 작가는 소재 그 자체보다 주인공들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에 집중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자백'이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기보다는 주인공들인 최도현(준호), 기춘호(유재명)처럼 진실을 추적함으로써 세상을 바꿔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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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자백'
[tvN 제공]



최근 장르극들은 음향, 편집, 미술 등 연출 기술을 극대화하고 캐릭터 간 과장된 기 싸움으로 긴장감을 높이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백'은 차분하고 정교함으로 승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작가는 이에 대해 "격앙된 감정이나 과열된 대립 구도를 탈피해도 충분히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르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톤이 정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건 '최도현'이라는 주인공 캐릭터의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도현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견뎌야 하는 그 진실의 무게와 아픔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변호해야 한다는 직업윤리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의 간의 충돌 등 여러 딜레마의 그물망에 얽힌 인물입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며 내면적으로 성장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 간의 대립 구도보다는 연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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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
[tvN 제공]



임 작가는 호흡을 맞춘 김철규 PD와, 준호·유재명 등 배우들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철규 PD님의 연출은 좋았던 몇 가지 장면으로 꼽기가 어려울 만큼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 인물 간의 감정 신(scene)들이 대본에 표현한 것보다 몇 배나 더 섬세해 보면서 감동했습니다. 준호 씨와 유재명 씨는 캐스팅 소식을 듣자마자 온몸에 전율을 느꼈죠. 실제로 준호 씨는 최도현의 실사판이었습니다. 건조하고 담백하지만,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지닌 인물을 잘 표현해줬죠. 유재명 씨 또한 도현에게서 찾기 어려운 열기를 잘 뿜어주셨습니다. 두 배우의 조합도 아주 좋았고요."

그는 이어 남기애, 신현빈, 문성근, 송영창, 박미현, 류경수 등 조연 배우들의 역할도 강조하며 "모든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해준 덕에 '자백'의 무게감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인사했다.

원래 영화 프로듀서였다는 임 작가는 "영화 기획과 제작을 하다가 그만두고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다가 다시 영화 일에 갈증을 느끼던 무렵,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의뢰받았고 이후 몇 편의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드라마까지 쓰게 됐다"라고 했다.

"'자백'을 처음 공개할 때 마치 첫 아이를 세상에 내놓는 심정이었습니다. '자백'이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았기에 다음에는 좀 더 가벼운 주제로 만나고 싶네요. 꾸준히 찾아뵙겠습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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