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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더 뱅커' 김상중X채시라X유동근이 그린 우리 사회의 축소판[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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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더 뱅커’가 돈과 탐욕, 서민과 대기업, 정의와 부도덕을 녹여냈다.

16일 MBC 수목드라마 ‘더 뱅커’가 종영했다.

한수지(채시라 분)는 대한은행에서 벌어진 비리의 배후가 강삼도(유동근)라는 것을 인정하고 노대호(김상중) 편에 섰다. 한수지는 육관식(안내상)의 아들과 함께 다시 육관식을 찾아갔다. 육관식은 그동안 금융업에 종사하는 두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진실을 밝히지 못했지만, 결국 노대호와 한수지에게 비리 자료를 넘겼다.

노대호는 비리 증거들을 들고 행장실로 향했다. 강삼도에게 “행장님이 스스로 결자해지해주기를 바란다"며 기회를 줬다. 강삼도는 노대호가 돌아가자 “대한은행에 대들보가 나왔다”라며 감탄했다. 다음 날 강삼도는 명성은행과 합병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행장직을 사임한 강삼도는 스스로 검찰에 출두했다. 그동안 비리를 저지른 정재계 인사들이 전부 소환됐다. 1년 후 이해곤(김태우)이 행장이 돼 대한은행을 이끌었다. 대한은행을 떠났던 한수지는 한수지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일본 만화 '감사역 노자키'를 원작으로 한 ‘더 뱅커’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은행 창구에서의 일상을 넘어 뒤에 숨은 치열한 권력 암투를 다뤘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 권력이 모이는 거대한 은행, 이를 넘어 금융권, 재벌, 국회의원까지 얽히고설킨 부정부패, 파벌, 부조리, 모략, 정치 등 권력 싸움의 소용돌이가 비쳤다.

배경은 은행이지만 사회의 축소판과 같았다. 돈과 권력이 더 큰 돈과 권력을 만들었다. 야욕을 실현하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민을 희생시키는 권력자들과 이를 추적하는 감사 노대호를 대비시키며 ‘정의’는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최근 ‘리치맨’,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최고의 이혼’, ‘리갈하이’ 등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더 뱅커'도 다르지 않았다. 2~4%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마지막회가 돼서야 자체 최고 시청률인 7.0%까지 올라 아쉬울 만하다. 다소 무겁고 묵직한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남녀 노소 시청자를 고르게 유입하기는 힘들었다. 주인공 노대호는 기만과 술수에서 완벽히 벗어난 판타지적인 인물이어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줬다. 말미 강삼도가 생각보다 쉽게 꼬리를 내리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마무리된 결말도 아쉬웠다.

중년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기할 만하다. 한 명의 인물에 초점을 둔 게 아닌 각기 다른 입장에 선 세 인물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그 주축에 있는 김상중은 구수한 말투와 아재 개그를 선보이는 인간미와 감사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책임감을 지닌 노대호로 열연했다. 대한은행의 다른 인물이 더 많은 권력과 부를 누리는데 몰두했다면, 노대호는 정의를 지향하며 조직의 부패를 파헤쳐나갔다. 악을 대변하는 강행장과 관련 인물들을 색출하며 더 나은 은행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려한 정의의 사도다. 김상중은 캐릭터에 자신의 색을 입혔다. 극을 이끄는 데는 무리 없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말투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었다.

채시라는 일 앞에서는 절대 빈틈을 허락하지 않고 똑 부러지는 성격의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했다. 부행장까지 오를 만큼 권력욕이 높지만 나쁜 탐욕을 좇는 게 아닌 끊임없이 대한은행 속 자신의 역할을 성찰했다. 중년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미니시리즈가 많지 않은 가운데 채시라의 연기가 돋보였다.

유동근은 대한은행의 최고 권력자인 행장 강삼도를 연기했다. 속내를 감추고 폐점 지점장인 노대호를 감사로 발령한 야욕이 넘치는 악역이다. 오피스 드라마인 만큼 막장스럽거나 절대적인 악은 아니다. 자기 나름대로는 명분이 있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대한은행을 지키기 위해 불의와 타협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유동근은 시종 속내를 알기 어려운 강삼도의 면모를 그려내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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