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TEN 초점] 버닝썬·비아이·YG...허탕치던 경찰, 이번엔 '몸통' 밝힐까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텐아시아

비아이 SNS 갈무리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이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경찰의 유착설로 확산되고 있다. 일반인 폭행 사건이 삽시간에 크게 번진 ‘버닝썬 게이트’를 연상시킨다. 클럽 버닝썬 관련 수사에서 허탕 친 경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의혹을 밝혀낼지도 관심사다.

최근 제기된 YG엔터테인먼트와의 경찰 유착 의혹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17일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론은 회의적이다. 경찰의 의지가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민 청장의 말처럼 국민도 버닝썬 수사 과정을 보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과거 있었던 수사 결과가 대부분 흐지부지하게 처리되면서 경찰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찍고 있다.

텐아시아

승리 /텐아시아 DB


지난 3월 민갑룡 경찰청장이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고 다짐했던 버닝썬 수사에는 경찰 152명이 투입됐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경찰은 가수 승리에게서 성매매 알선·횡령 등의 혐의를 찾아냈지만 구속에 실패했다.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 모 총경에 대해서는 김영란법·뇌물수수의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며 역시 구속하지 못했다. 클럽 버닝썬의 폭행 피해자였던 김상교 씨가 제기한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와 버닝썬 간 유착 관계에 대해서도 경찰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텐아시아

가수 정준영 /텐아시아 DB


이후 드러난 경찰의 유착 비리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3년 전 가수 정준영의 여자친구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은 부실수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 A씨는 2016년 8월 ‘정준영이 신체 일부분을 동의 없이 촬영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 성동경찰서 경찰관이 정 씨의 변호사와 짜고 “휴대전화를 분실한 걸로 쉽게 가자”고 제안한 것이 사건 3년 만에 알려졌다. 결국 당시 경찰은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고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텐아시아

가수 최종훈 /텐아시아 DB


정준영과 함께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던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은 2016년 2월 이태원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097%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유리홀딩스 유 모 대표가 경찰에 로비를 했고, 담당 경찰관에게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는 내용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종훈 관련 보도가 ‘의도적으로 무마된 것이 아니고 경찰관 유착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종훈은 음주운전 보도 무마 의혹, 집단 성폭행 의혹 등이 추가로 드러나며 정준영 사건과 병합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텐아시아

비아이 SNS 갈무리


버닝썬 게이트가 다소 잠잠해졌지만 또 다시 논란이 일어났다. YG 소속의 가수 비아이의 마약 혐의를 계기로 경찰과 대형기획사 YG의 유착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2016년 8월 A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고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YG 측이 선임해준 변호사와 함께 3차 조사에서 모든 진술을 뒤집었다. 이에 경찰은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아이를 소환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2016년 당시 경찰과 소속사인 YG의 유착으로 비아이 마약 사건이 무마됐다’는 취지로 공익신고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A씨가 진술을 번복한 이유는 양현석 YG 전 대표 프로듀서의 협박과 종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지면서 파문은 커졌다.

A씨를 대리해 공익신고를 한 방정현 변호사는 “양현석이 제보자에게 ‘네게 불이익을 주는 건 쉽다. 비아이의 진술을 번복해라. 그러면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처벌받지 않게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더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6일 SNS를 통해 “핵심은 양현석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해 협박한 부분과 경찰 유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텐아시아

A씨 SNS 갈무리


논란이 커지자 양현석 YG 전 대표 프로듀서는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또한 YG 대표이사를 맡아온 그의 친동생 양민석도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

비아이의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해 유착 의혹이 일자 경찰은 부랴부랴 팔을 걷어붙였다. 17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하나도 빠뜨림 없이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며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 구성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18일 경찰은 일명 ‘정마담’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 유흥업계 인물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씨는 YG 성접대 의혹을 규명할 핵심 관계자로 알려져 있다. 앞서 MBC ‘스트레이트’는 양현석이 2014년 7월 서울에서 동남아시아 재력가 2명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여성 25명이 초대됐고 이중 상당수는 ‘정마담’이 동원한 유흥업소 여성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텐아시아

양현석 양민석 형제


의혹이 커지고 주변 인물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A씨가 ‘몸통’으로 지목한 양현석 전 YG 대표 프로듀서의 소환이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대응 계획은 없다”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실히 파악한 뒤 정식 수사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향후 중요한 것은 경찰의 수사 의지다. 버닝썬 사태에서 보듯 경찰이 아무리 말잔치를 벌여도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용두사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게다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한 A씨가 비아이 이외에 다른 YG 소속 가수들의 마약 혐의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을 유야무야 넘긴다고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경찰은 또 다시 시험대에 섰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 과연 경찰은 버닝썬 수사와 다른 모습과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