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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검법남녀' 민지은 작가 "디테일 부검신, 법의관 남편 도움 컸죠…피·땀·눈물의 작품"[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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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디테일한 부검신부터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시즌제의 성공까지. 새로운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에는 민지은 작가가 있었다.

MBC 월화극 ‘검법남녀 시즌2’(이하 검법남녀2)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와 높은 화제성을 보이며 29일 유종의 미를 거둔다. 지상파 드라마의 부진 속에서 지난해 방송된 시즌1에 이어 이번 시즌2까지 호평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검법남녀’의 집필을 맡은 민지은 작가는 “재밌고 즐겁게 봐주셔서 너무 좋았다. 아직 끝난 것이 실감이 안난다. 3년 동안 ‘검법남녀’를 쓰다 보니 생각 회로가 ‘검법남녀’로 간 것 같다. 아직도 그 안에서 살고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검법남녀’ 시리즈는 디테일한 묘사로 지상파 장르물의 진화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판 CSI’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이에 민 작가는 “어마어마한 작품이라 부담스럽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서 “에피소드 형식으로 짧게 흐름을 끊어가는 것을 시도 했다. 시청자 분들도 다음 사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고 들었고, 저도 작가로서 쓰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16부를 하나의 사건으로 쭉 가는 작품으로 썼다면 잘 못 썼을 것이다.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에서 일을 오래 했던 만큼 드라마 1, 2부를 하나의 영화라 생각하고 써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검법남녀’는 아직 한국 드라마에서는 조금 낯선 시즌제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민 작가는 원래 시즌제를 염두해두고 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어지는 시즌제에 대해 “원년 멤버들이 거의 그대로 함께하고, 연결이 돼 의미가 있다. 합류를 해주셔서 황송할 따름이다”고 감사를 전했다.

민 작가의 전작은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이하 신네기)다. 달콤한 로맨스를 집필했던 그가 법의관과 검사의 공조를 실감나게 다룬다는 것은 신선했다. 여기에는 실제 법의관인 남편의 공도 컸다. 민 작가는 “영화 홍보 마케팅을 하다 정리하고,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프리랜서로 했던 홍보 마케팅이 SBS 드라마 ‘싸인’이었다. 김은희 작가님의 대본을 먼저 보고 연구해 홍보한다는 것이 너무 재밌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남편과 결혼 이후에도 법의관에 대한 드라마가 숙제기도 했다.(웃음) 생각보다 여자 법의관이 많은데, 힘든 일인 만큼 그 분들의 남편들도 무슨 일을 하실지 궁금했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니 검사 남편 분이 있다는 이야기에 ‘그거네!’ 싶었다. 이후 노도철 감독님이 조심스럽게 성별을 바꿀 수 있냐고 하셨는데 고민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바로 바꾼다고 했다. 멜로도 빼고, 조금씩 내용을 바꿔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에 대해 “옆에서 많이 응원해줬고 자문할 때는 냉정하게 해줬다. 항상 도전이었는데 부검 과정 부분 만큼은 많이 의지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다양한 케이스를 접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검법남녀’의 두 시즌을 통해 다소 멀게 느껴졌던 법의관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대해서도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민 작가는 “부검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데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것에 대한 거부감도 조금 줄일 수 있다면 되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죽음은 원인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 분들이 왜 돌아가셨는지 밝혀야 한다. 법의관 분들은 돌아가신 분들을 대함에 어긋남이 있으면 안 된다며 최선의 예의를 다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극중 백범(정재영 분)이 부검 전 묵념을 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대사로는 말을 안하지만 ‘제 앞에 있는 당신에게 최선을 다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를 한다. 매년 국과수에서는 한 해 동안 부검에 임하게 되신 분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도 있다. 법의학회의 모토는 ‘사람은 꽃’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오셨고, 부검을 하는 동안 최선을 다 해드리고, 다시 돌려 보내드릴 때는 오셨을 때보다 더 깔끔하고 아름답게 보내드리려고 항상 임하는 사람들이다. 법의관 분들이나 검사의 직업 의식, 사명감을 전달해 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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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검법남녀’ 민지은 작가. 사진 | 민지은 작가 제공



백범으로 완벽히 분하며 두 시즌을 함께한 배우 정재영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민 작가는 “백범 그 자체였다. 대본에 대해서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백범이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요’라 하시는데 모두 틀린 것이 없더라. 캐릭터를 2년 째 하다 보니 모두 대사가 머릿 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코패스 장철 역을 맡아 활약한 노민우에 대해서는 “첫 기획부터 라이벌이란 콘셉트를 잡고 싶었다. 백범이 만약 법의학자가 되지 않고 살인범이 됐다면 그 정도 급의 라이벌 의사이자 법의학적 지식을 가진 장철이 필요했다. 다중인격 같은 부분은 악인의 서사를 만들어 준 부분이어서 넣은 설정이었다.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상의를 하며 나온 작품이다. 오로지 배우에게 맡겨야 하는데 두 명이 돼서 대사를 하는 신은 감독님과 노민우 씨를 믿고 맡겼다. 정말 잘 살려주셨다”고 칭찬했다.

민 작가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출신인 민 작가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등으로 유명한 명필름에서 9년 동안 마케터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원래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영화사에 들어간 것도 동 떨어지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다. 심재명 대표님이 롤모델이 됐다. 이후 독립해 마케팅을 하니 쉽지 않더라. 영화 ‘히말라야’를 공동 집필한 작가님을 만나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민 작가는 ‘신네기’부터 ‘검법남녀’까지 다양한 색의 작품을 집필했다. 앞으로 펼쳐 나갈 작품들의 장르 역시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그는 “원래 장르에 대한 호불호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작품들의 장르도 여러가지다”고 말했다.

‘검법남녀’는 시즌3에 대한 시청자의 요청이 벌써부터 이어지고 있다. 시즌3 가능성에 대해 민 작가는 “저는 작가일 뿐이어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지만 작가로서는 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어 “16부작 두 편을 이어하다 보니 참여하신 분들도 휴식이 필요할 것이다. 제게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고 싶은 아이템은 많다”고 덧붙였다.

“웃으면서 봤는데 울림도 있더라”는 평을 듣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민 작가는 ‘검법남녀’의 의미에 대해 묻자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제 ‘피 땀 눈물’이 된 것 같아요. 작업실에서 치열하게 글을 쓰다 운전하며 귀가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이 휴식이자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을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얻은 것은 모두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 진짜 드라마 작가가 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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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민지은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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