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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팝업TV]"완벽한 현지화"…'지정생존자' 미드와 한국의 현실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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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 방송화면캡처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미드(미국드라마) 원작의 탄탄한 극본이 한국의 현실과 만났다.

tvN ‘60일, 지정생존자’는 이야기하기가 참 까다로운 작품이다. 미국의 ABC와 넷플릭스에서 방송된 ‘지정생존자’를 한국의 현실에 맞게 각색하면서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간 부분도 있지만, 완전히 구성을 벗어난 전개도 함께 얽혀있다. 그렇다면 ‘60일, 지정생존자’에 대해 평하자면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 방식, 한국의 현실을 그려낸 방식, 이를 섞어 놓은 방식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세 갈래의 이야기를 펼쳐 놔야한다.

원작의 구성을 그대로 따라간 방식은 간단명료하게 드러난다. 테러로 인해 행정부와 국회 인사들이 모두 사망해버리면서 내각 관료 중 1인이었던 생존자가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는 가장 큰 맥락이 그러하다. 또한 테러 사건이 먼저 벌어지고 나서 이전의 사건들과 그 경위를 다시 보여주는 연출 방식도 원작과 유사하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한국의 헌법 구조와 정치 현실이다.

미국 헌법의 경우, 대통령이 유고시에는 승계자가 정식 대통령이 되어 잔여임기를 수행한다. 이에 원작 드라마 속 톰 커크먼은 지존생존자로서 과연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물음 속 임기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한국 헌법의 경우, 대통령 유고시 승계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만 국정을 대행할 수 있다. 최장 기간은 단 60일이다.

이에 ‘60일, 지정생존자’는 원작의 제목에 ‘60일’이라는 각주를 달아놓는 것이다. 이에 드라마 속 박무진(지진희) 역시 원작 속 캐릭터의 성격과 다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선출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연 대통령 임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톰 커크먼과 달리 박무진은 절체절명의 국가재난 사태를 60일 동안 수습하고 이후에 이뤄지는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헤럴드경제

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 포스터


그렇게 미국과 한국의 헌법과 대통령직에 대한 법률 차이에 따라 ‘60일, 지정생존자’는 원작과 조금씩은 다른 이야기와 메시지를 풀어나간다. 특히 북한과 휴전 상태라는 현실, 미국과의 우방 관계,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감까지도 드라마 속에 녹여내며 이야기를 탄탄하게 옭아맨다. 미국드라마가 한국의 정치 현실과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드라마 속에 담았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미국드라마 원작의 탄탄한 구성에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성공적인 로컬라이징(현지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과거 OCN ‘라이프 온 마스’가 원작드라마를 한국의 1988년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이야기의 흥미성만 바라보고 각색하지 않고 한국의 현실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를 고민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6일 방송에서는 안보관을 이용한 색깔 논쟁, 냉전체제를 이용한 국가통제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60일, 지정생존자’. 대선 출마를 망설이던 박무진은 결국 이러한 음모들을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출마 의지를 다졌고, 앞으로 박무진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시청률은 지난 6일 전국 유료가구 기준 4.8%(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꾸준히 보이고 있는 상승세 속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모습이다. 그만큼 ‘60일, 지정생존자’가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원작드라마에서 빌려온 참신한 설정의 덕뿐일까. 그렇지는 않다. ‘60일, 지정생존자’가 이토록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과 공감을 받는 것은 현실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치·사회적 문제를 드라마 속에서나마 해결하고픈 민심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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