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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단독]'욱일기 의도 아니라고?' 日밴드, 인천 록페 '논란 장면' 직접 보니(SS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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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인천광역시(시장 박남춘)가 주최한 록페스티벌에서 일본 밴드가 공연 도중 전범기와 유사한 형태의 그래픽 영상을 공연 도중 대형 스크린에 두차례에 걸쳐 내보내 논란을 빚었다.

지난 10일 오후 ‘2019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 토요일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무대에 오른 일본 그룹 코넬리우스는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였다.

우선 이날 공연 오프닝 때 무대를 가리고 있던 대형 스크린에 푸른 색 영상이 쏘아졌고, 두번째로는 공연 초반 무대 뒤쪽 대형 스크린에 전범기 혹은 전범기를 모티브로 한 영상이 1~2분 동안 수만여 관객 앞에서 상영되는 일이 벌어졌다.

코넬리우스 측은 공연 도중 튼 영상 속 그래픽이 ‘전범기’를 의도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코넬리우스는 설명을 요구한 스포츠서울에, 주최 측을 통해 “오프닝 영상에서 욱일기(전범기)가 연상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이 영상은 60년대 미국의 한 교육영화를 팝아트적인 영상으로 샘플링 한 것이다. 이 샘플링을 통해 욱일기를 연상시킬 의도는 전혀 없었고, 욱일기도 아니며 정치적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해외 아티스트가 전범기 혹은 전범기를 모티브로 한 그래픽이나 영상, 패션 등을 공연이나 공적인 장소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된다.

코넬리우스 공연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 그룹이기 때문에 전범기의 의미, 한국에서 전범기 혹은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영상을, 현 시점에 사용했을 때 파장을 모를 리 없다. 공연에서 최소 두 차례 실수(?)를 반복한 코넬리우스의 해명이 완벽한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공연 도중 상영된 두번째 ‘의혹 영상’은 전범기와 흡사한 모습이었다. 일본 전범기는 깃발 중심부 원에서 광선이 뻗어나가는, 붉고 흰 도안의 깃발을 일컫는다. 이날 상영된 영상 속 그래픽은 원의 색깔이 바뀌었지만 보는 이에 따라 전범기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여겨질만 했다.

펜타포트는 민간 행사가 아니다. 인천광역시가 주최하고 경기일보·인천관광공사가 주관한다. 펜타포트는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이자 역사 그 자체로 인천시의 대표적인 축제로 꼽힌다.

코넬리우스가 스스로 영상 속 그래픽이 전범기가 아니라고 믿었다고 해도, ‘필터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주최 측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서울

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 참가한 코넬리우스. 사진 |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제공


주최측은 코넬리우스가, 수만여 인천 시민이 모이는 자리에서 ‘전범기 영상’을 트는 걸 저지하거나 취소시킬 기회가 수차례 있었다. 출연 계약 당시 제지를 걸 수 있었고, 공연 전날 리허설에서 영상을 미리 체크할 수도 있었지만, 광복절을 코 앞에 둔 시점에 진행된 공연임에도, 이를 확인하거나 제지하지 못했다.

인천시는 페스티벌 태생 당시부터 13년간 행사 주관을 맡아온 기존 주관사를 올해 새 업체로 교체했는데, 새로 바뀐 운영진의 ‘경험 부족’이 빚어낸 사건일 수도 있다. 한일 양국의 최근 상황을 감안한다면 주최 측과 운영진이 안이했거나 지나치게 무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인천광역시와 인천관광공사가 10일 간판 출연자로 코넬리우스가 나선다는 소식을 발표한 시점은 지난달 4일이다. 이미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대법원의 첫 배상 판결이 나온 지 8개월여 만에 반도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보복에 나서 여러 분야에서 한일 양국의 갈등이 예고된 이후였다. 일본 국적 아티스트의 섭외가 불가피했다면 이후에라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onami153@sportsseoul.com

<영상은 1분여간 상영이 이어진 ‘전범기 의혹 그래픽’의 마지막 부분. 영상 촬영 | 이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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