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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인터뷰] 염따 "13년간 쌓아온 음악 마일리지, 이제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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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염따가 매경미디어센터 지하에 있는 인쇄기 앞에 서서 금으로 반짝이는 치아 장신구 `그릴즈`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날 시계를 두 개나 차고 나왔지만, 그중 시간이 맞는 건 하나도 없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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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캐릭터를 새겨 넣은 티셔츠를 팔아 4일 만에 6000만원을 버는 남자. 그 돈을 들고 가서 바로 미국 가수 에미넘이 탔다는 외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사는 남자. '핫'하다는 K팝 보이그룹 멤버 이야기가 아니다. 그의 이름을 모르면 요즘 '인싸' 사이에서 왕따라는 래퍼 염따(35·염현수)의 성공 스토리다.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염따는 "돈을 버느라 쓸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2006년 '웨얼 이즈 마이 래디오'라는 싱글로 데뷔한 염따는 오랫동안 무명이었다. 유명해지려는 목표로 방송계에 발을 들인 그는 2009년 '무한도전' 돌아이 콘테스트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누구나 아는 연예인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서른두 살이었던 2016년 '래퍼라고 살아왔는데, 그래도 1집이라는 건 만들고 그만둬야지'라고 맘먹고 낸 앨범이 호평을 받았고, 이제는 한 달 반 수익이 2억원에 달한다.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은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쌓아온 마일리지가 이제 터진 것"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제가 생각했을 때 멋있는 음악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싱글 작업도, 공연도 많이 해왔어요. 탄탄한 지반이 있다 보니 슬슬 터질 때가 됐나 보죠. 음악도 흐름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염따가 쓴 가사엔 센스가 넘친다. 음원 재생 서비스 멜론에서 최고 32위를 기록한 노래 '돈 Call Me'가 대표적이다. 영어 가사 'Don't call me'를 '날 부르지 마'라는 뜻과 '돈이 나를 부른다'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했다. 펀치라인(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재치 있는 문구)을 어떻게 만드냐고 묻자 그는 "그냥 자동으로 나온다"고 했다.

"항상 노래만 생각하니까요. 라임과 구절, 또 핵심이 될 슬로건을 늘 생각하면서 살죠. 최근엔 그런 슬로건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역시나 '돈 버는 건 행복의 척도가 아니다'는 거죠. 돈 꽤 많이 벌었거든요. 이번엔 한 달 반 만에 2억원을 벌었는데, 하루 만에 다 써버릴 거예요."

돈을 부르는 염따가 생각하는 돈 버는 비법은 무엇일까.

"돈을 벌려고 달려들면 돈을 못 버는 거 같아요. 제가 옛날에 그저 인기를 끌려고 가요를 쓰기도 했거든요. 잘된 거 하나도 없어요. 좋지도 않았고요. 근데 1집을 내고 나니깐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음악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성공했을 뿐, 지금 통장에 몇억 원씩 있어도 아무 느낌 없어요. 그래서 돈을 벌고 싶다며 남들처럼 그냥 공부 열심히 하고 취직한다는 게 멍청한 생각처럼 느껴져요. 자신을 보는 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인 거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뭘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죠."

본인은 재능이 있으니까 쉽게 말하는 게 아니냐고 물어봤다. "전 재능이 정말 없는 사람이에요. 노력파죠. 노래를 많이 들으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고 흡수해서 음악으로 내뱉는 타입이지, 아무거나 '딱' 내놓으면 멋있는 천재형 프로듀서가 아니에요. 여전히 음악 만드는 시간이 제일 좋아요. 돈을 안 버는 날은 올 수 있어도 음악을 안 하는 날은 없을 것 같아요."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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