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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봉오동 전투' 유해진 "숫자로만 남은 분들 기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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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봉오동 전투' 황해철 역 유해진 ②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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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봉오동 전투' 황해철 역 배우 유해진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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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비극일 수밖에 없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5년이나 이어진 일제강점기의 대한제국은 식민지로서 어떤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일제의 표적이 됐고, 모진 고문을 받다가 죽거나 크게 다쳤다.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그동안의 일제 강점기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승리를 거둔 '평범한 독립군'에 주목했다.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독립군 연대가 거둔,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승리를 담아냈다.

항일대도라는 커다란 칼을 들고 적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황해철 역의 유해진은 지난달 3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봉오동 전투'의 매력을 "바위 같은 진정성"으로 꼽은 바 있다.

어제 모내기를 하던 사람이, 염소를 기르던 사람이, 연필을 쥐고 글씨를 썼던 사람이 '나라 뺏긴 설움'을 참지 못해 독립군으로 합류하기에, 독립군의 정확한 수는 알 수 없다고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메시지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개봉 일주일 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봉오동 전투' 황해철 역 배우 유해진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그는 숫자로만 남은, 이름 없는 독립군들을 기억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좋은 에너지'의 배우들과 함께한 현장

황해철은 전국 팔도에서 모인 독립군의 리더격이다. 평소에는 마적 출신 독립군 마병구(조우진 분)와 투닥거리면서 유머를 구사한다. 유해진은 "'완벽한 타인', '럭키'와 '봉오동 작품', '말모이' 할 때의 웃음의 결이 다 다른 것 같다"라며 "이번엔 요번에 맞는 색깔과 정도를 찾는 작업을 같이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우진 씨가 너무 옆에서 잘 맞춰줬다. 어떤 건 사실 더 웃음이 나오게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다 보면 얘기가 산으로 가고 (영화 분위기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잠깐씩 적당한 쉼표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극중 재담을 나누는 상대 조우진과 평소 유머 코드가 맞냐는 질문에 유해진은 "우진 씨가 잘 맞춰줬다. 원신연 감독이 얘기했듯이, (연기가) 연주하는 것 같았다. 참 잘 맞춰준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그런 친구들하고 하면 참 편하다. 물론 그 친구가 불편해할지도 모르지만"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애드리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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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봉오동 전투'에서 이장하 역 류준열, 마병구 역 조우진과 함께 연기했다. (사진=㈜빅스톤픽쳐스, ㈜더블유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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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1987'에 조우진과 함께 출연했으나, 둘이 마주치는 장면은 없었다. 당시는 이미 충무로의 기대주로 조우진이 자주 거론될 때였다. 유해진 역시 '사람들이 막 얘기하기 시작할 때였다. 저는 몰랐는데 조우진이라는 배우 되게 좋은 것 같다고 많이 하더라"라고 말했다.

"조우진 씨가 한다고 해서 기대도 많이 했고 너무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봤는데 역시나 진짜 결이 다르더라고요. 여러 배우한테 참 많이 들었어요. 연기에 대해서도 그렇고. 만약에 연기만 좋으면 사람들이 연기만 얘기해요. '그 사람 연기는 참 좋지' 하고요. 그러곤 딴 사람한테 얘기 잘 안 하죠. 만약에 연기만 좋았다면 저한테까지 와서 얘기 안 했을 거예요. '아, 우진이 좋아!' 그 '좋아'에는 여러 가지가 다 포함된 것 같아요."

과묵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 분)와의 관계성도 돋보인다. 수류탄이 터졌을 때 피하지 않고 희생하려는 어린 장하에게, 그렇게 가족을 떠나보낸 남은 자들의 슬픔을 일러준 황해철은 스승이자 뜻을 함께 나눈 동지였다.

황해철이 이장하를 바라보는 주된 감정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곧장 "애틋함"이라고 답했다. 이어, "자기 동생 보는 것 같다. (제게) 엉겨 붙고 해도 그런가 보다 해줄 수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류준열과는 '택시운전사'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유해진은 "준열이는 건강하고 똑똑하고 감각 좋은, 통틀어서 얘기하면 건강한 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에너지들이다. 우진이도 그렇고 준열이도 그렇고. 하, 막 얘기하면서 그때가 생각나는 것 같다, 현장이"라고 덧붙였다.

'봉오동 전투'에서는 일본군 역할을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다이고 코타로 등 실제 일본인 배우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해진은 월강추격대장 야스카와 지로 역의 키타무라와는 평소에 얘기도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야스카와 지로는 1969년, 유해진은 1970년생으로 한 살 차이여서 또래끼리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해진은 "(키타무라 씨는) 일찍 장가를 가서 아들이 되게 크더라. 아들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들하고 되게 친한 것 같더라"라며 "서로 '이제 아저씨야~' 하며 농담할 때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키타무라의 연기를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는 "원체 잘하는 배우라는 걸 알았는데, 시사회 날 영화 전체를 보지 않았나. 저랑 찍은 거 말고 다른 부분도 봤는데 선이 굵다고 할까, 그런 게 많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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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는 역사에 숫자로 기록된 이름 없는 독립군들을 조명한 작품이다. (사진=㈜빅스톤픽쳐스, ㈜더블유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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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보다 잘 달렸던 유해진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 대사

유해진은 평소에 등산을 즐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터뷰 장소가 집과 멀지 않아 평소 같으면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왔을 텐데, 비가 와서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가 이날의 인사말이었다.

류준열과 조우진은 제작보고회 때 현장에서 가장 잘 달린 배우로 유해진을 꼽았다. 조우진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빠르기와 운동량을 보였다"라고 말했고, 류준열은 "어떻게 보면 전력 질주 안 하신 것 같다"고 거들었다.

유해진은 뛰는 장면을 찍으면서 "되게 좋았다"고 말했다. 달릴 때 느낀다는 '러너스 하이'를 경험했냐고 물으니, "그런 게 있더라. 뭔가 있나 보다. 응어리가 있나 보다. 심박 수가 170까지 나오고, 등산하다가 쉴 때가 참 좋다. 제가 약간 살아있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지치지 않고 누구보다 신나게 달렸던 그는 극중 전투 장면과 유머는 물론,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벅차오르는 대사도 도맡았다. 관객의 이해를 돕는 설명조의 대사가 본인에게 몰린 것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유해진은 "어쨌든 전해야 하는 대사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모였다, 그런 얘기를 안 짚고 갈 순 없다. 그게 핵심이기 때문에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숙제였다"라며 "그런 얘기 없이 쭉 갔다면 그야말로 맹맹한 전투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가장 가슴이 뜨거워졌던 대사로는 동굴에서 한 대사를 들었다. 이렇게 독립군들이 모였는데, 조직이 아니라 '나라 잃은 설움'이 우릴 이렇게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유해진은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말을 찾으면 좋겠지만, 이 인물(황해철)이 돌려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라고 설명했다.

5~6년 전에 기획됐던 '봉오동 전투'는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은 2019년 8월에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유해진은 "임정 100주년이기도 하지만, 진짜 숫자로만 남아계신 그런 분들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봉오동 전투' 때 싸운) 이름 없었던 많은 분들을 그렸다는 게 전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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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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