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7 (목)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기분 좋은 오해를 했다 [리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 사진=클립서비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실제로 연주하는 거야?"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연출 패트릭 오닐)이 시작되기 전,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할 것이라는 공지가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공연 도중 그들의 연주가 진짜인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연주 덕에 생긴 기분 좋은 오해였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스쿨 오브 락'은 이처럼 무대에 올려지며 '실연'으로 다른 맛을 낸다. 실제로 눈앞에서 몸소 느끼는 락 스피릿은 2D 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흥으로 다가온다.

이야기 구성은 영화와 같다. 학교에서는 규칙과 관습에, 집에서는 존재 가치를 무시해버리는 부모님에 얽매여 있던 아이들은 뜻밖에 밴드에서 낙오된 듀이 핀(코너 글룰리)을 선생으로 만나게 된다. 학교적인 가르침보다는 권력자에 맞서라는 락을 배우게 된 아이들은 밴드를 결성하며 억눌려 있던 본능을 터뜨리게 된다. '가짜' 선생이 각자의 이유로 결핍에 시달리던 아이들의 모든 시름을 풀어주는 트리거가 되는 것이다.

오로지 서로를 짓밟아야 살아남는 경쟁에 몰두하며 각자의 영역을 철저히 나누던 아이들은 밴드라는 울타리로 묶이면서 하나가 된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만 전체가 완벽해지는 밴드라는 속성이 소위 말하는 '인싸'나 '아싸' 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장치인 셈이다.

이 과정은 '루저'였던 듀이 핀에게도 적용된다.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기생충 취급받던 그는 훌륭한 밴드를 키워내며 사기꾼에서 진정한 라커로 거듭나게 된다.

이렇듯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세세하게 그려진 묘사 덕에 '스쿨 오브 락'은 다행히 영화를 전혀 보지 않았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사실상 '스쿨 오브 락'의 위협 요소는 잭 블랙(듀이 핀 역)이었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을 이끈 잭 블랙이라는 걸출한 존재는 자칫 뮤지컬과 비교되며 뮤지컬의 약점이 될 법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 듀이 핀 역을 맡은 작가 겸 코미디언 코너 글룰리는 잭 블랙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특유의 개그감을 다른 색깔로 야무지게 살려내며 극을 '하드캐리' 한다. 과장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허리가 아작날 듯 바닥에 몸을 내던지는 폭발적인 열정은 잭 블랙의 존재감을 지우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음역대 스펙트럼도 놀라울 지경이다. 하드락적인 허스키한 목소리부터 시기적절하게 가끔씩 튀어나오는 데시벨 터지는 돌고래 소리까지, 코너 글룰리의 모든 것은 아이들의 개구진 폭소를 백발백중 저격하며 공연장을 달군다.

밴드를 구성하는 아이들도 코너 글룰리 못지않은 '신스틸러'다. 변성기 전이라 여러 명이 내는 목소리가 하나처럼 일치돼 들리는 소름 돋는 광경에 이어 이 목소리들이 각각의 화음으로 분리되며 빚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보는 이들을 전율케 할 만하다.

또한 듀이 핀이 주문하는 그대로를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아이들의 원초적인 표정, 행동 연기는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밴드 매니저 써머(빌리-로즈 브라더슨)와 듀이 핀의 '케미'는 가히 '꿀잼' 포인트다. 선생의 자격을 의심하며 똑부러지게 듀이 핀의 폐부를 찔러대던 써머는 밴드의 일원이 되고자 전체 매니징을 하며 듀이 핀과 남다른 '케미'를 과시한다. 티격태격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맞지 않던 두 사람이 함께 학교 규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착착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마저 이끌어낸다.

고루할 정도로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교장 역의 카산드라 맥고완은 듀이 핀으로 인해 내재돼 있던 흥을 밖으로 분출하면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의 초고음을 악기에 의존하며 묵음 처리해 웃기던 그가 앙코르에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완벽히 완성시킬 때는 묘한 감동까지 전해진다.

'스쿨 오브 락'의 첫 월드투어인 서울 공연은 샤롯데씨어터에서 8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이후 9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 9월 21일부터 9월 29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