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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TEN 인터뷰] 뮤지컬 배우로 돌아온 정준하 "응원도 비판도 OK...연기에 몰입하니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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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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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오브엔젤’에 출연하는 정준하. / 서예진 기자 yejin@


코미디언 정준하가 오랜만에 뮤지컬 배우로 돌아왔다. 지난 8일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연출 오경택)을 통해서다. 정준하는 1940년 미국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심술 맞은 영화감독 겸 제작자 버디 피들러와 영화계의 거물 어윈 어빙 역을 맡았다. 현실과 영화 시나리오의 세계를 오가는 극중극 형태로 1인 2역을 펼친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연기를 해야 해서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지난해 13년 만에 종영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이후 방송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그는 그동안 ‘전통주’에 푹 빠져 공부를 시작했고, 선술집 운영에도 매진했다. 마음이 힘들 땐 “보기만 해도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아내와 7살 아들 로하 덕분에 힘을 냈다. “나를 응원하고, 또 욕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대 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 정준하를 만났다.

10.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이 어떤가요?
정준하 :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이후) 3년 반 만에 무대에 섰는데, 걱정이 많았죠. 지금까지 출연한 뮤지컬 중에서 이렇게 걱정해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일단 대사가 너무 많고, 엇박자로 불러야 하는 노래도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 곡이 전체 배우들과 어우러지는 장면인데 잘못하면 다른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거든요. 그때부터 걱정되기 시작한 거죠. 지금까지 전혀 못 느낀 이상한 울렁증과 공포함이 생기더라고요. 다행히 베테랑 뮤지컬 배우인 최재림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하하. 덕분에 무사히 첫 공연을 마쳤고, 이제는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10.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습니까?
정준하 : 오래 전에 나온 작품인 데다 국내에서는 처음이어서 배우들끼리도 연습 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미국식 개그도 많아서 관객들이 한 번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고요. 연습하면서 대사를 여러 번 바꿔봤어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보면서 가장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었죠. 한국 정서에 맞게 바꾸거나 저만의 캐릭터를 살려서 코믹하게 풀어내죠.

10. 자신만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겠군요.
정준하 : ‘왜 가볍게 저런 것만 하지?’라는 반응이 나올까 봐 걱정이죠.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고 최대한 극에 몰입합니다. 스타인을 괴롭히는 악덕 감독 역을 할 때는 목소리도 완전히 바꾸고요.

10. ‘시티 오브 엔젤’에 출연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가 뭘까요?
정준하 :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 때와 비슷해요. 출연할지 고민할 때 아버지 역에 이순재 선생님, 어머니 역에 나문희 선생님, 아내가 박혜미라는 말을 듣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시티 오브 엔젤’도 마찬가지예요. 훌륭한 배우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마음이 열렸어요. 또 주변에 작품에 대해 물었더니 대다수가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이 작품을 잘 해내면 앞으로 더 많은 뮤지컬을 할 수 있을 거라고요. 반면 잘 못하면 뮤지컬계에서는 이제 끝이라고, 하하. 보컬 레슨까지 받으면서 노력했습니다. 왜 노래를 배우는지 알겠어요. 확실히 발성이 달라져요. 스스로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10. ‘무한도전’ 종영 이후 한동안 방송 활동을 쉬었어요.
정준하 : 최근 들어 뮤지컬 홍보를 하기 위해 여러 방송에 나가면서 10개월 만에 활동을 시작했죠. 쉬는 동안 마음이 편했는데 ‘시티 오브 엔젤’을 선택할 땐 두려움이 컸어요.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지만 제작사가 저를 캐스팅했을 때는 생소한 작품을 대중들에게 많이 알리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도 있으니까요. 제가 “예능에 나가지 않고 뮤지컬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저를 캐스팅할 이유가 없죠. 뮤지컬을 통해 방송을 하나 둘씩 하는 게 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10.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습니까?
정준하 : 장사도 하고, 전통주 공부를 시작했어요. 2010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주를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무척 흥미로웠어요. 그때부터 우리 전통주에 관심이 생겼고, 막걸리 축제에도 참여하면서 제대로 공부 해보자고 생각해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준비를 했습니다. 1년에 6명을 뽑는데, 정말 밤새 공부 했거든요. 시험 문제도 굉장히 까다로워요. 필기와 실기가 있는데, 실기는 전통주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죠. 아직도 생생해요. 지난해 폭설이 내리던 날 시험을 봤는데 5명까지 제 이름을 안 나오길래 ‘다음에 도전해보자’하고 마음을 내려놨죠. 그런데 여섯 번째에 제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좋아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운영하는 가게에서도 우리 전통주만 팔거든요. 막걸리의 종류만해도 1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요. 전통주를 추천하면서 그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면 손님들도 처음에는 웃다가 나중엔 진지해지죠. 이후 단골이 돼 찾아오시는 분들도 생겼는데, 그럴 때 뿌듯합니다. 정말 좋은 우리 술이 많아요.

10. ‘무한도전’은 10년 넘게 해오던 프로그램이어서 끝난 뒤 공허함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정준하 : 쉴 새 없이 오랫동안 달려왔잖아요. 배우들이야 작품을 쉬어도 다음 작품이 있으니까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여유가 있는데, 개그맨들은 방송을 쉬면 수명이 끝난 줄 알아요. 조바심도 나고요. 저도 일주일에 7~8개 프로그램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렇게 바쁘게 살아오다가 ‘무한도전’이 끝나고 쉬게 된 거죠.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그동안 못 했던 걸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드론도 배우고, 심지어는 나중에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중장비 운전도 배우려고 했죠. 개인 유튜브 채널도 준비하다가 미뤘어요. 늘 심장이 조마조마해요. 욕 먹을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젠 한 고비 넘겨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말 못 할 사정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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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하는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에서 어윈 어빙(위) 역과 버디 피들러 역을 맡았다. / 제공=샘컴퍼니


10. 지금은 뮤지컬에만 집중하고 있나요?
정준하 : 연기에만 몰입하고, 뮤지컬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정말 행복해요,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게 말이죠. 시작할 때 떨리고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싶을 정도로 공포감이 컸는데 첫 공연을 마치고 나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지도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 ‘콧소리 빠졌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도 들어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아직 부족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낍니다.

10. 역할을 위해 참고한 작품이나 배우가 있습니까?
정준하 : 초연이어서 사실 뭘 참고한다기보다 ‘(관객들이 알고 있는)정준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줄까봐 고민했어요. 정답은 몰입밖에 없었죠. 악독하고 야비한 모습을 보여줄 때는 ‘정말 나쁘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집중했어요. 그러다가 중간에 웃음을 주는 부분에서는 재미있게 하고요. ‘시티 오브 엔젤’이 국내 초연이라는 점도 출연하게 된 이유였어요. 제가 어떻게 만들어놓느냐가 중요한 거잖아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2007)도 초연 때 출연했는데 지금까지도 시리즈가 잘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번에도 누구의 것을 흉내 낼 필요가 없다는 게 좋았죠.

10. 공연장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정준하 : (강)호동 씨가 꼭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고마운 사람이에요. 생각이 깊고요. JTBC ‘아는형님’에 출연하기 전에 JTBC ‘한끼줍쇼’를 먼저 녹화했는데 정말 반갑게 맞아주고 챙겨줘서 고마웠죠.

10. 이번 작품으로 얻고 싶은 게 있습니까?
정준하 : 발성이나 연기 칭찬보다 저를 겪어보고 아는 사람들에게 ‘정준하는 좋은 사람이야, 괜찮은 사람이지’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관객들에게는 돋보이는 것보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큽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과 영향력을 보여주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좋은 추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베풀려고 해요.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또 욕을 하는 이들을 위해서 방송이든, 뮤지컬이든 계속할 거예요.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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