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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인터뷰]‘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 “대통령 중압감 표현하려 오바마 사진 보며 체중감량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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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 출연한 배우 지진희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진희는 <60일, 지정생존자>를 “10년을 나아갈 힘과 희망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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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인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자리에 앉으니 ‘도대체 이 자리가 뭐길래 사람들이 이 자리에만 앉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 같은 거죠. 박무진은 그 반지를 손에 꼈다가 빼버렸어요. 그 역시 ‘아, 이 힘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을거예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지진희(48)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을 연기했다. 박무진은 대통령과 여당 국회의원, 장관들이 모여있는 국회의사당에 테러가 일어나자 환경부 장관으로서 원치 않게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에 오르게 되는 인물이다.

시청자들 예상과 달리 박무진은 비서진의 대통령 출마 권유를 거절하고 권한대행 임무를 마친 뒤 교수 자리로 돌아간다. 결말과 관련해 지진희는 다른 결말을 상상했다고 털어놨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박무진입니다’라는 대사로 끝나는 결말을 상상했어요. 이건 오로지 제가 멋있어 보이는 결말이죠. 제 욕심대로 결말이 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박무진에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이 결말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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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진희는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을 연기했다. 그는 박무진과 자신이 닮은 점이 많다며 “정치 못지 않게 치열하고 복잡한 연예계에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외부인이라는 점도 박무진과 닮았다”고 말했다. tvN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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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2016년 미국 ABC 방송에서 첫 방송된 원작 <지정생존자>를 그대로 좇지 않았다. 원작이 테러 배후를 찾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혼란기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의 주체적 모습을 강조했다면, <60일, 지정생존자>는 지도자의 성장통에 집중했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를 다루며 포용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진희는 “미국과 우리는 시스템 자체가 다르고, 박무진 역시 원작 주인공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원작에서 참고한 점이 있다면 안경이 아닐까 싶다. 안 끼던 안경을 8개월 정도 끼고 있으니 두통과 코눌림에 힘들었다”며 웃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른 직후 박무진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뛰쳐나와 화장실에서 변기를 부여잡고 구토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얼굴은 수척하고 까맣게 변해갔다. 지진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전후 모습에서 착안한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가정을 이끌기도 힘든데 한 나라의 대통령은 얼마나 중압감이 클까.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고민했어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시작 전후를 비교한 사진을 봤더니, 임기가 끝날 때 정말 폭삭 늙었더라고요. 세월의 흔적이 아닌 스트레스와 압박이 남긴 흔적이었죠. 밥도 안 넘어가는 상황을 표현하려 다이어트를 했고, 마지막엔 바지에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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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진희는 ‘멜로장인’이란 수식어에 대해 “멜로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해야 되지 않을까”라며 “‘그레이 로맨스’는 제가 제일 꿈꾸는 것이다. 백발이 되는 모습을 매일 상상한다. ‘얼마나 잘 어울릴까?’ 그러기 위해선 제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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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진을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정치인이 있냐는 물음에 지진희는 단호하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박무진은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데이터와 원칙만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이 답답할 수도 있지만 합리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 선입견을 가지고 봐선 안 될 인물이었기 때문에 실존하는 정치인을 참고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했다”고 말했다.

지진희는 박무진이 오히려 자신을 닮았다고 했다. 그는 “저 역시 솔직함과 원칙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됐다. 구두와 정장을 불편해하는 모습도 많이 닮았다”며 “정치 못지 않게 치열하고 복잡한 연예계에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외부인이라는 점도 박무진과 닮았다”고 말했다. 지진희는 1999년 배우로 데뷔하기 전 사진작가로 일했다. “제가 만약 연기를 전공했고, 연기 선후배가 있다면 오히려 틀을 벗어나지 못했을 수 있어요. 다른 일을 하다 연예계에 들어온 사람이라 더 객관화될 수 있었고, 특정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죠.”

지진희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2003년 <대장금>에서 ‘종사관 나으리’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최근엔 <애인있어요>(2015), <미스티>(2018)를 통해 ‘멜로 장인’이란 수식어까지 생겼다. 지진희는 <60일, 지정생존자>를 “10년을 나아갈 힘과 희망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정의하며 20주년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예전엔 어떤 일에 있어서 10년 정도 하면 ‘준(準)장인’ 정도는 돼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바닥에서 시작했지만 10년 지나면 만족감을 가지고 다 이뤄져 있을 것만 같았죠. 하지만 10주년을 맞았을 때 그렇지 않았어요. 뭘 잘못했을까, 왜 이루지 못했을까 따져보니 잘못한 건 없었더라고요. 꾸준히 잘했지만, 부족했던 거예요. 또 한 번 10년이 지나 20년이 됐어요. 아직도 부족해요. 이젠 무언가 더 채울 수 있다는 희망을 더 바라보려 합니다. 다음 10년을 위해선 제가 더 노력해야겠죠.(웃음)”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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