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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TEN 인터뷰] ‘광대들’ 김슬기 “수줍음 많아 명랑·쾌활 연기할 때 더 ‘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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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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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광대패의 홍일점으로, 음향 담당 근덕 역을 맡은 배우 김슬기. /조준원 기자 wizard333@


“제 연기를 보고 웃으실 때가 기분이 제일 좋아요.”

넘치는 끼와 재능을 자랑하는 배우 김슬기는 작품 속 감초 같은 배우다. 그런 그가 첫 사극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이하 ‘광대들’)에서 딱 어울리는 역할을 만났다. ‘광대들’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 현상이 권력 실세 한명회의 지시로 광대패가 꾸며낸 이야기라는 상상력으로 만들었다. 김슬기는 광대패의 음향 담당 근덕 역으로, 갖가지 소리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신통방통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 문수동자로, 무당으로도 변신한다. 김슬기는 부끄럼이 많은 성격이라서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오히려 더 즐겁다고 한다. 앞으로 점점 더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어떤 장르도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10. 손현주(한명회 역), 조진웅(광대패 우두머리 덕호 역), 고창석(광대패 홍칠 역) 등 연기력이 출중한 선배 배우들과 작업했다. 함께 연기해보니 어땠나?
김슬기: 재밌게 촬영했다. 마음속에 나만의 수업일지를 썼다. 내가 언제 그런 선배들을 가까이서 뵐 수 있겠나. 선배님들의 평소 모습은 어떤지, 화면에는 어떻게 담기는지 관찰하면서 배웠다. 현주 선배는 세 시간 넘게 분장을 해서 진이 빠질 법도 한데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줘서 감탄했다. 진웅 선배와 창석 선배는 카메라 앞에서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다가 대기할 땐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10. 카메라 밖 그들의 모습은 어떻던가?
김슬기: 현주 선배는 진중한 역할이라 무서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귀엽고(?) 재밌으시다. 그래서 캐릭터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진웅 선배님은 재밌고 섹시하시다. 창석 선배님은 재밌고 재밌고 또 재밌으시다. 선배님 특유의 귀여움과 러블리함이 있지 않나. 나도 현장에서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연기에 집중하면 그게 잘 안 된다.

10. 캐릭터의 성향을 따라가게 되는 편인가?
김슬기: 그렇다. 내가 아직 멀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나. 진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진중해지고, 재밌는 걸 하면 재밌어지고, 우울한 걸 할 땐 우울해진다. 영화에서 근덕은 진중하면서도 엉뚱하고 유쾌하고 인간적이어서 재밌게 연기했다. 팔색조 캐릭터라서 좋았다.

10. 작품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김슬기: 무엇보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그리 무겁지도 않고 너무 코믹하지도 않아서 편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근덕은 광대패의 홍일점인데, 할 말 다 하는 당찬 성격인 데다 이야기의 중심적인 역할도 맡는 여성이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광대패의 음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는 전문성도 갖춘 캐릭터라 매력적이었다.

10. 연기하기 어려웠던 점은?
김슬기: 부처도 됐다가 문수보살도 됐다가 무당도 됐다가···. 확고한 이미지를 가지되 다른 모습이 될 때는 마치 마스크를 바꿔 쓰는 것처럼 확 달라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같은 사람인가?’라고 의심할 정도로···. 변신하는 모습으로 웃음도 주고 싶었다. 한 사람이지만 여러 캐릭터가 돼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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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0. 개성 강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서 외향적이고 활달하다는 이미지로 생각된다. 그런데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단어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걸 보니 실제로는 내향적인 것 같다.
김슬기: 낯을 좀 가리고 부끄럼이 많다.(웃음) 실제로 나를 본 사람들은 반전 매력이 있다며 놀라기도 하고, 반대로 화면과 달라 실망하기도 한다.

10. 정반대 성향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어렵지 않나?
김슬기: 내가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서 개성 강하고 웃기는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래서 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연기했을 때 만족감도 크다. 요즘은 관객들이 어려운 이야기를 보기 힘들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멋있게 나를 보여주기보다 내 연기를 보고 관객들이 잠깐이라도 웃는다면 가치 있는 작업이고, 내 임무를 다한 것 같다.(웃음)

10. 정식으로 사극에 도전한 소감은?
김슬기: 전통 사극 의상을 입고 해본 건 처음인데 쉽지 않았다. 가발도 꽤 무거웠다. 그래서 더 보람 있었다. ‘쉽지 않은 이런 역할도 내가 다 해보네’라고 생각했다.

10. 부담감은 없었나?
김슬기: 컸다. 내가 집 말고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걸 잘 못하는데 거의 지방 촬영이어서 컨디션이 안 좋아졌고 갑자기 계속 토했다. 살면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병원에 갔더니 ‘뇌의 문제’라고 했는데, 스트레스성 증상이라는 말 아니겠나. 보기와 달리 연기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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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 출연한 김슬기는 “영화가 그저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나도 맞장구쳤다”며 “심오한 메시지를 주는 것도 좋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영화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필모그래피를 보면 출연작이 적지는 않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왜 그렇게 긴장하게 되나?
김슬기: 연기는 지식을 공부해 쌓아 나가는 것과 달라서 할 때마다 처음 같다. 늘 제로(0)에서 100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한다. 지난 번에 이 정도 했으니 이번에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한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더 매력 있다.

10. 연기력에 대해서 나쁜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지 않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도 그런가?
김슬기: 연기에는 잘 한다는 게 없는 것 같다. 연기를 할 당시의 감정, 환경, 상대 배우 등 천운이 따라야 그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순간 기적적으로 연기가 나왔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번에 촬영하는 장면도 집중하게 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기한다.(웃음) 그래도 연기를 못 한다. 하면 할수록 어렵다. 차라리 예전에는 ‘날 것’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 알고 연기하니 더 방해받는 것 같다.

10. 슬럼프가 온 적도 있었나?
김슬기: 슬럼프가 종종 찾아온다. 그러면 내가 전에 연기했던 작품을 다시 찾아보면서 저 때 만큼만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마치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듯이 작품 속 내 모습을 관찰해 본다.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공부하기도 하지만 나의 예전 모습도 보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 내가 정형화된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반성한다.

10. 얇고 쨍한 목소리를 가졌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콤플렉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
김슬기: 최근에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내 음역대가 넓다. 평소에는 굉장히 낮은 톤으로 말하는데 연기할 때는 캐릭터에 맞춰 높은 톤이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도 개성 강한 캐릭터라 높은 톤으로 연기했는데 진중한 역할을 할 때는 거기에 맞춰 낮은 톤으로 하게 된다. 내 목소리가 앵앵거린다고 듣기 불편하다는 분들도 있지만 높낮이의 폭이 넓다는 건 장점이다. 얼마 전 ‘드라마 스테이지-내 연적의 모든 것’에서는 작품 분위기에 맞춰 낮은 톤으로 연기했다.

10. 밝고 명랑한 이미지에 애교 넘치는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비슷한 캐릭터만 들어온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싶어서 궁금했다.
김슬기: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캐스팅 제안을 해주는 게 감사하고 시기마다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한다고 봐주시니 계속 불러주시는 거 아니겠나.(웃음) 잘하는 걸 원 없이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역할을 잘 하다가 나중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 오히려 더 크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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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는 눈이 뛰어난 것 같다고 하자 김슬기는 “골라서 한 게 아니라 들어온 걸 한 것이다. 안목이 있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웃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최근에 나온 다른 영화들도 좀 봤나?
김슬기: ‘기생충’ ‘알라딘’. 그리고 ‘미술관 옆 동물원’도 다시 봤다. 대학생 때 연기 공부하면서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이다. 옛날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과 매력, 주옥같은 대사···. 다시 봐도 참 좋은 영화다. 저런 사랑스러운 여자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10.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
김슬기: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해서 내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웃을 때 기분이 좋다. 그걸 생각하면 일상생활을 할 때도 기분이 들뜬다. 그래서 재밌는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작품을 가려서 한 건 아니다. 언제나 (모든 장르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희극을 잘하면서 정극도 잘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배우가 돼보겠다.(웃음)

10. 남은 올해 계획은?
김슬기: 상반기엔 쉬어서 남은 시간은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금은 MBC에서 11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하자있는 인간들’을 열심히 찍고 있다. 영화 특별출연 등 다양한 일을 하려고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게 오랜 만이다. 나를 기다려준 분들께 감사한다. 좋은 연기로 보답하고 싶다. 식상하시겠지만 진심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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