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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인터뷰] ‘오세연’ 예지원 “아줌마들의 판타지래요…악플이 차츰 공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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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은 ‘오세연’에서 부러울 것 없는 아내처럼 보이지만, 치명적인 비밀을 품고 있는 ‘최수아’로 분했다. 사진ㅣ스타투데이DB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아줌마들의 판타지래요. 처음엔 공격적인 악플들이 많았는데, 차츰 줄어들더니 공감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는 거죠. 그런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배우 예지원(46)은 아직도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에 흠뻑 취해 있었다. 모든 촬영이 끝났지만,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보통 드라마가 끝나면 바쁘게 움직이는데,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집에 가만히 있어보긴 처음이었다”고 했다. “수아(예지원 분)와 지은(박하선 분)이는 빨리 나와야 한다고. 작가님이 걱정하시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지난 주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예지원은 “모 아니면 도였다. 이번 드라마를 하길 너무 잘했단 생각이 든다”며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드라마에 대한 아낌 없는 얘기들을 쏟아내던 그는 “아무거나 막 물어보셔도 된다”며 눈을 빛냈다.

무엇보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예지원은 “원작도 훌륭했지만, 우리도 우리만의 힘이 있더라. 우리 정서대로 잘 고쳐져 있고 뒤로 가면서 과하지 않은 신파가 있더라. 건축하듯이 잘 쌓아진 것 같은. 그래서 했다. 아니면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잘못하면 한국인이 서양무용 하는 것 같은, 흑인이 태권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라는 것.

자신은 물론 지인, 가족 역시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의 열혈 시청자였단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엄마에게 효도한 기분이다. 방송이 나가면 지인들로부터 많은 전화가 걸려오더라. 모처럼 딸 노릇을 한 것 같아 으쓱으쓱한 게 있다”며 행복해했다.

최근 종영한 채널A 금토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겪는 어른들의 이야기였다.

예지원은 출판사 사장 이영재(최병모 분)의 아내이자 도하윤(조동혁 분)과 불륜을 벌인 끝에 남편과 두 딸을 비롯한 모두로부터 버림받는 캐릭터 ‘최수아’를 연기했다. 최수아는 화려한 외모와 부유한 삶, 안정적 가정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여자처럼 보이지만 결핍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는 “‘소통’에 관한 드라마였다”고 돌아봤다.

“30~40대 사랑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예요. 단순히 3시에 나가는 게 바람 피우러 가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겠단 거죠. 수아도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옛날 여자예요. 지은과 수아는 재정 상태는 다르지만 안에 있는 것은 비슷해요. 남자 ‘최수아’는 현실에 많은데 여자가 했을 땐 왜 무게가 다를까, 잣대가 달라질까 궁금했어요. 지금은 다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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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도 더욱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제공|팬엔터테인먼트


결혼도 안한 그가 유부녀, 심지어 불륜녀를 연기하기엔 어땠을까. 예지원은 “이건 악역이고 묵은 내공이 나와야 하는데 처녀라 상당히 걱정됐다”고 엄살을 떨었다. 그리곤 “스태프들에게 ‘결혼하면 이래요?’ 물어보기도 하고, 현장에서 결혼한 선배들과 많은 얘길 나누면서 연구했다”고 전했다.

“‘불륜’이라는 장치가 있긴 하지만 사람이 계속 자신을 꽁꽁 싸매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고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모습을 보여줘요. 드라마에서는 불륜이지만 폭발의 형태가 또 다른 사람에게서는 도둑질 등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가 좋아요. 이 역할을 하면서 저와 마주하게 된 것 같아요.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저도 같이 성장했으니까요.”

그가 이번 드라마에 기울인 노력은 각별하다. “최대치를 다 뽑았다”고 할 만큼 응축된 엑기스를 모두 쏟아부였다. ‘최수아’가 되기 위해 의상은 물론이고, 매니큐어를 바르지 말지도 고민했다고 한다.

“그냥 화려하기만 한 여자라면 편했을 거예요.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우아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냥 부잣집 여자가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는데 나를 포기하지 않은 여자. 머리를 안한 것 같지만 분명히 했고요. 손을 다듬기는 하는데 매니큐어는 안했고.”

드라마를 본방사수 하면서 실시간으로 댓글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1, 2회 때는 조금 무서웠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반응이 달라졌다”고 한다.

“처음엔 우려의 목소리가 컸고 불륜 미화냐 이런 얘기들이 많았죠.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불륜 방지 드라마’였어요. 불륜을 하게 되면 이렇게 천벌을 받는구나를 보여준달까요. 화려한 건 앞부분이었고, 5회부터는 처절하게 찍었어요. 오열하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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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예지원과 조동혁의 애정신에는 `파격`이란 수식어가 달렸다. 사진ㅣ스타투데이DB


조동혁과의 애정신 앞에는 늘 '파격'이란 수식어가 달렸다. 예지원은 상대 역 조동혁에 대해 “‘하윤이’는 불륜계 순결남”이라고 비유했다.

“키스신이요? 좀 길었죠. 불륜? 파격? 이런 수식어가 있는 상황에서 보니 더 야하게 보이는 걸 거예요. 이게 로맨틱 코미디였으면 그만큼 강했을까요? 상의 탈의도 없고 긴 치마에 카디건 하나 벗었을 뿐인데...(웃음)”

예지원은 주변에서 뜨거운 관심을 느꼈다고 했다. 시청률 수치로는 말할 수 없는 체감 인기를 느꼈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의 힘을 대본에서 찾았다. “대본의 승리였다. 영상이 예뻐서 많은 점수를 받긴 하겠다 했는데, 1-2부를 보면서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 역량보다 훨씬 공부했어야 했다. 제가 잘 우는 배우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 필요한 거다. 이걸 이해하고 같이 아파해야 하는데 넘어야 할 고비가 큰 숙제 같았다. 다행이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다”고 후일담을 곁들였다.

“여자끼리의 멜로, 이게 더 어렵다 생각했죠. 수아에게 중요한 신은 지은과의 신이에요. 대본 100번도 넘게 본 거 같아요. 제일 큰 숙제였죠. 하선 씨가 되게 잘 맞춰요. 수아가 지은이 집에 찾아가는 장면은 설레더라고요. 수아가 지은이에게 ‘너도 이렇게 해봐’ 자랑하잖아요. 살면서 내 편을 하나 만난 거죠. 해방감이랄까요. 다행히 그 신이 안 줄어든 걸 보면 케미가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워맨스라고 하잖아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찍으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좀 달라졌다. “‘아 이게 생횔이구나, 신중하게 하는 거구나’ 싶다“며 “수아처럼 오후 3시에 나갈 수 없지 않겠냐“며 까르르 웃었다.

“결혼 생각요? 당연히 많죠. 무용할 땐 전화통에 불이 났는데, 지금은 많이들 어려워해요. 연기자로서 대접받아 감사하긴 한데, 남녀로는 보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이 가장 여유롭고 편한 시기에요. 연애하기 딱인데 말이죠. 어디 맞선이라도 봐야 할까 봐요. 하하.”

happ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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