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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녹두전' 강태오 "악역 생각 안 해…동주 '찐사랑' 슬퍼"(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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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전'서 차율무로 활약…원작 없던 캐릭터 재해석

순애보VS인조반정 서사 끌렸다…율무 마음에 집중

실제로도 '요섹남'…"극 중 빙수 직접 만든 것"

이데일리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kbs2 드라마 ‘녹두전’ 배우 강태오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여러 사람들을 해치고 녹두, 동주에게 상처를 준 나쁜놈인데도 율무 힘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시니 너무 감사했죠.”

배우 강태오는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을 통해 첫 사극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그는 극 중 동주에 대한 순애보를 키워온, 하지만 훗날 광해군에 대한 반정을 도모해 인조가 되는 능양군 차율무 역할을 맡았다. 극 초반에는 자상한 매력으로 여심을 저격했지만 중후반부터 사랑하는 이에 대한 집착과 왕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등 확연히 다른 ‘반전 매력’을 선보여 ‘흑화 율무’, ‘다크 섹시’ 등의 수식어까지 얻었다.

그간 키다리 아저씨, 순수한 짝사랑 서브남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어온 그로서는 여러모로 연기 변신을 꾀한 도전이었다. 강태오는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녹두전’ 종영 인터뷰를 통해 “‘녹두전’이 시청자들에게 ‘강태오란 배우에게 이런 면모도 있었네?’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드라마로 남을 수 있길 소망한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녹두전’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기반해 제작된 드라마다. 하지만 강태오가 맡은 차율무는 원작에 없는 새롭게 추가된 주연 캐릭터라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원작의 내용 및 인물 관계와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를 둔 세간의 우려도 적지 않았던 터. 강태오는 이에 대해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원작에 있는 캐릭터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대본을 보자마자 율무란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실 초고를 8부까지 받아 쭉 읽어서 율무가 인조 능양군이라는 설정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특히 반전 매력과 서사를 지닌 이 캐릭터에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다만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해석으로 탄생한 인물이기도 해 캐릭터 연구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다고 했다. 강태오는 “인조가 직접 인조반정을 기획, 주도했다는 새로운 해석에 기반해야 했기에 연기 과정에서 참고할 모델이 없었고 서사에 집중해야 했다”며 “극 초반에는 능양군인지, 인조인지 여부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인조로서보다는 동주의 옛 정혼자, 그를 사랑했던 차율무의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주에 대한 순애보가 어떻게 집착으로 변했던 건지, 동주에 대한 사랑과 왕위에 대한 야망 등 두가지 꿈을 율무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서사에 집중했다”며 “마음 속으로 캐릭터의 마음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그렸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라면 어땠을 거 같냐’는 등 질문도 많이 던졌다”고 덧붙였다.

“율무를 두고 악역이다, 빌런이다 혹은 ‘흑화했다’는 표현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율무가 악역이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하진 않았어요. 악역이니까 썩소를 지어야 해, 이런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그 상황과 서사에 매진을 했죠. 시청자 분들의 공감대를 얻고자 시청자 입장으로 생각하며 감정선을 그려나갔던 거 같아요.”

극 중 짝사랑을 한 김소현(동동주 역)과의 호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꼽았다.

강태오는 “율무가 과부촌에 불을 지르기 전에 동주만 빼내려고 한양으로 오라고 제안하는 장면이 있다. 그 때 동주가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녹두에 대한 마음을 고백한다”며 “율무가 동주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 놈 때문에 우는구나, 나를 향한 경고가 아니라 그 놈을 향한 고백이군’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고 언급했다. 이어 “율무의 표현방법은 잘못된 게 맞지만 그렇게라도 동주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던 율무가 안타까웠다. 비뚤어졌지만 ‘찐사랑’은 맞는 것 같다”며 “예전부터 옆을 지켜오며 마음을 받고자 기다린 사람을 한순간에 여자인줄 알았던 놈에게 뺏겨버렸으니 얼마나 싫었겠냐”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시청자의 마음으로 자신이 꼽은 ‘최고의 사이다 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녹두가 대나무숲에서 율무를 납치해 두들겨 패는 장면이 있다. 율무를 연기했지만 방송을 모니터할 때는 시청자의 마음으로 보는 편인데 위기의 상황을 어떻게든 요리조리 얄밉게 피해나가며 악행을 일삼던 율무가 처음으로 잡혀 두들겨 맞는게 시청자 입장에서 속 시원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극 중 차율무가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 캐릭터라 겪을 수 있던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강태오는 “극 초반에 율무가 기방 사람들을 위해 홍시 빙수를 만들어주는 과정이 몽타주로 나오는데 대역 없이 제가 실제로 만든 것이다. 제빙기가 없는 조선 시대임을 감안해 벽돌같은 얼음을 직접 칼로 갈아 만드는 과정들이 신기했다”며 “빙수는 실제로도 정말 맛있었다. 팔아도 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실제로도 요리를 좋아한다고. 강태오는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나름대로 잘한다고도 생각한다”며 “특히 된장찌개 만큼은 소속사 본부장님도 인정하셨을 정도로 맛깔나게 끓일 자신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요섹남’이란 차율무의 설정이 인조반정을 꿈꾼 능양군 차율무와의 모습과 이미지적 대조를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요리를 하기 위해 과도(果刀)를 드는 모습과 장검을 드는 모습이 극적 대조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똑같이 칼을 사용하지만 방향성과 용도가 전혀 다르지 않나. 그런 면이 율무의 반전 매력을 끌어올리는데 한 몫했다”고 덧붙였다.

“처음 ‘녹두전’을 맡기 전까지 사극 연기 도전이 힘들 것이란 주변 우려가 많았어요. 물론 힘든 과정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기억이 훨씬 많았던 것 같아요. ‘녹두전’을 바탕으로 좋은 기회가 온다면 다른 사극에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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