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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마지막 승부' 이후 25년 만에 대박 난 스포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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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 9회만에 시청률 15.5% 기록

경기 장면 거의 없어도 흥미진진

"선은 니가 넘었어!" 외치는 등 사이다 발언으로 직장인 공감 얻어

1994년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 이후 처음일 것이다. 스포츠 드라마가 이처럼 뜨겁게 회자된 건. 야구를 소재로 한 SBS 금토 드라마 '스토브리그' 얘기다. 11일 방송된 9회 시청률이 15.5%를 넘었다. 첫 회(5.5%)의 3배다. 주인공 백승수 역의 남궁민을 제외하면 톱스타 한 명 나오지 않는 드라마에 사람들은 왜 열광할까.

◇야구 팬들의 대리 만족

스토브리그(stove league)란,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서는 것을 지칭한다. 할리우드 영화 '머니볼'처럼 신임 단장 백승수가 세이버메트릭스(통계학적 분석론)를 바탕으로 꼴찌팀 드림즈를 살려내는 과정을 그린다.

조선일보

‘스토브리그’는 야구팬들을 대리 만족시킬 뿐 아니라, 직장인들을 위한 사이다 역할도 해준다. 관중석에서 야구장을 보고 있는 단장 남궁민(왼쪽)과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 박은빈(오른쪽).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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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 등장하는 선수, 구단 등을 보고 야구 팬들은 "이 장면은 ○○팀"이라고 할 만큼 드라마엔 디테일이 살아 있다. 대표적인 묘사가 "꼴찌팀의 타자왕" "팬들이 보살" "연봉이 하락한 프랜차이즈 선수" "전화번호 같은 정규리그 역대 순위" 등. 회가 거듭할수록 꼴찌를 가장 많이 했던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서로 "우리 팀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이신화(34) 작가의 취재력이다. 이번 작품이 데뷔작인 그는 대본을 쓸 때 SK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야구학회(야구를 사랑하는 모임) 등 18명에게 자문을 했다고 한다. "응원하는 특정 구단은 없다"며 고향을 공개하지 않는 그는 1980~90년대 전설의 투수 선동열을 보며 자란 '낭만파 야구 팬'이라고 한다.

◇고인물 퍼내는 오피스 드라마

야구 드라마지만 경기 장면은 거의 안 나온다. 오히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부분은 '협상' 장면이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사람도 열광한다. 직장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오피스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굴러온 돌이 이끼 가득 낀 박힌 돌을 빼내는 과정을 보며, '고인물 횡포'로 힘들어하던 직장인들은 희열을 느낀다.

찰진 대사와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이 그 중심에 있다.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이 무례한 선수에게 "선은 니가 넘었어!"라고 외친 대사는 유행어가 될 조짐. 운영팀 막내 직원 한재희(조병규)가 회사를 나간 상사에게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되죠"라고 말하는 부분은 '최고 사이다였다'는 평가다. 주인공 백승수가 말한 "누가 누굴 돕습니까? 각자의 자리에서 남들만큼만 해주세요"는 직장인이 가져야 할 자세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깨알 재미들로 스토브리그는 '야잘알(야구를 잘 아는 사람)'뿐 아니라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모두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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