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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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뮤지컬 배우 이지혜가 전 세계를 휩쓴 영화 '기생충'의 출연 비화부터 수상 소감까지 털어놨다.
뮤지컬 '레베카'에 출연 중인 이지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흥인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타데일리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레베카'는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레베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뮤지컬로 2013년 한국에서 초연됐다. 이후 2017년 네 번째 공연까지 총 517회, 동원 관객 67만 명, 평균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한 흥행작이다.
'레베카'에는 멋진 신사인 '막심 드 윈터'와 순수한 매력의 '나(I)' 그리고 기묘한 분위기의 '댄버스 부인' 등 다채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아름답지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맨덜리 저택에서 미스터리한 이야기의 주체가 되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증폭시킨다.
이지혜는 중앙대 성악과 출신으로 2012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데뷔했다. 이후 '안나 카레니나', '팬텀', '드라큘라', '베르테르' 등 굵직한 뮤지컬에 출연한 이지혜는 현재 '레베카'에서 '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Q. 먼저 '레베카'에 또 한 번 참여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이지혜: 매력 있는 역할에 한 시즌도 아니고 두 번이나 참여할 수 있게 돼서 매일매일 무척 재밌게 공연 중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고 여전히 매일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저의 '이히(Ich: 독어의 1인칭 대명사)'를 응원해주는 팬들과 좋아해 주는 관객들이 있어 기쁘다. 제가 사랑하는 역할을 좋아해 주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쾌락과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Q. 성악을 전공했더라. 어떻게 뮤지컬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지혜: 뮤지컬에게 선택받은 거다.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악가라는 꿈을 꿨는데, 연기자도 제 장래희망 중 하나였다. 어렸을 적 집에서 혼자 연기하면서 노는 게 취미였다. 엄마가 집을 나가시면 혼자 한복을 입고 사극을 찍었다(웃음). 이후 뮤지컬을 보고 본격적으로 무대 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됐던 거 같다.
Q. 처음 본 뮤지컬은 어떤 작품인가?
이지혜: '오페라의 유령'이다. 보는 동안 '나도 저 노래 부를 수 있는데',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따라 불렀는데 너무 쉽더라. 어린 나이에 겁이 없기도 했고, 그때는 고음이 무척 쉬웠다. 그 작품을 보면서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다.
Q. 지혜 씨가 맡은 '나'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특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지혜: 너무 지질하게만 느껴지면 보시는 분들이 답답하지 않나. 이 친구를 관객들에게 이해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네 일이었다면? 당신이라면 어떨 거 같아?' 같은 질문을 던지려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도 듣는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재미없지 않나.
이히는 레베카만큼 예쁘고 섹시한 여성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것이지 않나. 막심이 끌릴 수 있고, 빠질 수 있는 요소들을 돋보이려 노력했다. 관객들이 '왜 레베카 같은 여자를 만나다가 이 여자를 만나지?'라는 생각은 안 들게끔 말이다. 그리고 막심이 의지할 수 있는 여자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주체적이진 못하지만, 멍청하지만은 않은 그런 순간도 강조하고 싶었다.
Q. 지난 시즌과 비교해 현재 본인의 연기가 마음에 드나?
이지혜: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인생에서 연륜을 무시할 수 없듯이 저는 배우로서 한 캐릭터로 대입해 살아온 시간이 있기에 저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더 나은 이히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더욱 가까워지려고, 좀 더 나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항상 그 고민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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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 '레베카'에는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는다. 지혜 씨가 머릿속으로 그리는 레베카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이지혜: 처음에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게 하나도 없어 '나'가 이길 수 없는 우월한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 보면 '나'도 레베카가 없는 면을 갖고 있지 않나.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른 건데,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아 그림자에 갇혔다. 레베카가 사실 그렇게 대단한 여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또, 레베카는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보니 '나'에게 없는 것만 대입해 놓은 완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로 인해 이히는 레베카를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여기지만, 사실 레베카는 '나'가 경계하고 견주어야 할 상대가 아니다.
Q. 한 작품을 맡으면 수 개월간 한 캐릭터의 삶을 반복하지 않나. 작품이 끝난 뒤에 잘 헤어나오는 편인가?
이지혜; 그렇지 않다. 지금도 맡았던 캐릭터들을 상상해보면 그립고, 잘살고 있나 하는 걱정도 든다. 어딘가 그대로 살고 있을 것 같아 짠한 캐릭터도 있고, 잘살고 있겠지 하는 캐릭터도 있다. 영화, 드라마를 볼 때도 깊게 빠지는 스타일이라 무척 대입돼서 힘들다. 그게 캐릭터를 만들 때는 장점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삶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Q. 유난히 헤어나오기 힘든 캐릭터도 있었나?
이지혜: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프랑켄슈타인'의 까뜨린느다. '프랑켄슈타인'은 모두 1인 2역을 연기하는데 저는 귀족 여성인 줄리아와 최하위층의 까뜨린느를 맡았다. 까뜨린느는 한 번도 인간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캐릭터라 자신을 사람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짐승처럼 생각하며 살아가다 결국 숨을 거둔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죽음이 무척 안쓰러웠는데 나중에는 이 캐릭터가 죽기 때문에 자유를 찾는 게 아닌가 싶더라. 힘든 삶을 그만하고 다른 좋은 삶으로 환생해서 다시 살아가는 게 오히려 해피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장 안쓰러웠던 캐릭터는 '베르테르'의 롯데다. 롯데는 베르테르가 자살한 게 자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자책 속에서 살아간다. 스스로 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나. 베르테르가 죽고 나서 롯데의 삶을 떠올리니 너무 안타깝더라. 롯데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살아갔을지가 보여서 더 안타까웠다.
Q. 오스카상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가든파티 장면에서 아리아를 부른 배우가 지혜 씨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영화에 삽입된 음악 또한 직접 추천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이지혜: 오디션을 봤다. 성악가 역할을 오디션 본다고 해서 지원했고, 합격했다. 이후 봉준호 감독님이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셔서 제가 샘플로 몇 곡을 보내드렸다. 제가 보낸 곡 중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 중 '나의 사랑하는 이여(mio caro bene)'가 봉 감독님이 원래 생각하셨던 바로크 양식의 곡과 겹쳐 영화에 사용됐다. 추천하면서 생뚱맞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Q. 사실 지혜 씨의 '기생충' 출연 비화는 옥주현 씨 개인 SNS를 통해 들은 거라 더욱 특별했다.
이지혜: 주현 언니는 저를 딸처럼 생각하기에 "얼마나 대견하냐"면서 사람들이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는 '기생충'의 엄청난 인기에 묻어가려는 것처럼 보일까 봐 내심 걱정했는데, 언니가 과장하지 않고 팩트만 SNS에 썼더라. 사실 '기생충'은 언니와 친한 (조)여정 언니도 출연한 작품이다 보니 주현 언니가 더 신나 했다. 언니가 올린 글 덕분에 기자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됐다. 감사하다.
Q. 큰 역할은 아니지만, 출연한 작품이 전 세계에서 상을 받으니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이지혜: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등 유수의 영화제를 휩쓰는 걸 보고 내 인생에 이런 행운이 있을까 싶었다. 대대손손 자랑할만한 이야깃거리이지 않나. 무척 영광스러웠다.
한편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2020년 3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류정한, 엄기준, 카이, 신성록, 옥주현, 신영숙, 장은아, 알리, 이지혜, 박지연, 민경아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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