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의 투수 유망주 유민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채종협. /이승현 기자 lsh87@ |
배우 채종협이 안방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14일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서다. 극 중 드림즈의 투수 유망주 유민호 역으로 열연한 그는 신예답지 않은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주목받았다. 남아공에서의 모델 활동을 시작으로 웹드라마 ‘흔들린 사이다’ ‘오늘도 무사히’ ‘루머’ 등을 통해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오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 채종협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스토브리그’를 발판삼아 올해부터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그에게 ‘스토브리그’는 배우로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앞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나 경험을 쌓고 싶다는 채종협을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10.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소감은?
채종협: 많은 관심을 줘서 감사하다. 데뷔작인 만큼 정말 뜻깊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처음으로 믿어준 작품이고,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서 그런지 잊고 싶지 않은 현장이다. 그래서 너무 아쉽고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작품에서 어떤 감독님과 작가님, 선배님들을 만날까 싶은 마음에 설레기도 한다.
10. 남아공에서 모델 활동을 하다가 배우로 전향했다고 들었다.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채종협: 모델로 데뷔한 이후 미국 드라마 오디션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걸 준비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 에이전시 실장님이 나에게 읽어보라면서 시나리오를 주곤 했다. 모델보다는 배우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델을 그만두고 배우를 준비하게 됐다.
10. 남아공에서 모델을 하게 된 이유는?
채종협: 처음에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태국에서 1년 정도 유학 생활을 했다. 그러다 남아공으로 넘어가서 4~5년 정도 살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원해서라기보다 부모님이 원해서 유학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점점 커질 무렵에 친한 형이 ‘남아공에서 모델 일 한번 해볼래?’라고 추천해서 하게 됐다.
10.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채종협: 처음에는 이창권(김강민 분), 백영수(윤선호 분), 유민호 이렇게 세 개의 캐릭터를 생각하고 오디션을 봤다. 1차 오디션을 보고 떨어진 줄 알았는데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뻤다. 2차 오디션 때는 유민호를 염두하고 오디션을 봤는데 캐스팅이 돼서 출연했다.
10. 유민호 역에 캐스팅된 후 정동윤 PD, 이신화 작가가 어떤 말을 해줬나?
채종협: 작가님은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라는 야구선수를 보고 모티브를 얻어서 유민호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했다. 그래서 유민호를 분석할 때 오타니 쇼헤이를 참고하면서 준비했다. 감독님은 ‘너를 유민호로 캐스팅한 이유가 있다. 유민호로서 해줘야 할 부분에서는 해줘야 한다’며 포괄적으로 말했다. 그 덕에 유민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만약 감독님이 유민호에 대한 설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면 정해진 인물의 특성에 갇혀있었을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해 폭넓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10. 유민호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점은?
채종협: 캐릭터의 설명란을 보면 ‘야구 바보, 실제로 좀 바보’라고 적혀 있다. 유민호 역에 캐스팅됐을 때 순박하고 갓 사회에 나온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게끔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웃을 때도 순박하고 해맑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10. 투수 유망주라는 인물의 설정상 준비할 것이 많았을 것 같다.
채종협: 가장 신경 쓴 것이 투구 폼이다.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단기간에 프로 선수처럼 보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프로 선수처럼 폼이라도 나와야 할 것 같았다. 선수들이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어디에 발을 딛고 공을 던지는지 하나하나 준비했다. 또 감독님이 몸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해서 운동과 식단 조절을 병행했다. 하루에 세 번씩 운동하고 많이 먹으면서 6~7kg 정도 찌웠다. 촬영이 끝난 지금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채종협은 ‘스토브리그’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마지막 날, 드림즈가 모여 맥주를 마셨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
10.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채종협: 작품을 찍는 5~6개월 동안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팔꿈치는 괜찮나?’ ‘그 정도 연봉도 나쁘지 않다’ 등 많은 소리를 들었다. 촬영할 때만큼은 최대한 유민호로 살려고 했는데 유니폼을 입으니까 나도 모르게 과몰입이 되더라. 아직도 유민호에서 못 빠져나오는 것 같다.
10. 극 중 유민호를 드림즈로 이끌어준 스카우트팀 양원섭(윤병희 분) 팀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채종협: 작품 초반 드림즈에 들어가기 전에 윤병희 선배님과 함께 촬영했다. 당시 데뷔작인 만큼 잘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윤병희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서 많이 이끌어주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10. 유민호를 연기할 때 입스(YIPS,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장면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채종협: 많이 힘들었다. 운동선수들이 심리적인 요인으로 근육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런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면 일반인에게도 해당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연기를 할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줘도 될까 말까 할 때가 있다. 그런 심리적인 문제가 연관성이 있을 거라고 느꼈다.
10. 유민호와 자신이 닮은 점이 있다면?
채종협: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많이 닮았다. 유민호를 연기하면서 닮고 싶은 점도 있다. 유민호가 매사 힘든 일이 있어도 꾸준하게 노력하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뚜렷한 목표는 있지만 생각이 많아서 여기저기로 새는 편이다.
10. 연기하면서 아쉬웠던 장면은?
채종협: 유민호가 나오는 모든 장면이 만족스럽지 않다. 데뷔작이라 그런지 부족한 부분들만 보였다. 다시 연기할 기회가 있다면 유민호를 보다 근접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10. 유민호가 11승 7패라는 기록을 남겼다. 만족스러운 성적인가?
채종협: 너무 만족한다. 신인왕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다. 유민호가 입스를 극복한 후 정말 많이 노력했다는 것을 성적으로 보여줬다.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낸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10. 마지막 회에서 펭수를 만났다.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채종협: 촬영하기 전까지만 해도 펭수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당시 유민호에게 빠져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극 중 펭수한테 잘 보이기 위해 분칠하는 장면이 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신기해하는 것처럼 연기해야겠다 싶었다. 근데 막상 실제로 만나니까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너무 신기했고, 그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명함도 받았다. 지금 집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채종협이 극 중 드림즈 선배들과 연기하는 날에는 볼이 아플정도로 웃으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승현 기자 lsh87@ |
10.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떻게 푸는 편인가?
채종협: 예전에는 운동으로 풀었다. 지금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 중이다. 사진을 찍거나 노래를 듣는 등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다시 찾는 중이다.
10.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나?
채종협: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에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접해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겪었던 감정이나 기억을 끄집어내서 연기하려고 하는 편이다.
10. 롤모델은 누구인가?
채종협: 모든 선배님이 롤모델이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 선배님들의 멋있는 점을 다 배워서 내 것으로 습득하고 싶다.
10.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품은?
채종협: 아직까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어떤 작품이든 다 도전하고 싶다. 많이 경험하고 표현하면서 제일 끌리고 맞는 캐릭터를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고 싶다.
10. 데뷔작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 같은데?
채종협: 부담감이 크다. 이번 작품은 내가 잘해서 잘 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님과 선배님, 스태프가 있었기에 유민호라는 캐릭터가 빛을 발했다.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통해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미숙한 것 같아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해서 ‘채종협에게 이런 면도 있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보여주고 싶다.
10. 채종협보다는 유민호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게 들린다. 활동명을 변경해볼 생각은 없나?
채종협: 근래 가장 많이 듣고 있다. 회사에서도 유민호라고 부른다. (활동명 변경에 대한)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다. 이름이 어려워서 개명이나 가명도 생각했지만, 그만큼 특별하고 독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채종협이라는 배우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활동하는데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유민호라는 이름은 마음 한편에 잘 간직하겠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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