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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더 내밀하게, 적나라하게…도 넘은 관찰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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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내의 맛>, <살림남>, <부러우면 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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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처음에 연애할 때는 산뜻하고 늘 단정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랑 비슷하게 추리닝(트레이닝복)을 입어요. 요즘 들어 그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말 나온 김에 세게 얘기했습니다.”

지난 11일 방송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 팝핀현준은 아내인 국악인 박애리에게 ‘흰머리가 많다’ ‘늙어 보인다’ ‘집에서 트레이닝복을 입지 말라’ 등 무례한 말을 쏟아냈다. 도 넘은 외모 지적, 어머니에게 가사노동을 전담시키는 모습 등 이날 방송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팝핀현준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출자에게 항의를 부탁드린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처음 출연한 배우 강성연, 재즈 피아니스트 김가온 부부 역시 주된 방송 내용은 독박육아, 살림에 시달리는 강성연의 일상이었다.

연애·이혼 등 사생활 예능화 시대

시청률에선 안전한 상품이지만

논란 끊이잖는 고위험 상품이기도

시대에 동떨어진 연출방식 답습

성 고정관념 고착화 지적도 대두


연애·결혼, 심지어 이혼까지.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소재로 한 관찰예능 프로그램이 방송사의 ‘주력상품’이 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높은 화제성으로 시청률 측면에선 실패할 위험이 적은 안전한 상품이지만, 지나친 사생활 공개와 시대착오적 연출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는 고위험군 상품이기도 하다. 각종 논란 뒤에도 끊이지 않는 관찰예능에 일부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MBC는 9일 실제 연예인 커플들의 연애사를 공개하는 관찰예능 <부러우면 지는 거다>를 처음 방송했다. 가수 레인보우의 지숙과 프로그래머 이두희,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송현과 스쿠버다이버 남자친구 이재한, 요리사 이원일과 김유진 PD의 연애 일상이 가감 없이 공개된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최고 시청률 4.9%(수도권 기준)를 기록한 이날 방송은 집 안부터 데이트 장소 곳곳을 좇았다. ‘리얼한 러브스토리’를 담겠다는 기획 의도처럼 스킨십이나 애정행각도 스스럼없이 공개됐다.

스튜디오에 자리한 패널들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연신 “부럽다”를 외쳐댔다. 하지만 시청자 반응은 달랐다. 실제 커플의 사생활 공개가 어디까지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과 함께 한 여성 출연자에게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과도한 애교를 부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연인 사이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애정 표현이었지만, 사생활이 예능이 되면서 수위 높은 비난까지 받게 된 것이었다. 시청자 김모씨는 “각자 연애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비난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비단 한 출연자의 문제가 아니라, 연예인 커플이라는 소재가 사생활을 엿본다는 흥밋거리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 시청자들 피로감 호소에

일종의 ‘쇼’로 보고 거리 두기 조언


연예인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관찰예능이 대체로 가부장제나 연애중심주의 등 시대와 동떨어진 연출 방식을 답습하며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이혼 경력이 있는 여성 연예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는 재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출연자에게 부모가 재혼을 강요하는 모습, 이혼 경험을 ‘결점’으로 표현하는 장면 등이 나왔다.

TV조선 <연애의 맛> 시리즈는 가상 연애 커플의 현저한 나이 차이가 논란이 됐다. 시즌1의 평균 나이 차는 13.2세, 시즌2는 10.4세였다. 같은 방송사 <아내의 맛> 시리즈는 고부 갈등이나 난임과 같은 사적인 문제를 시청률 견인을 위해 자극적으로 소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엔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가 출연진의 사건·사고로 폐지 요구에 휘말린 바 있다.

한 케이블 예능 PD는 “구설이 끊이지 않지만 관찰예능이 계속 만들어지는 건 결국 시청률 때문”이라며 “관찰예능의 경우 출연료 외에 제작비도 크지 않아 촬영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 대비 시청률이 잘 나온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관찰예능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 한 프리랜서 방송작가는 “특히 연애나 결혼생활을 주제로 한 관찰예능은 타깃층이 젊은 시청층보다는 중장년층이다. 이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연출이 구시대적이란 느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청자들도 너무 과하게 몰입해 특정 출연자를 비방하기보다는 일종의 ‘쇼’로 보고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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