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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손호영 기자의 딴지 걸기] '선넘규'로 뜬 장성규… 어디까지 넘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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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선을 넘을 듯 안 넘을 듯 아슬아슬한 개그가 그의 매력인 줄 알았습니다. 그가 지상파 방송에서 한 발언이 이번 달에만 두 번이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안건으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이제 그의 별명처럼 '선 넘는 장성규(선넘규)'가 맞나 봅니다.

지난 18일 회의에선 이런 내용이 안건으로 올라왔습니다. MBC의 '구해줘! 홈즈'였습니다. 장성규씨가 예비부부 신혼집 화장실의 'BATH' 표시를 가리키며 "뭘 바쓰? 몰래 봐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작진은 한술 더 떠 폴리스라인 CG와 사이렌 소리 효과음을 넣으며 문제를 키웠습니다. 결국 MBC 예능부장이 방심위에 나와 해명했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를 연상케 하는 소재를 웃음의 소재로 삼은 데 100% 공감한다. 제작진이 조금 더 포장하면 괜찮을 거라는 얄팍한 생각을 했다. 저희가 무지해서 생긴 일이다." 방심위는 행정지도인 '권고'를 내렸습니다.

조선일보

지난해 10월 방송된 MBC ‘구해줘! 홈즈’의 한 장면. 방송인 장성규가 화장실을 둘러보고 있다. /MBC


25일 심의에선 본인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MBC FM 아침 방송이 문제가 됐습니다. 핀란드 총리가 장관 12명을 여성으로 지명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입니다. 출연자가 "장관들이 쭉 서서 사진 찍었는데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장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진 보니까 다들 뭐 미인 대회 하시는 것처럼 너무 아름다우신 분들이…."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 하실 건가요? 여성들에겐 다를 겁니다. '화장실 몰카'는 웃음으로 넘어가기엔 너무나 일상적인 공포입니다. 한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여성 장관들을, 외모로 줄 세워 등급 매기는 '미인 대회' 정도로 비유하는 건 참 힘 빠지는 일이지요.

방송 진행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개그를 하고 싶은 거라면, 선배 희극인 장도연씨에게 배우기를 추천합니다. 지난해 한 방송사의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한 그는 한 토크쇼에서 "어떤 개그를 추구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더군요. "누구 하나 언짢은 사람이 없는 개그"라고요. "개그하고 발 뻗고 누운 적이 별로 없어요. '내 얘기로 누군가는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서요." 그녀는 그날 이런 말도 했습니다. "예쁘다는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손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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