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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올여름 날 사로잡을 BIFAN…2편 '아시아 영화'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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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2차 추천작 10편-②]

김영덕·모은영 프로그래머의 선택2020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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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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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 그곳에서 온 장르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영덕·모은영 프로그래머가 42개국에서 온 194편의 영화 중 아시아 지역 작품 5편을 골랐다. 과연 어떤 영화가 영화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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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마술 : 보육원의 비밀 / The Queen of Black Magic

│섹션 : 부천초이스
│감독 : 키모 스탐보엘
│상영작 정보 : 인도네시아, 2019, 99분, 한국 프리미어

행복한 가정을 꾸린 하니프는 아내 나디야와 세 자녀를 차에 태우고 외딴곳으로 떠난다. 도착한 곳은 자신이 자라난 보육원. 병든 보육원 관리인 반디씨의 문안을 위해 어릴 적 친구 안톤과 제프리 가족도 보육원으로 모인다. 보육원을 지키고 있는 젊은 부부의 환대를 받으며 그들은 하룻밤 머물기로 한다.

방문객들은 한 명 한 명 치명적인 흑마술에 걸려 희생되어 가고 어느덧 평화롭던 보육원은 벗어날 수 없는 핏빛 공포의 공간이 된다. 하니프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잊고 있었던 보육원의 어두운 비밀을 마주해야 한다.

☆관람 포인트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왕성한 작업을 해온 모브라더스의 키모 스탐보엘이 조코 안와르의 각본을 들고 찾아왔다. 클래시컬한 호러이며 공포에 매우 충실하다.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차근차근 캐릭터를 구축하고 몇 가지 호러의 징후들을 심어 놓은 후 감독은 빈티지 고어 스타일의 호러를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악의 평범한 얼굴과 억압된 것의 귀환과 복수라는 정통 호러의 주제를 마지막까지 밀어붙이는 박력 있는 빈티지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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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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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현장(A Witness Out of the Blue)

│섹션 : 월드 판타스틱 레드
│감독 : 풍지강
│상영작 정보 : 홍콩, 2019, 104분, 한국 프리미어

마음 약한 람형사(루이스청/장계총)는 길냥이들을 돌보느라 빚을 지고 빚쟁이에게 쫓긴다. 한 사내의 시체가 발견되고, 현장을 목격한 말하는 앵무새는 결정적인 증거로 람형사에게 맡겨진다.

사망자는 3개월 전 일어난 보석상 강도 사건의 가담자이며, 강도사건 주모자인 션웡(루이스쿠/고천락)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쫓기게 된다. 카리스마가 1도 없는 형사지만 나름의 촉이 있는 람형사는, 웡이 아니라 상사 입사오칭 반장(필립컹/강호문)을 의심한다.

☆관람 포인트

<소림축구>를 비롯 주성치와 두기봉 감독의 수많은 작품에 각본가로서 이름을 올린 풍지강 감독은, 감독으로서도 현대적 웨스턴에서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 왔다. 이번에는 색다른 스릴러에 도전했다. 하드보일드에 한 스푼의 멜로가 추가된 범죄스릴러라고나 할까.

고정된 선악 구도가 아닌 영화 속 시간 전과 후를 연결하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하고 전도되는 선악의 구도가 감독의 세계관을 엿보게 한다.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던진 참신한 앙상블 캐릭터와 주연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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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K(RKAY)

│섹션 : 월드 판타스틱 블루
│감독 : 라자트 카푸르
│상영작 정보 : 인도, 2019, 96분, 월드 프리미어

영화감독 RK는 주연 마붑 역을 자신이 직접 맡아 신작을 찍고 있다. 어느 날 편집실에서 긴급한 전화가 온다. 러쉬에도 네가에도 필름 속에 있어야 할 마붑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 RK는 영화 속 킬러에게서 도망치다가 현실세계로 빠져나온 마붑을 발견하여 집으로 데리고 온다.

자신이 영화 속에서 빠져나온 캐릭터인 줄 모르는 마붑은 보통사람처럼 행동한다. RK는 과연 마붑을 다시 돌려보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까?

☆관람 포인트
인도 독립영화의 대부인 라자트 카푸르(RK) 감독이 각본과 감독, 일인이역의 주연까지 도맡아 한 작품이다. 창조주보다도 훌륭하고 현실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창조물. 하지만 영화 속 RK 또한 영화 바깥의 진짜 감독 RK가 창조해 낸 허구인 것이다.

우디 앨런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연상시키는, 시뮬라크르(simulacre,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의미하는 철학 개념)의 역습이자 영화창작에 대한 자기 반영을 담은 유쾌하고 세련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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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On-Gaku: Our Sound)

│섹션 : 월드 판타스틱 블루
│감독 : 이와이사와 켄지
│상영작 정보 : 일본, 2019, 71분, 한국 프리미어

켄지와 오타, 아사쿠라는 쇼치쿠고교의 불량 삼인방. 두려움 없이 이웃 학교의 도발에 맞서 타격을 하러 나서지만 학교를 못 찾아 되돌아올 정도로 허당이다. 우연히 기타를 얻게 된 켄지는 친구들에게 밴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리하여 어쩌다 탄생한 락밴드 '고무술'. 밴드명이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학교엔 이미 어쿠스틱 밴드 '고미술'이 있었다.

고미술의 감미로운 포크음악과 원시적이고 야성적인 고무술의 음악. 고무술의 연주에 감명받은 고미술의 리더 모리타는 고무술에게 락페스트벌 참가를 권유하는데….

☆관람 포인트

생략된 선으로 묘사된 무표정한 얼굴 등 미니멀한 캐릭터 묘사와, 의외로 세밀한 파스텔 수채화 같은 풍경이 독특하게 어울리는 '음악'은 7년 동안의 수작업으로 완성됐다. 감독은 특히 음악연주를 표현할 때 로토스코핑(roto scoping, 애니메이션 이미지와 실사 동화상(live action) 이미지를 합성시키는 기법)을 비롯한 매우 과감한 스타일을 시도한다.

건조한 유머에 낄낄거리다 미친 음악연주에 갈채를 보내게 되는, 인디정신 충만한 고교음악영화. 2019년 오타와 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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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얼굴(A Girl Missing)

│섹션 : 월드 판타스틱 블루
│감독 : 후카다 코지
│상영작 정보 : 일본, 2019, 111분, 한국 프리미어

헌신적이고 상냥한 간병인인 이치코는 오랫동안 오이쇼가의 할머니를 돌보면서 큰딸 모토코와 친가족 같은 관계로 지낸다. 우연히 모토코의 여동생 사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치코는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관람 포인트

우리는 누군가의 진실을 과연 제대로 알 수 있는가? 대중의 심판은 과연 공정한가? 감독은 의도적으로 사건의 시간이 뒤섞인 교차편집으로 스토리 전개와 주인공의 실체에 대해 관객들이 편견과 의심을 반복하도록 요구한다. 관객은 앞선 장면을 반추하면서 진실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이치코 역을 맡은 츠츠이 마리코의 온화한 얼굴에 문득 떠오르는 허무한 표정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감독의 편집 방식 때문일까. '옆얼굴'이라는 원제에서 피카소의 큐비즘(cubism·입체파, 20세기 초 서구미술의 전면적 혁신을 가져온 미술운동)을 떠올린다. 보이는 그대로를 믿지 말라. 진실은 앞과 옆 그리고 뒤를 동시에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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