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빌보드 앨범차트보다 싱글차트 순위 낮은 이유
파죽지세의 걸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이 지난 7일 발표된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순위에서 첫 주 33위를 기록하자 터져 나온 반응이다. 빌보드 지표를 미리 수집해 최종 예측표를 발표하는 사이먼 포크의 예상도 21위였다. 유튜브 기록도 최단기간 1억뷰 돌파, 24시간 내 조회 수 세계 신기록을 세웠는데 싱글차트 순위는 왜 33위에 그쳤을까.
K팝 가수들은 싱글차트보다는 '핫200'으로 불리는 앨범차트 성적이 좋다. 방탄소년단(BTS)도 타이틀곡 '온'의 싱글 최고 기록은 4위지만, 앨범 차트는 1위. 몬스타엑스, 수퍼엠, NCT127도 톱5에 들었다.
유튜브 조회 수 세계 신기록 등 최근 화제를 몰고 다니는 블랙핑크의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이 지난 7일 빌보드 싱글차트 33위를 기록했다. /YG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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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는 먼저 "K팝 팬들은 CD를 많이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팝 그룹들은 CD 판매량이 총점에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한다. 빌보드에 따르면, CD와 디지털 음원 비율이 K팝의 경우 79% 대 21%인데, 힙합과 알앤비는 55% 대 45% 정도다.
K팝 팬들은 CD를 한 번에 여러 장 구입하기도 한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 PI)가 발간한 '글로벌 뮤직 리포트 2019'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에서 디지털 음악 시장 수익이 전년 대비 21.1% 늘어난 반면 실물 앨범 수익은 10.1% 줄었다. 그러나 한국은 실물 앨범 수익이 오히려 28.8% 증가했다.
K팝 팬들의 주 연령대는 10~20대. CD로 음악을 듣지 않고, 상당수는 CD플레이어도 없는 이들이 CD를 구입하는 이유는 "팬의 의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CD는 가장 훌륭한 굿즈, 즉 기념품이다. 최근 그룹과 솔로 앨범 모두 100만장을 돌파한 '엑소' 백현의 2집 '딜라이트'는 백현이 표지 모델인 잡지처럼 보인다. 72쪽 분량을 백현의 사진과 수록곡, 설명으로 채웠다. 친필 사인, 포토 카드, 포스터는 기본. CD는 마지막 장에 참고 자료처럼 붙어 있다. 최강창민의 솔로 앨범 '초콜릿'도 주황색 초콜릿 상자 같다. 뚜껑을 열면 화보집과 CD가 나온다. 최근엔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 팝스타들도 K팝 가수처럼 공들여 CD를 만든다.
반면, 빌보드 싱글차트는 음원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 유튜브 및 라디오 플레이 횟수로 집계된다. 문제는 라디오. K팝 팬층은 라디오를 듣는 세대도 아니고, 라디오 업계도 보수적이라 K팝을 잘 틀지 않는다. 유튜브는 글로벌 집계로 발표하는데, 빌보드는 미국 내 집계만 포함한다. 그러다 보니 싱글차트 순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 K팝이 미국 빌보드보다 영국 오피셜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 때문.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는 앨범 판매량, 다운로드, 스트리밍만 집계하고 라디오 플레이는 반영하지 않는다. 블랙핑크 신곡도 3일 발표된 오피셜차트에선 20위를 차지했다.
현재 싱글차트 국내 가수 최고 기록은 싸이의 '강남스타일'(2위). 싸이를 미국 무대에 진출시킨 이규창 키노33엔터테인먼트 대표는 "K팝 가수들이 지금보다 더 대중성을 갖추고 미국 시장에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춤, 비트가 가미돼야 한다. 현재 K팝 아이돌들은 아티스트적 면보다는 패션, 엔터테이너적인 면이 더 부각된다. 싱어송라이터, 솔로 등 가수층도 넓어져야 한다. 택시를 타면 그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택시 기사가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정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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