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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강민경·한혜연 유튜브 PPL 논란

[다시, 보기]'PPL 논란' 강민경-한혜연, 스스로 손상시킨 호감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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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콘텐츠 바다 '유튜브'로 뛰어든 셀럽들

남다른 가치관·전문성 각인…대중 신뢰도 PPL 도구

'믿을 수 있다' '적어도 속이진 않는다'라는 유대·친밀감 저버려

본질 비껴간 사과·안이한 대처…배신감·분노 달래기 역부족

강민경, 다시 한번 사과문 올려 비판 수용하고 반성의 뜻 전해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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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가수 강민경과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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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시대다. 유튜브에는 (거의) 다 있다.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고자 하는 습성은 같되, 보편적인 대중에게 무게중심이 실렸던 TV와 달리 유튜브는 개인의 세밀하면서도 독특한 취향과 선호마저 건드리는 다양한 콘텐츠로 수많은 사람을 머무르게 하는 곳으로 우뚝 섰다. 구독자를 포함한 시청자들은 좋아요/싫어요를 누르거나 댓글로 감상과 의견을 표출하면서 참여한다. 특정 영상에 달린 댓글만 모아도 또 다른 콘텐츠가 뚝딱 만들어지는 건, 유튜브 생태계 안에서는 흔한 일이다.

다양한 기호를 가진, 보다 적극적인 대중이 있는 곳. 동시에 기존의 주류 미디어보다는 가까운 거리감.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개하는 것을 생업으로 삼는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연예인의 유튜브 진출이 방송·영화와는 다른 영역에도 발을 들이는 '신선한 도전'으로 여겨졌다면, 요즘은 부업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열정적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연예인이 적지 않다.

여성 듀오 다비치의 멤버인 가수 강민경, 김태희·소지섭 등 톱스타와 함께한 스타일리스트 한혜연도 유튜버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강민경이 2018년 11월부터 시작한 '강민경'의 구독자는 65만 명이 넘는다. 한혜연도 같은 해 3월부터 자체 콘텐츠 '슈스스TV'를 시작해 현재 84만 명 이상(모두 17일 오후 6시 30분 기준)의 구독자를 확보 중이다.

강민경의 채널에는 본업인 노래 부르는 영상도 올라오지만 브이로그의 비중이 훨씬 높다. 브이로그는 비디오 블로그라는 뜻으로, '일상을 영상화'한다고 보면 된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 혼자 산다' 등에서 옷과 소품을 활용해 그 사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스타일링으로 감탄을 자아낸 한혜연은 '이달의 픽-크', '매장 신상품 털기' 등의 콘텐츠로 사랑받았다. 두 사람 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쓰는지를 노출하는 것을 주력 콘텐츠로 삼았다.

'사복 패션'이 연관 검색어에 오를 만큼, 강민경의 평소 스타일은 대중이 궁금해하고 따라 하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였다. 이 관심은 단지 옷이나 잡화에 그치지 않고 점차 확장했다. 한혜연은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의 스타일을 전담한 유명 스타일리스트다. 오랜 업력을 지닌 전문가라는 위치는 시청자들에게 곧 '믿을 수 있다'는 보증이 됐다.

두 사람은 이미 가지고 있었던 본인의 강점과 매력을 바탕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으나, 유튜브로 소통하면서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기도 하고 자신을 향한 호감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했다.

강민경은 올해 1월 올린 [살 어떻게 빼나요?] 영상에서 20대 후반을 거쳐 30대가 되면서 미적 기준이 바뀌어, 통이 큰 바지와 상의 등 편안한 옷을 더 자주 입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나를 성적으로만 보지 않는 것에 대한 니즈가 생겼다"며 날씬한 몸을 위한 식습관과 운동에 대한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됐다는 고백이었다. '외모 가꾸기'가 미덕이 아니라 의무, 혹은 실력으로 평가받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오래 있었던 그가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한 말에는 가볍지 않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많은 시청자가 공감했다, 고맙다, 힘이 났다며 격려의 댓글을 아끼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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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은 본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브이로그 영상을 통해 자신의 미적 기준이 변했다고 밝혔고, 이전과 달리 편한 옷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며 옷장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혜연은 니트 한 벌로 일주일 나기,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스니커즈 고르기 등 전문가의 노하우가 돋보이는 콘텐츠로 사랑받았다. (사진=각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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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연은 주제와 방송 분량에 제한이 없다는 것을 적극 활용해 프리마켓에서 옷 잘 사는 법, 셔츠 한 벌로 일주일 나기, 캐리어 짐 싸기, 가을 외투 돌려 입기와 같은 팁을 대방출했다. '슈스스TV'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370만 회)를 기록한 건 명품 가방 입문자들을 위한 안내 영상이다. 이런 수치는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접한 전문가인 만큼, 정수만을 추천해 줄 거라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연예 전문 매체 '디스패치'의 보도 후 두 사람을 향한 여론은 180도 달라졌다. 두 사람이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아 수많은 콘텐츠를 통해 PPL(제품 간접광고)을 했고, 그 대가로 회당 수천만 원 대의 금액을 받았다는 게 요지였다. 시청자, 구독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따가운 비난이 쏟아졌다. 그 사람이 '직접 골라 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즐겼는데, 이를 정면으로 위배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민경과 한혜연은 보도 이틀 후인 17일 각각 인스타그램 글과 유튜브 영상으로 사과했다. 강민경은 "여러 브랜드 측으로부터 협찬과 광고 제안이 많아졌고 그 설렘만 앞서 저의 채널을 아껴주셨던 구독자분들의 입장을 더 헤아리지 못했다"며 "앞으로 더욱 주의하여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혜연은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서 너무 죄송"하다며 "PPL의 명확한 표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구독자, 시청자들의 배신감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두 사람의 유튜브 채널에는 언론 보도로 드러난 실망스러운 행태와 부실한 사과를 질타하는 댓글이 계속 달렸다.

강민경은 올해 4월 유튜브 광고로 인한 수익을 공개하며 소아암·백혈병 환아를 위해 2500만 원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건당 1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받는 PPL을 통해 부수입을 챙겼다는 보도 이후, 그 선행의 의미가 다소 바래버렸다. 광고 의혹이 제기될 때 여러 차례 부인하며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것') 콘텐츠라는 것을 강조했던 한혜연은, 보도 후 인스타그램 댓글 창을 닫고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비공개 처리하는 등 수습 과정에서 논란을 더 키웠다.

소위 '셀럽'이 들고, 걸치고, 바르고, 입은 것들은 스치듯 잠깐 노출되어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자랑한다. 구독자와 시청자들은 두 사람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오래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협찬을 제의받는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포함해 어떤 온라인 공간도 광고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광고성 제품'을 노출했기에 비판받는다는 해석은, 시청자들의 분노가 계속되는 것을 설명하기 부족하다.

시청자들이 강민경, 한혜연과 유튜브 채널을 매개로 쌓아온 유대감과 친밀감은 '적어도 나를 속이지는 않는다'라는 믿음 위에 존재했는데 이를 깨버린 것이 사태의 핵심이다. '사실상 사기 아니냐'라며 '기만당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에게, 광고 제품 표기를 불분명하게 한 것만이 문제라는 식의 두 사람의 사과가 와닿았을 리 없다. 신뢰 쌓기는 어렵고, 신뢰를 잃는 건 한순간이며,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배로 어렵고 까다로운 법이다.

알맹이 빠진 사과문으로 비판이 거세지자, 강민경은 17일 밤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란에 긴 글을 올려 재차 사과했다. 그는 △ 10년 넘게 연예인을 하면서 협찬과 간접광고를 가볍게 생각했고 △이로 인해 생기는 수입과 안일한 표기가 왜 문제가 되는지도 바르게 인지하지 못했으며 △단순 착용만 한 제품에는 광고 표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첫 사과문 지적에 관해서도 '빠른 사과와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다급하게 썼다며, 앞으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살겠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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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과 한혜연은 본인이 직접 써 봤다는 제품을 구독자, 시청자들에게 소개하는 콘텐츠를 자주 올렸다. (사진=각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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