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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현장EN:] 전범기업을 폭파한 그들이 日에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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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감독 김미례) 기자간담회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노컷뉴스

(사진=감픽쳐스, 아이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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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를 시작으로 1974~75년 일제 전범 기업을 연속으로 폭파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그들이 폭파라는 극단의 방법을 통해 전후 일본 사회에 던지고자 한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오는 20일 개봉하는 김미례 감독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일제 전범 기업 연속폭파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누구의 죄도 책임도 없이 시작된 전후 일본 사회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멈추고 동아시아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을 기록한 작품이다.

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배급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늑대' 부대원 다이도지 마사시의 사촌 형이기도 한 오타 마사쿠니 민족 식민지 문제 연구자도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했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1970년대 '반일'을 기치로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통해 동아시아 등에 피해를 입힌 근대 일본의 무책임을 지적하고 비판한다. '늑대' '대지의 엄니' '전갈' 등 세 부대로 등장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전범 기업 연속 폭파를 통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전후 일본 사회를 뒤흔든다.

지금까지도 전쟁과 식민 지배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과 달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전후 일본과 달리 폭파로 인한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자신들의 방식으로 희생된 이들의 죽음을 평생 마음에 안고 살아간다. 폭파라는 투쟁의 형식이 갖는 비판적인 지점과 별개로, 이들이 보여준 투쟁과 그 후의 행동은 곱씹어볼 만하다.

오타 마사쿠니는 "사건의 충격이라는 건 상당히 컸다. 폭발이 일어났고, 사상자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일본 사회에는 당시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고 하긴 어렵다"며 "그러나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의 행동을 잊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나 지금도 존재한다. 그리고 소설, 논픽션, 연극 등 다양한 형식으로 그들의 행동을 기억하려는 작품도 있다. 계속 그들의 행동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전선은 일본 기업들이 2차 세계대전에서 저지른 문제들이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며 "당시 근대 일본의 식민지주의 문제를 제대고 자각하거나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1970년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전후 일본에서 이뤄진 반전과 평화운동이 반성해야 하는 점이었고, 그 점에 관해 자각하게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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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감픽쳐스, 아이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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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일본에서 벌어진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이야기를 통해 김미례 감독이 던지고 싶은 것 중에는 가해자가 갖는 의미와 잘못된 선택에 대한 성찰도 담겨 있다.

김 감독은 "작업을 하면서 처음에 스스로 던진 질문과 달리 작업 과정에서 '가해자성'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항상 피해자 자리에서 전쟁과 세계사의 흐름을 인식해 왔다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추적하며 가해자의 자리란 무엇인지, 가해자란 무엇인지 등을 질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보편적인 삶의 과정에서, 한 사회가 옳다고 생각하며 행했던 어떤 것들을 되돌아보면 오류의 지점들이 있다"며 "이번 작업은 내게 그런 것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관객분들도 자기 삶의 오류들을 돌아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타 마사쿠니는 "일본이 동아시아를 식민 지배하고 전쟁을 벌이면서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과 관계가 매우 나쁜 상황이다. 물론 이는 일본의 책임이 크다"며 "그러나 국가와 국가가 아닌 민중과 민중 사이 관계를 통해 좋은 관계로 나아가고 싶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활동하던 때는 사람들을 만나 토론하고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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