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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HI★초점] 故 설리 다큐 이후 최자에게 쏟아진 비난…여전한 악플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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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설리의 25년 인생이 MBC '다큐 플렉스'에 담겼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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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그 자체다. 故 설리가 우리의 곁을 떠난 후 줄어드나 싶었던 악플이 지난 밤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다시금 쏟아지고 있다. 악플러들의 공격 대상은 다름 아닌 최자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다큐 플렉스’에는 설리의 25년 인생이 담겼다. 설리의 주변인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과거부터 연습생 시절, 앓고 있던 마음의 병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설리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설리의 전 연인 최자도 언급됐다. 설리의 어머니는 “열애설 나기 전까지는 온 가족이 행복했다”며 “갑자기 딸에게 13세 많은 남자친구가 나타났다. 노는 문화, 술 문화, 음식 문화, 대화의 패턴 등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설리의 어머니는 설리의 응급실행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도 했다. 설리는 2016년 욕실에서 미끄러져 병원에 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의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설리는 사실 이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었다. 설리의 어머니는 “그게 둘(설리와 최자) 사이의 마지막 발악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늘 화제의 중심이었던 설리였기에 방송의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설리는 금세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으며, 동시에 그의 전 연인인 최자를 향한 관심도 쏟아졌다.

문제는 최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다큐 플렉스’ 측과 인터뷰에 응한 설리의 지인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최자의 SNS로 몰려가 악플을 달았다. 악플 테러는 방송 다음 날인 11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다큐 플렉스’ PD 역시 당혹감을 표했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최자 씨에 대한 부분(악플 등)은 저희가 예측하지도 않고, 의도하지도 않았다. 최자 씨 역시 설리와 마찬가지로 그 연애의 피해자였다”고 강조했다.

악플러들 중 최자와 설리의 연애가 어땠는지, 두 사람이 교제하는 동안 무엇을 했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자는 설리가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의 SNS에 “우리는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했다. 이토록 안타깝게 널 보내지만 추억들은 나 눈 감는 날까지 고이 간직할게. 무척 보고 싶다”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또한 ‘다큐 플렉스’에서 공개된 영상 속 설리는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악의가 없다는 걸 잘 아는데 나를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추측성 비난은 그 대상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지난해 설리의 사망 이후 많은 연예인들은 악플로 고통받았던 설리를 애도하며 악성 댓글을 멈춰달라고 호소했고,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악플러 수가 서서히 줄어드는 듯 보였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 이어지고 있는 악플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너무 일찍 하늘로 간 설리가 안타깝다는 이유로 최자를 향해 추측성 비난과 악플을 토해내서는 안 된다. 故 설리를 괴롭혔던 나쁜 말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줘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정한별 기자 one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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