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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악의 꽃'은 지난 10년에 대한 중간결산 같은 드라마예요."
지난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연출 김철규)은 연출력과 필력, 그리고 서스펜스 멜로 장르의 재미까지 갖춘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준기 문채원 김지훈 장희진 등 배우들도 호연으로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작품을 마무리했다.
그 가운데 단연 돋보였던 배우는 서현우였다. 주인공 도현수(이준기 분)와 고등학교 시절 친구 사이로, 기자가 된 김무진 역할을 맡아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때로는 인간적이면서도 위기 앞에서는 비겁하고 약삭빠르기도 하면서 기자로서 야망도 있고 도현수 누나 도해수(장희진 분)에게 순애보도 보여준,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인물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서현우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다져온 연기력으로 내공을 마음껏 펼쳤다. 서현우의 유연한 연기는 '악의 꽃'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기도 했다. 의외의 지점에서 터지는 코미디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연기력도 놀라웠다. 유정희 작가도 서현우에 대해 "복덩이"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다.
서현우는 '악의 꽃'을 두고 지난 10년간의 연기생활의 중간결산 같은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단편 및 독립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오고, '그놈이다' '병구' '죽여주는 여자' '1987' '죄많은 소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독전' '배심원들' '백두산' '해치지 않아' 남산의 부장들' 등 영화와 '나의 아저씨' '시간' '모두의 거짓말' 등 드라마까지 쉬지 않고 활동해온 그다.
서현우의 전작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이전 캐릭터들과 전혀 다른, 또 한 번 새로운 캐릭터를 남긴 그의 진가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첫 드라마 주연작인 '악의 꽃'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는 서현우. 장희진과의 멜로는 아쉽게 끝났지만, 앞으로 "현실적인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악의 꽃' 종영을 앞두고 서현우와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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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
-김무진이 1985년생인데 오랜만에 나이대가 맞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제 나이대 역할로는 오랜만이라고 하기 그럴 정도로 거의 처음이다. 보통 제 나이보다 많은 배역을 맡았다. (웃음) 많은 분들이 '이렇게 젊었나' '이제 제 나이로 보이는구나' 해주셔서 내심 좀 기분이 좋았다. 항상 나이가 많은 역할을 했었다. 제 나이대와 비슷하게 연기를 해서 너무 기분이 좋더라.
-김무진은 도현수에게 감금까지 당했었지만 이후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공조를 시작한다. 그 과정이 시청자들에겐 다소 반전으로 다가왔는데, 배우 입장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했는지.
▶김무진은 자신이 감금된 상황에서 마냥 지고 있지 않고 할말을 다한다. 저는 김기자가 특종에 대한 야망이 있다 생각했다. 목숨이 오고가는 상황 속에서도 상대를 읽은 거다. 도현수가 비닐을 깔았지만 '마냥 죽이겠다는 목적은 아니구나' '나도 얘를 이용할 수 있겠구나' 생각한 것 같다. 저도 김무진이 그렇게 죽을 뻔했다가 도현수를 다시 찾아온 것 보면 대단하다. 그만큼 김무진에겐 특종에 대한 야망이 보였다. 기자로서 성공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이번 드라마가 잘 되면서 주변에서도 많은 연락을 받았을 것 같다.
▶신기했던 게 주변에 동료 배우들도 문자를 많이 보내줬지만 영화하면서 만났던 감독님이나 PD님들도 '너무 재밌다, 너 연기 잘 보고 있다' 그런 문자 주실 때 울컥했다. 영화감독님들은 드라마 잘 안 보시는데 '보다가 재밌어서 1화부터 다시 보고 있어'라고 하시고, 영화 드라마 장르 좀 차이가 있는데 영화하시는 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보고 문자, 연락 주신 게 개인적으로 울컥했다.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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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희 작가가 서현우의 호연을 두고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고 표현했었다.
▶작가님께서 김무진 캐릭터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너무 필요하고 고마운 역할이라 해주셨는데 저는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이번에는 애드리브를 거의 하지 않았다. 대본의 대사를 거의 애드리브처럼 했을 뿐이지 김무진의 변화무쌍한 지점이 작가님 대사로 다 촘촘하게 나와있었다. '무슨 권태기를 연쇄살인범으로 극복하냐'는 대사도 작가님 대사다. 위트 부리려 애드리브를 한 것 같지만 지문도 철저하게 써놓으셨다. 우리끼리도 '뭔가 기묘한 장면이다, 괴이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이런 대사를 쓸 수 있다니, 위트도 살고 장면도 살고 작가님 필력에 놀랐다. 정말 묘한 코미디였다. 그래서 현장에서 다 터졌다.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싶은 게 놀 수 있게끔 정말 정확하게 제시해주셨다. 그래서 저도 캐릭터의 맛을 살린 거라 생각을 한다.
-시청자들의 연기 호평이 상당했다. 기억나는 시청자 반응이 있다면.
▶도현수가 지하실에 감금된 김무진에게 "바닥에 비닐 깔고 싶어지잖아"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시청자 분들이 '비닐 깔고 싶은 남자'라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표현인가 했다. (웃음) 몇 회 지나가니까 '비닐 안 깔게 조심해라, 무진아'라고 하시더라. 한대 쥐어박고 싶지만 밉지 않다는 의미로 애정을 갖고 말씀해주신 것 같다. 초반에 지하실 장면이 캐릭터를 잘 보여드릴 수 있었던 장면이 아닌가 한다.
-이전에 단편 '병구'도 있었고, '남산의 부장들'에서 전두환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도 연기했는데, '병구, 전두환이 잘생겨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살을 좀 많이 뺐다.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을 시작으로 계속 감량을 한 상태로 있었다. 최대 23kg이 빠졌다. 2015년 개봉한 영화 '그놈이다'에서 윤준형 감독님의 특별 주문이 체중 증량이었는데 그때 20kg을 찌웠었고, 그 이후로 하루 두끼밖에 안 먹었는데도 살이 계속 쪘다. 뚱뚱한 캐릭터로 자리잡히다가 '모두의 거짓말'을 기점으로 살을 좀 뺐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요청이 있어서 20kg을 뺐고, 이번에 '악의 꽃' 하면서 3kg을 추가 감량했다. 그렇게 해서 대학 졸업 당시 모습으로 돌아갔다. (웃음)
-서현우를 만들어준 수작을 꼽는다면.
▶외형적으로 최대 시도를 하게 만들었던. 23kg이라는 살을 찌우게 된 '그놈이다'라는 영화가 있다. 외모적으로 굉장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또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앙상블에 대한 어떤 이해를 심어준 작품이다. 그때 연기는 튀려고, 살아남기 위해 한 게 아니라, 신을 스틸하려고 한 게 아니라 신을 채우려고 했던 연기였다. 드라마 통해서 시청자 뿐만 아니라 배우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단 걸 알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영화와 드라마를 굵직하게 뽑는다면 그렇게 두 작품이 아닐까 한다. 또 최근에 '배심원들'이란 영화가 있다. 그것도 분장적으로 최대 극적인 경험을 한 것 같다. 엄지 손가락밖에 없는 역할이었는데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상황이었다. 그 역할이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 늘려준 것 같다. 그 정도의 어떤 순간까지 가보고 나서 그 사이 다른 작품들은 조금 더 여유있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10년차에 '악의 꽃' 김무진을 맡았다. 비열함. 비겁함 한가지로 규정된 캐릭터였다면 이 정도로 희열을 얻지 못했을 것 같다. 찌질하고 비열하고 순박하다가도 다양한 게 있어서 연기할 때도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중간 결산 같은 작품이었고, 연기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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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하는데 예능 출연 계획은 없나.
▶예능은 나들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근황을 전하는 방식이나 작품 홍보는 좋은 부분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능을 위한 예능을 하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연기하고 표현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 조금 위험할 수 있다 생각. 대중은 항상 새로운 걸 원한다. 인지도가 유명해지고 익숙해진다는 건 어쩌면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선 단점이 될 수 있다. 변화시키고 변신하고 새로운 역할을 찾는 데 제동이 걸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른 직업은 잘 모르지만 배우로서는 예능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개인적으로 배우라는 것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이 많이 변화돼야 한다 생각하는 편이다. 스스로 편한 방식으로 연기하는 걸 못 견디는데, 한 가지 일을 몇년 이상 하다 보면 편한 방식을 알게 된다. '이렇게 하면 잘 먹히더라, 이렇게 표현한면 욕은 안 먹는다'는, 안일하고 안정적인 방법을 경계한다. 그러다 보니까 역할을 할 때마다 최대한 변신하려 노력했다. 그건 아무래도 평범한 외모라 가능한 것 같다. 외모가 뚜렷한 특징이 있거나 선이 굵으면 장단점이 있다 생각한다.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지만 하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저는 분장 스타일에 따라 바뀌는 타입인 것 같다. 그 점이 다행스럽고 감사하고 장점이라 생각한다. 어떨 때는 작품해도 못 알아보고 하셔서 단점인가 싶은데 결론적으로 배우로서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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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틈 없이 꾸준히 연기해오긴 했지만 10년간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선배님들은 15년, 20년 무명시절도 있으셨다고 하더라. 그에 비해 저는 짧은 시간이지만 힘든 시기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정말 심각하게 힘들 때도 있었다. 오디션을 보고 채워지지 않는 연기적인 갈망과 욕구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그건 무대에서 많이 풀었다. 카메라 연기에서 채워지지 않는 분량 욕심이나 드라마틱한 순간들은 연극 무대에서 해소했다.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을 실제로 만나면서 치유되고 힘을 받게 되더라. 그 힘을 갖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서 버텨나갔던 것 같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공연계가 어려워졌지만 어떤 식으로든 계속 무대에서의 활동을 이어갈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무대공연 예술이라는 건 영상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본인에게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까.
▶제가 햇수로 데뷔한지 10년 정도 됐다. 지난 10년동안 독립영화도 많이 찍고 상업영화도 했지만 짧게 출연하는 역할을 많이 했었다. '악의 꽃'은 이 모든 것의 중간결산 같은 느낌이었다. 김무진이라는 캐릭터가 하나의 성향을 갖고 있다기 보다 변화무쌍하더라.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역할이었다. 지난 10년동안 연기하면서 구축해온 저의 노하우나 질감을 김무진에 투여했다. 그게 거리낌 없이 작용됐던 것 같고 이걸 할 수 있었던 제게도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제게는 데뷔 10년을 돌아보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그동안 제가 연기해온 모습도 체크해본 시간이었다. 굉장히 특별한 작품이 아닐까.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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