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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신민아의 아름다운 도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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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신민아 디바 /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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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누군가의 도전은 늘 아름답다. 알 속에서 껍질을 깨고 스스로 나오기까지의 고통을 어렴풋이나마 알기 때문이다. 배우 신민아의 도전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알을 깨고 새로운 얼굴로 관객 앞에 선 신민아는 낯설면서도 또 아름답다.

‘디바’(감독 조슬예·제작 영화사 올)는 다이빙계의 퀸 이영(신민아)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됐던 욕망과 광기가 깨어나며 일어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신민아는 세계적인 다이빙계 스타이지만, 어느 날 의문의 사고 이후 실종된 친구 수진(이유영)의 이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성공을 향한 열망과 집착으로 광기에 잠식되는 이영을 맡았다. 23일 개봉한 ‘디바’는 실시간 예매율과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단숨에 거머쥐었다. 힘든 시기에 이어진 관객들의 호응은 분명 신민아의 새로운 얼굴을 기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신민아다. 스크린 공백기가 길었기 때문에 ‘디바’로 돌아온 신민아에 대한 대중의 반응 역시 뜨거울 수 밖에. 신민아는 뜨거운 관객들의 환대에 “‘디바’가 기존에 했던 작품과 결이 달라 새롭게 봐주신 것 같다. 저도 처음에 영화를 볼 땐 저의 서늘한 모습이 낯설다고 느꼈다. 기존에 보였던 얼굴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모습으로 나와도 될까 싶었다. (관객들이)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래 걸린 만큼 신민아의 선택은 확신에 찼다. 그는 ‘디바’의 첫인상을 “반가웠다”고 표현했다. 영화 ‘화산고’로 데뷔한 후 어느덧 20년 경력의 배우가 됐다. 긴 시간을 지나온 신민아는 “그간 오롯이 여성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지 않았다. 또 여성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디바’ 시나리오가 너무 반가웠다. 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힘이 느껴졌다.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을 쭉 따라가는 이야기는 공감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 그런 것들을 상황이나 분위기로 만들어냈다. 이 지점이 흥미로우면서 재밌었다. 앞서 ‘이 영화를 어떻게 찍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반가움과 열정이 더 컸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하고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신민아가 가졌던 부담감이 사뭇 궁금해졌다. 그는 “극 중 연기를 비롯해 제가 해내야 하는 역할이 많았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 설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관객들이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또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영의 마음에 공감이 많이 갔기에 더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촬영을 앞두고 고민했던 지점을 드러냈다.

또 신민아는 데뷔 이래 스릴러 장르를 첫 도전하게 됐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내일 그대와’ 등 러블리한 이미지를 탈피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을 터. 이에 대해 신민아는 “10, 20대에는 제게 주어진 것들이 밝고 건강한 이미지였다. ‘디바’도 제게 제안이 왔을 때 어울릴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하고 싶었다. 모든 작품이 시기와 기회, 연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저도 스릴러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됐다. 나중에 다른 기회에 다른 장르가 온다면 그것도 열심히 소화해보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민아는 미스터리 장르인 만큼 모든 걸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서사와 캐릭터의 감정선을 홀로 이해해야 했다. 이에 “관객들이 보기에는 이영의 광기가 복잡해 보일 수 있다. 나는 이영의 감정선이 인간이 갖는 보편적인 감정이라 생각했다. 내가 본의 아니게 했던 행동들, 배려들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또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을 생각했을 때 제가 수진일 때도, 이영일 때도 있었다. 인간의 관계나 그 자리에서 오는 압박감이 보편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지점에서 이영의 감정을 공감하려 했다. 저는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보여진다. 극 중 이영도 다이빙을 해내야하고 결과를 보인다. 이영의 부담감, 압박감, 목표를 해내고 싶은 욕망은 배우를 하면서 느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며 진솔하게 말했다.

이처럼 각고의 부담감을 이겨내고 ‘디바’에 합류한 신민아는 좋은 동료인 이유영을 만나며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촬영에 임하기 3개월 전부터 이유영과 신민아는 다이빙 연습, 지상 훈련들을 함께 했다. 두 배우 모두 작품을 잘 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서로의 열정이 영화에 보태졌다. 연습에 매진하던 당시를 두고 신민아는 “상대 배우가 잘 안 받아주면 기운이 빠진다. 하지만 이유영도 너무 열심히 했다. 제 열정과 비슷한 열정으로 영화에 임해줬다. 서로 의지하면서 열심히 했다. 실력도 비슷하게 늘었다. 훈련 강도도 같이 올렸다. 저의 마음 가짐과 비슷해 든든한 배우였다. 또 너무 매력적이게 수진을 잘 표현해줬다. 이영으로서는 너무 감사하다”며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극 중 이영은 뒤쫓아오는 후배들을 보며 강한 질투심에 사로잡힌다. 늘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이영이었던 만큼 자리를 지키겠다는 열망은 광기로 변질된다.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민아도 이영처럼 질투에 사로잡힌 적이 있을까.

“질투, 죄책감, 승부욕은 누구나 늘 갖고 있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 나 역시 끊임없이 누군갈 부러워하고 질투한다. 내가 이영의 감정에 공감한다면 표현에 진정성이 있을 것 같아 인물에 공감하려 노력했다. 다만 인물의 감정이 과하게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일차원적이지 않게,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조슬예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 승부욕이 있는 편이다. 다이빙 훈련을 하면서 이유영뿐만 아니라 지희수 등 여러 배우들이 같이 훈련을 받았다. 배우들 모두 다 승부욕이 있어서 ‘누구 한 명이 뛰면 나도 뛴다’는 마음이 있었다.”

많은 고민이 녹아든 덕분일까. 개봉 이후 신민아의 연기력에 대해 호평이 쏟아지는 중이다. “영화 보시고 서늘한 얼굴의 신민아라는 표현을 많이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스릴러는 제가 도전하지 않았던 장르기 때문에 ‘스릴러 퀸’이라는 호칭도 좋다”며 수줍게 웃는 신민아다.

앞서 ‘디바’의 소중함을 강조했던 신민아는 다시 한 번 영화에 참여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디바’는 신민아에게 6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깊게 남는다고. 다이빙이라는 생소한 소재인 만큼 투자 단계에서부터 현실을 느끼며 걱정했다는 신민아는 ‘디바’ 개봉을 두고 대견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또 그는 “두 여성이 나오는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반응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제 영화지만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한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예전보다 여성 중심 이야기가 많아졌다. 반가운 일이다. 그 안에서 제가 여성 영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 많은 분들이 익숙해지면 더 관심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있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제작진부터 배우들까지 모두 여성들이 참여한 ‘디바’는 더욱 귀한 작품이다. 신민아는 “여자라서 모인 건 아니다.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자였다. 한국 영화계에서 의미있게 일을 하고 능력있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신민아는 무엇을 얻었을까. 먼저 신민아는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기분이 좋으면서도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걸 떠나서 한 작품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캐릭터에 공감하셨으니 한 없이 감사하다”면서 “이전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났다는 것이 재밌다. 전작 ‘보좌관’에서 많은 분들이 새로운 모습을 봐 주셨다. 저의 다른 모습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디바’에서도 많은 분들이 다른 모습을 봐 주셔서 너무 기쁘다. 다른 새로운 것에 대해 안 보였던 모습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재밌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민아에게 ‘디바’ 속 자신은 새롭고 신비롭게 다가왔다. 관객들 역시 같은 감정을 느낄 터. 안정적인 모습을 버리고 또 다른 자신을 끄집어냈다. 각고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민아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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