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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담보', 집밥 같은 매력 [무비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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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담보 / 사진=영화 담보 공식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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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영화 '담보'는 '집밥' 같은 영화다. 푸근하고 정감 있는, 너무나 잘 알기에 그리운 그 맛. 익숙한 배우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연기를 펼친다. 눈물이 쏙 빠지게 슬프지만 자극적인 양념은 없다. 떠올리면 마음 한 켠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다.

29일 개봉하는 '담보'(감독 강대규·제작 JK필름)는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그의 후배 종배(김희원)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살 승이(박소이·하지원)을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먼저 조선족 불법체류자 명자(김윤진)은 단돈 75만 원을 갚지 못해 두석과 종배에게 딸 승이를 뺏기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명자는 하룻밤 사이 한국에서 추방을 당하며 승이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 승이를 담보로 명자에게 돈을 받으려 했던 두석은 엉겁결에 승이를 맡게 된다. 결국 두석은 자꾸만 꼬여가는 상황에서 승이를 입양 보내는 것을 결정한다. 생판 모르는 두 아저씨를 마냥 편하게 대하는 승이 덕분일까. 두석과 종배. 편한 마음으로 세 사람은 크리스마스를 즐기며 가족이라는 형태를 만든다. 며칠 뒤 두석과 승이는 이산가족 하듯 섭섭한 마음으로 헤어지지만 두석은 승이가 부잣집에 입양간 것이 아니라 팔려갔다는 것을 알게 되며 승이를 되찾고 직접 키운다. 학교를 보내기 위해 자신의 호적에 넣고, 부지런히 도시락을 싸며 뒷바라지를 한다. 또 승이의 남자친구를 앞에 앉혀놓은 모습은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이처럼 작품은 피가 섞이지 않은 세 사람이 유사 가족이라는 형태로 얽히고 섥히며 그 누구보다 진한 가족애를 완성시킨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상 소녀를 구출하는 어른(보호자)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작품으로 완성된 바 있다. 고전 영화로는 '레옹'이 있었고 근래에는 '테이큰', '아저씨', 또 최근에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비슷한 결을 선보였다. 이처럼 '담보'는 익숙한 소재지만 가족의 군상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만났다는 점에서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됐다.

먼저 박소이는 9살 어린 나이에도 보는 이들의 눈가를 촉촉히 만들 줄 아는 영리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두석을 경계하던 첫 만남부터 자신을 구해 줄 유일한 인물인 두석을 찾는 과정까지 한 군데 나무랄 데 없는, 충무로의 보석 같은 배우다. 박소이는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희노애락을 담아내며 이야기의 결을 스스로 완성한다. 이후 잘 자른 어른이 된 하지원이 극의 감성을 끝까지 고조시킨다. 극 전반부 박소이가 켜켜이 쌓아 놓은 감정선은 하지원이 위화감 없이 이어받는다. 앞서 박소이가 큰 눈망울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관객들을 울렸다면 후반부의 하지원은 절제된 먹먹함을 자아낸다. 이처럼 하지원은 과하지 않고 정제된 연기로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또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가부장적이지만 다정한 아버지 캐릭터를 구축한 성동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디테일한 감정 묘사로 그간의 아버지 역할과는 사뭇 차이가 있지만 익숙하기에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가족이기에 부성애의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지만 그들의 진심과 마음은 실제 가족만큼 끈끈하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이다.

이처럼 '담보'는 추석 명절에 가족과 손 잡고 보기 딱 좋은 작품이다. 승이가 피 섞이지 않은 두석을 '아버지'라 부르는 순간은 이 이야기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113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밀도 높은 감정선이 이어지기에 여운 역시 길다. '담보'는 서로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끼는 이 시국에 필요한 영화임이 틀림없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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