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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괴물' 심나연 감독,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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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심나연 감독 /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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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심나연 감독이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괴물'을 통해 확신, 자신감을 얻은 그는 더욱더 당찬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마쳤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괴물'(극본 김수진·연출 심나연)은 장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 '괴물'은 살인 사건을 추격하면서도 만양에 남은 사람들의 심리에도 초점을 맞추며 호평을 모았다.

관심에 힘입어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 시청률 6.0%(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를 기록했다. '괴물'을 연출한 심나연 감독은 "좋은 반응이 있어서 좋다"며 "'괴물'에 빠져서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반응들이 기뻤다. 어려운 드라마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들 집중해서 봐주시고 시청률도 좋게 나와 연출자로서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처음부터 작품 흥행을 예상한 건 아니었다. 다만 장르물로서 마니아층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던 심나연 감독이다. 그는 "처음 '괴물'을 봤을 때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작가가 글을 정말 잘 쓴다. 영상적인 부분에서 추가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글의 느낌을 잘 구현하면 저희 드라마를 좋아해 주실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나연 감독은 이야기를 구현하기 위해 '만양'이라는 마을을 구축했다. 그는 "장소 섭외 신경을 정말 많이 썼다. 사람들을 한곳으로 몰아 마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저희가 원했던 판타지 같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괴물'은 실종, 사망 사건을 넘어서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에도 초점을 두며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심나연 감독은 "작가가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잔인한 사건, 살인자에 포커스를 두는 게 아니라 실종자의 가족들이나 피해자들의 가족들을 부각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선을 넘거나 애매하게 메시지를 가져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양 중심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려 했다. 그들이 어렸을 때 마을에서 겪었던 상처를 같은 장소에서 치유하고 싶어 남아 있는 모습들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덧붙였다.

'괴물' 속에는 현실감 있는 연출과 판타지 요소들이 공존한다. 이는 심나연 감독의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다. 심나연 감독은 "처음 기획을 할 때 리얼리티로 표현할 것인가 판타지로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걸 현실적으로만 표현하기엔 공간이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장르물적인 판타지를 부가해야겠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만양 정육점처럼 판타지 같은 공간 연출은 장르물 성향을 많이 따라갔다. 또 경찰들의 수사 방식 등은 리얼리즘 측면을 많이 참고했다.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섞어서 '괴물' 안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장르물 연출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심 감독은 "장르물은 단서를 던져놓고 회수하는 게 중요하더라. 그래서 잘 만들어진 스릴러 드라마들, 외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스릴러로 호평받는 드라마 '비밀의 숲' '시그널' 등을 많이 봤다. 사람들이 왜 이 작픔들을 좋아했는지 되돌아봤는데, 두 작품 모두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있더라. 그래서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괴물'의 흥행을 이끈 요인이다.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신하균, 여진구을 비롯해 배우 김신록, 이규회등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이목을 모았다.

심나연 감독은 자신에게 확신을 안겨준 신하균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심 감독은 1회 엔딩에서 섬뜩한 미소를 지었던 신하균을 언급하며 "표정 하나로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줘야 했던 신이다. 작가가 써놓은 한두 줄의 느낌을 배우가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대사 없이 신하균이 딱 그 표정을 지었을 때 이 엔딩은 살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스스로도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괴물'에서 여진구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여진구와 같이 작업했던 스태프들이나 감독들이 여진구가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고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라고 하더라"고 전한 심 감독은 "'괴물'을 통해 여진구에게 더욱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유연한 배우였다. 다른 장르물이나 스릴러를 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괴물'에서 발견된 원석 같은 배우들도 있다. 바로 이규회와 김신록이 그 주인공. 새로운 배우들을 향한 쏟아지는 관심에 심 감독은 "더욱 잘 될 거고, 또 잘 되고 있어서 너무 뿌듯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김신록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고, 이규회는 새로운 파트너(소속사)를 만나 정말 뿌듯하다"며 "좋은 분들을 끌어내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시청자분들도 좋게 생각해주셔서 정말 신기했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심나연 감독은 '괴물'을 통해 한층 더 성장했다. 작품과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게 된 그는 연출자로서의 새 출발도 다짐했다.

그는 '괴물'에 대해 "감독 생활을 계속하게 해 준 시작점 같은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전작 '열여덟의 순간'도 좋은 작품이었지만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스스로 부족한 점 때문에 제작진들에게도 미안했다. 이후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 보충해서 보여드린 게 '괴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제 작품에는 아직 대중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포부도 드러냈다.

'괴물'을 통해 괴물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심 감독은 "보통 내가 저지른 실수가 아주 작다고 생각한다. 작아서 덮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스노우볼처럼 커져서 괴물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괴물에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반성하고 사회적인 통념을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며 "스스로가 작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계속해서 정화하는 것, 그게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심나연 감독은 '괴물'의 여정을 함께해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괴물을 사랑해 주시고, 하루하루 시청률도 걱정해 주실 만큼 애정을 가져 주셔서 정말 놀랍고 감사하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괴물'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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