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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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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보드 1위 과정속에서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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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미국 가수 겸 배우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가 대형 팝스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아 리파(25)와 빌리 아일리쉬(19)에 이은 또 한 명의 대형 스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만 18세 소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지난 1월 데뷔곡 ‘Drivers license’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hot 100 1위에 올랐다. 만 17세때인 지난 1월초에 발표해 그달 말에 2주 연속으로 빌보드 hot 100 1위에 오른 것은 아리아나 그란데도 해보지 못한 기록이다.

게다가 절절한 발라드다. 악동뮤지션처럼 오빠가 작곡하고 기타로 반주를 해준 노래 ‘오션 아이스(Ocean Eyes)’를 차분하게 부르던 14살 어린 빌리 아일리쉬 못지 않게 애절하다. 애절한 발라드로 빌보드 ‘핫100’ 1위를 한다는 것은 발라드 가수 성시경에게 인터뷰를 하면서 단답형으로 말해달라고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최근 빌보드 차트만 봐도 카디비, 메간 디 스탤리온, 도자캣 등 여성 힙합 가수나 위켄드, 드레이크, 포스트 말론, 칼리드 등 남성 힙합, 알앤비 가수가 강세다.

가수의 인기 급상승 이유를 잘 모를때 쉽게 해볼 수 있는 추리는 음원 사재기다. 하지만 로드리고는 그 케이스는 아니다.

그녀에겐 또 다른 무기가 있다. 가사가 '찐' 리얼이며 다큐다. ‘Drivers license’와 전형적인 팝인 후속곡 ‘deja vu’, 록발라드인 세번째 싱글 ‘good 4 u’를 들어보면 그림이 확실히 그려진다.

한국 발라드 가수에게 가사 내용이 실제냐고 물어보면 실제를 바탕으로 했지만, 많은 상상이 가해졌다고 ‘쉴드’를 치는 경우가 많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건 신승훈 시대에 유효한 전략이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2019년 디즈니 플러스 채널의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하이 스쿨 뮤지컬 더 시리즈’에 ‘니니’로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디즈니 플러스가 아직 유통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로드리고의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그녀의 데뷔곡이 나오자 미국인들은 단박에 내용을 알아차렸다.

‘난 지난주 운전면허를 땄어/오늘 나는 울면서 교외로 차를 몰았어/면허는 있어도 너가 곁에 없으니까/볼 때마다 의심스러운 금발여자가 이제 너 옆을 차지하겠지/나보다 나이도 더 많은 그녀/내 불안함의 이유였던 그녀/그래, 난 펑펑 울며 차를 몰았어/너는 평생이라고 얘기했지만 나는 지금 혼자 운전하고 있어’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하이 스쿨 뮤지컬’에 함께 출연하면서 사귀었다가 2020년 결별한 조슈아 바세트와 그의 새 여친인 배우 겸 가수 사브리나 카펜터에게 노래를 통해 마구 감정을 쏟아부었다. 노래에서 ‘너’는 바세트이고, ‘그녀’는 카펜터다.

‘deja vu’도 딸기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말리부로 차를 몰고가, 나에게 했던 말과, 우리가 했던 짓, 우리가 놀던 자리들에 대해 그녀에게 똑같이 해주면서 ‘데자뷰’를 느끼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good 4 u’는 표현의 수위가 더 세졌다. 회한보다는 분노가 더 커졌다. 전 남친을 아무 감정 없는 소시오패스 같다고 했다. 분노속에 상심(Broken Hearted)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용기도 담았다. ‘나에게 세상을 주겠다고 말한 것, 기억나?/잘 됐어, 이젠 너는 새로운 여친에게 더 나은 남자가 될 수 있어/너 마음을 사로잡은 유일한 사람이 나였다고 말한 것, 기억나/아. 짜증나. 머리 아파’

요즘 빌보드 차트 생태계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인기 못지 않게 화제성이 중요하다. 화제성을 위해 틱톡 챌린지 등 SNS에서 언급량이 많아야 한다. 팬덤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빌보드 1위도 자연스럽게 퍼져 강렬한 힘이 생긴 노래도 많지만, 각종 공략과 전략으로 쟁취하는 측면도 강해졌다.

하지만 글로벌 대중이 SNS에서 놀아주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떡밥과 이슈를 투척해줘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용자들을 '연결'시켜주고, 이용자들간에 '상호작용'을 하며 '관심'과 '가치'를 증폭시켜야 한다. 그 점에서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완벽한 놀이판을 대중들에게 제공해주었다. 유치한 듯 하지만, 직설적이고 솔직한 그녀의 화법은 MZ세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며, 이들로부터도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대중은 조슈아 바세트를 꾸짓고 로드리고에 감정이입하면서 그녀를 위로하는 댓글들을 달아주었다.

대중뿐만 아니라 태일러 스위프트도 아이튠즈 US차트에서 이 노래가 자신의 노래 바로 밑에 랭크되자 “자랑스럽다”고 댓글을 달았다. 할시는 SNS를 통해 케이크를 보내주며 ‘Drivers License’의 성공을 축하해줬다.

아직 운전면허증이 없는 카디비는 SNS에 ‘그녀는 운전면허증을 딴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듯이, 나는 무면허의 투쟁기에 대해 쓸거야’라고 했다. 이어 로드리고는 “내가 당신을 픽업해, 당신이 원하는 어느 곳이건 데려다줄께”라고 덧글을 달았다.

이쯤되면 SNS 화제성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남자친구에게 차였지만, 노래로는 '당신'이 완벽하게 이긴 것 같다. 남차친구와 결별을 이렇게 야무지게 활용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신을 차버린 전 남친 저격으로 이별 3부작을 불쾌, 통쾌, 상쾌로 승화시킨 그녀가 ‘찐’이다. 이제는 진짜를 이야기하는 시대다. 그래야 대중도 '쾌(快)'의 상황을 분명하게 표현해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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