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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HI★인터뷰] 허항 PD "'나 혼자 산다' 장수 비결, 조작·악마의 편집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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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허항 PD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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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항 PD가 '나 혼자 산다'의 연출을 맡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공고히 했다. 1인 라이프를 고스란히 담는 관찰 예능인 만큼 조작과 악마의 편집은 지양한다는 그의 소신이 함께 전해졌다.

지난 21일 MBC '나 혼자 산다' 허항 PD는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허항 PD는 앞서 MBC '능력자들' '쇼! 음악중심' '아육대' '진짜사나이2' '부러우면 지는거다' 등을 연출했다. 지난 2월부터 5년간 '나 혼자 산다'를 이끈 황지영 PD의 빈자리를 맡았다. 먼저 허항 PD는 "처음 맡게 됐을 땐 시청률 등으로 인해 부담이 많이 됐다. 당시 현상 유지를 할 것인지 고민했지만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고쳐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그게 제 역할이다. 조금 더 신선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앞으로의 포부를 드러냈다.

허항 PD "전현무, 내게 상징적인 존재"


지난 8개월의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은 전현무의 합류다. '나 혼자 산다'에 2년 3개월 만의 컴백한 전현무를 두고 많은 시청자들이 반가움을 자아냈다. 허항 PD는 전현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제가 '나 혼자 산다' 초창기, 조연출로 있었을 때 전현무가 있었다. 연출자인 제 마음에는 전현무 회장이 상징적인 존재로 남았다. 개인적인 사생활로 하차했지만 언젠가 돌아와야 할 사람이라 생각했다. PD를 맡으며 전현무 회장님께 연락해서 복귀를 요청했다"고 섭외 배경을 말했다.

이어 "본인 입장에서 복귀라는 게 한 번에 바로 '오케이'라고 할 상황이 아니였는데 400회를 맞아 복귀를 해주셨다. 이로 인해 '나 혼자 산다' 색깔이 달라졌다. 많은 힘을 주고 있다. 현재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120%, 200%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굳은 신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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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항 PD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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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비결은 시대 흐름 영향 커


'나 혼자 산다'는 근 몇 년 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전현무, 박나래의 대상, 올해의 예능프로그램상, 최우수상, 우수상, 베스트 커플상, 신인상 등을 휩쓸며 뜨거운 인기와 화제성을 입증했다. 시청률 역시 금요일 심야 예능 1위를 꾸준히 수성 중이다. 허항 PD는 '나 혼자 산다'의 인기 비결에 대해 "시청자들이 라이징 스타, 사회 초년생 등의 출연자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해주셨다. 시대 흐름이 미친 영향이 분명히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싱글로 산다는 건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짚었다.

'나 혼자 산다' 포맷의 힘이 독보적인 매력


허항 PD는 '나 혼자 산다'를 맡으면서 기존 팬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실험적인 연출 시도에 도전했다. '나 혼자 산다' 포맷에 대해 "자기 자신을 하루 종일 유심히 볼 기회가 많지 않다. 아침, 저녁까지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가는 힘이 있다. 포맷 자체는 예전이나 지금도 강한 힘을 갖고 있다. '나 혼자 산다' 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라 꼽기도 했다.

매회 다양하고 스펙트럼 넓은 출연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허항 PD는 "섭외하는 과정이 정말 어렵다. 출연자를 섭외할 때 1시간 동안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한다. 집에 메인 작가가 방문해서 깊은 대화를 다시 한다. 혹시나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섭외조차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도 저희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분명 있다. 앞으로도 섬세하게 필터링할 것이다.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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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항 PD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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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터질 때마다 내부적 검증, 최선의 선택 고려


다만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잦은 논란과 대처에 대한 지적을 꾸준히 받은 바 있다. 허항 PD는 "빠른 답변보다는 내부 정확한 검증과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가수 아이유 성대모사를 하는 사람을 진짜 아이유처럼 오해하게 해 '거짓 홍보' 논란에 휩싸였던 당시를 두고 허항 PD는 "제작진이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은 클립 삭제였다. 지금 대처했다면 또 다르게 했을 테지만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내부적으로 검증하고 반성하고 회의하는 과정을 하고 있다"고 늦은 대처를 사과했다.

허항 PD가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일까. 허항 PD는 "'나 혼자 산다' 초창기 정서와 지금 흐름에서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제 역할이다. 최근 많은 분들로부터 '너무 잘 사는 사람들이 나오는 게 아니냐'며 위화감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초창기 모습으로 돌아가기보다 그때 사랑받았던 이유를 모아 또 새로운 제3의 '나 혼자 산다'를 만들고 싶다. 너무 좋은 집만 나오는 것 아니냐고 인식하는 부분에 대해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당부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연예인이 아닌 분들도 나오셨으면 한다. 끊임없이 섭외하려 하지만 개인의 집을 공개하는 것이 예민한 부분이다. 끝나지 않은 숙제다. 궁금한 직군이 많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사생활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딜레마다. 선뜻 문이 열리지 않는다. 섭외의 풀을 확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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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항 PD가 박나래의 하차 요구를 언급했다. MBC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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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 하차 요구, 성장 과정 그릴 것


박나래 하차 요구 여론에 대해서도 "타 방송 논란이 하차 요구로 이어졌다. 이 프로그램과 박나래를 가깝게 본다는 걸 느꼈다. 동전의 양면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나 혼자 산다'에 대한 비난으로 많이 이어진다. '나 혼자 산다' 안에서 박나래가 반성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저희 식으로 만들고 싶다. 박나래와 항상 소통한다. 본인도 반성을 많이 했다. 저희 만의 문법과 대처로 해야 했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드러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출연자에 대한 질문에는 "김경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 방향성과 부합한다. 김경남은 혼잣말을 안 하고 하루 일과를 진행한다. 평범하지만 열심히 사는 배우의 모습을 보였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도 공감을 했다. 하필 '펜트하우스'와 겹치는 바람에 최저 시청률이 나와 아쉽다.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하지 않더라도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이 나왔을 때 좋다. 앞으로도 혼자 충실하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허항 PD가 지양하는 것은 조작과 악마의 편집이다. '나 혼자 산다'가 1인 라이프를 담는 만큼 작위적 설정이 들어가는 순간 시청자들이 바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허항 PD는 "시청자들이 제일 먼저 안다.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때 생명력에 스크래치가 난다. 리얼리티 검증을 지키는 원칙은 출연자에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서 출연자의 동선을 존중해서 카메라 2대로 찍는다. 그러다 보니 보수적으로 찍힌다. 악마의 편집, 조작이 있었다면 '나 혼자 산다'가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굳은 소신을 드러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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