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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비바라비다] 아르헨티나의 줄 서는 한식 맛집…"다 한류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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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전파에 앞장서는 한식당 '미스터호'의 오중희 씨

"현지인 입맛 맞추기보단 원래 맛 살려…높아진 한식 인기"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한식당 '미스터호'의 오중희 사장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기 한식당 '미스터호'를 운영하는 오중희 사장. 2022.5.23. [본인 제공]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식당 베스트5", "진짜 한식 맛볼 수 있는 곳", "김치 만드는 법"…….

남미 아르헨티나의 언론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기사 제목들이다. 지구 반대편 먼 나라 아르헨티나에선 최근 한식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이를 몸소 느끼고 있는 이들 중 한 명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서 한식당 '미스터호'(Mr. Ho)를 운영 중인 오중희(54·마르틴 오) 씨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전화로 만난 오씨는 "오늘 점심에도 식당이 꽉 찼는데 한국 손님은 한 테이블뿐이었다"며 "한식을 사랑하는 현지인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오씨가 식당 문을 처음 연 것은 2017년이었다.

한국서 섬유업을 하던 오씨의 부모님은 1977년 새 삶을 찾아 아르헨티나로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정착한 후 오씨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섬유업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작게 한식당을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해왔는데 더 늦기 전에 실행에 옮기기 위해 2014년 현지 요리학교에서 공부하고, 이듬해 한국으로 요리 '유학'을 갔다.

이후 한인 상점이 많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베야네다 지역에 '미스터호'를 처음 열었다. 현지어인 스페인어에선 H가 묵음이라, 이민 초기 '오'(Oh)를 '호'(Ho)로 잘못 표기했는데, 그게 그대로 오씨의 애칭 겸 상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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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과 사진 찍는 '미스터호' 오중희 씨
[미스터호 인스타그램]


"한인들을 상대로 장사할 생각이었는데 슬슬 현지인 손님이 늘어나더라고요. 현지인들도 한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나서 아예 도심 쪽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적지 않은 나이에 요식업에 뛰어든 것도, 한인 밀집지역을 벗어나 식당을 열기로 한 것도 쉽지 않은 모험이었으나, 모험은 성공했다.

'한식 맛집'이라고 한글로 표기된 오씨의 식당은 토요일이면 대기시간이 1시간까지도 달하는, 줄 서는 맛집이 됐다. 메뉴가 다양해 인근 직장인 중엔 일주일 내내 점심을 먹으러 오는 이들도 있다고 오씨는 귀띔했다.

이민 45년 차인 오씨에겐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000년 초반이었나 옆집 (한인) 아저씨가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이웃이 가스가 샌 줄 알고 신고했어요. 예전엔 한국인들끼리 놀러 가서 컵라면이라도 먹으려면 사람 없는 곳에 숨어서 먹었고, 그 모습을 현지인이 보면 '무슨 냄새냐'고 찡그렸죠. 요즘엔 우리 식당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와 맛있는 냄새'라고 합니다."

이렇게 한식의 위상이 180도 달라진 것은 "대단한 한류" 덕분이라고 오씨는 말한다.

중국, 일본은 알아도 한국은 몰랐던 아르헨티나인들은 서울올림픽과 한일 월드컵 등을 통해 한국을 조금씩 알게 됐고, 최근 몇 년 새 K팝과 K드라마의 열풍 등으로 관심이 더욱 치솟았다.

"한 10년쯤 된 것 같아요. 한국 이미지가 몰라보게 달라진 게요. 특히 한국 드라마 보면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니까 많이들 한식을 찾습니다. 한식이 중독성이 있잖아요. 한번 맛 본 이들이 계속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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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현지 방송에서 불고기 선보이는 오중희 씨
[미스터호 인스타그램]


오씨는 한국을 널리 알려준 싸이, BTS 등 한류 스타들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오씨 역시 아르헨티나에서 한식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2018년 그는 '파밀리아스 프렌테 아 프렌테'(Familias frente a frente)라는 제목의 리얼리티쇼에 출연했다.

아르헨티나에 사는 각국 이민자들이 가족 단위로 나와 펼치는 요리 경연인데, 오씨 가족은 본선 진출 12개 팀 중 끝에서 네 번째까지 살아남으며 한국 요리를 선보였다.

"그때 프로그램이 꽤 인기여서 지나던 차에서 경적을 울리며 아는 척을 할 정도였죠. 웃어른을 공경하는 한국 가족문화가 좋다는 반응도 들었고요."

이후에도 여러 TV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한식을 선보였고, 지난해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하는 음식 축제에서 '목살 양념구이'로 우승하기도 했다. 올해는 전년도 우승자 자격으로 심사를 맡았다.

오씨의 가족들도 '미스터호'가 핫플레이스가 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줬다. 어머니는 손맛을 물러주셨고, 아내는 오씨와 함께 주방을 책임지고 있으며, 20대 세 딸은 디자인, 소셜미디어 관리, 손님 응대 등에 손을 보탠다.

3세대의 합작품인 미스터호는 한국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 플레이팅엔 젊은 감각을 더했다. 불고기,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닭갈비 등이 대표 메뉴고, 계절메뉴나 다른 아시아 음식도 일부 있다.

"현지인 입맛에 맞추려 하지 않고 원래 맛을 그대로 냈어요. 현지인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진짜 한식 맛이니까요. 대신 매운맛 정도를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더 맵게 해달라는 사람들도 많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에도 집에서 K드라마를 본 이들의 밀키트 주문이 늘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는 오씨는 간편식 메뉴 중심의 2호점도 구상 중이다.

"가끔 '한식을 알려줘서 고맙다' '당신이 한식 대사'라는 인사를 들으면 아주 벅차요. 내 사업을 하면서도 한식과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기분 좋습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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