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비상선언' 임시완 "자칭 숭고한 빌런, 연기적 해방감 느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화 '비상선언' 임시완 인터뷰 프리뷰

JTBC

〈사진=(주)쇼박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흠 잡을 곳 없는 새로운 유형의 빌런이 임시완을 통해 탄생했다. 매 작품 성장하는 모습으로 신뢰를 더해 온 임시완이 작품을 거시적 차원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숙제라 여겼던 캐릭터까지 완벽하고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에서 비행기 재난의 원흉이자 주범인 빌런 류진석 역을 맡아 찬사의 중심에 선 임시완은 개봉 첫 주말을 보내고 8일 매체 인터뷰에 응해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는 캐릭터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돌아버린 눈빛'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개봉 전까지는 입을 꾹 다물어야만 했던 상황. 당위성 하나 없는 진석은 임시완이 직접 상상한 서사를 통해 차곡차곡 몸집을 키웠다.

"비행기 테러를 일으키는 핵심 역할이다. 이번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냐"는 질문에 임시완은 "진석이라는 캐릭터는 서사가 없었다. 나는 연기를 할 때 늘 어떤 당위성을 찾았다. 당위성이 없거나 흐릿하면, 흐리면 흐릴 수록 연기하기가 힘들더라. 근데 진석이는 오히려 아예 없어서 괜찮았다. 애매하게 흐릿한 당위성 보다는 마음대로 채울 수 있는 완전 백지가 좋으니까"라고 처음 진석을 마주했던 순간의 감정을 회상했다.

이후 임시완은 누구에게도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연기를 위해 스스로는 찾아야 했던 진석의 서사를 그려 나갔다. "혼자 '얘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게 됐을 거야'라고 생각했다"는 임시완은 "그래야 연기를 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명분이 생기고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이유가 생기니까. '눈이 돌아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사실 조명의 빛이 잘못 반사 돼 그렇게 보인 것 같지만 칭찬으로 받아 들였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비상선언'은 애초부터 류진석이 어떠한 사고를 칠 인물임을 공개하고 영화를 개봉 시켰다. 누가 빌런인지 아닌지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영화적 메시지가 내포돼 있었던 터. 때문에 예고편 공개 직후 '애 눈이 돌았다'는 평도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임시완은 표정 연기를 위해 어떠한 무언가를 준비하지는 않았다고. 데뷔 때부터 '잘생긴 연기파 연기돌'이라는 만능캐로 주목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재능이다.

임시완은 "표정 연기는 '따로 뭔가를 어떻게 해야겠다' 준비를 한 것은 아니었다. 감정이 수반돼 표출된 것 같은데, 그런 감정들을 찾으려고는 노력했다. 정상이 아닌 사람을 '난 정상이지 않게 표현 할 거야!'라고 접근하는 순간 거기에서 모순이 온다고 생각했다. 그건 정상 범주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결이자 사고방식이라는 판단이었다.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떠한 당위성을 갖고 이 큰 일을 벌였을 것 인가'에 대해 파악해야 할 것 같았고, 본인 딴에는 어떤 '숭고한 정신'이 있었을 것이다. 그 실험 정신을 갖고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진행이 매끄럽게 돼 갈 때의 쾌감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서늘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JTBC

〈사진=(주)쇼박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석의 등장과 퇴장을 기점으로 호불호가 갈린다. 모든 관객 반응을 당연히 수용한다는 임시완은 "그렇게 평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건 어떤 작품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 같다"며 "근데 나에게 이 작품 만큼은 내 캐릭터를 소화해 내기에 급급한 그런 작품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전체적인 맥락을 볼 만한 여유는 없었다. '이게 과연 나에게 올 수 있는 그런 작품인가?' 그저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다"고 밝혔다.

바르고 모범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만큼, 빌런 캐릭터는 비록 연기지만 임시완에게 일탈이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줬을까. "대리만족을 하기에는 일반적 범주 속에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는 캐릭터라, 대리만족의 범주도 많이 벗어난 것 같다"며 미소지은 임시완은 "그래서 대리만족은 아니지만 연기적인 해방감은 느낀 것 같다. 보통 '악역 자체가 배우에게는 축복'이라고도 한다는 이야기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납득이 된다. 정도의 차이지만 선역은 선역이 지켜야 할 범주가 있는데, 악역은 '반드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는 벗어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를 함에 있어 해방감은 많이 느끼면서 찍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임시완은 영화 개봉 전 후 본인에게 쏟아진 다양한 반응들에 대해 "오랜만에 영화를 통해 관객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무대인사도 그렇고 시사회도 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어떠한 반응들을 느끼는 것 보다 오프라인으로 실제 반응을 느껴보니 그게 확실히 다르더라. 감상평이건 칭찬이건 그런 것들이 직접 피부로 와 닿으니까 새삼 굉장히 좋았다. '앞으로도 영화는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내 최초 항공 재난 영화의 새 기점을 마련한 것은 물론, 지난 3년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현실 재난을 겪어야 했던 시국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시의적절한 영화로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