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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인터뷰] 임시완 "데뷔 10주년 큰 부담, 외면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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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 빌런 류진석役 임시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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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으로 호평 받은 배우 임시완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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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배우가 됐다. 성장을 뛰어 넘어, 스스로 도전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자유자재 변신과 변화가 가능한 배우.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은 배우 임시완(35)에 대한 믿음이다.

1000만 영화 '변호인'(2013)으로 충무로를 깜짝 놀라게 만든 스크린 데뷔를 치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곧바로 주연 자리를 꿰차고 스크린은 물론 브라운관까지 종횡무진하며 빼곡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송강호와 함께 한 '변호인'을 비롯해 설경구와 함께 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등 선배들과 함께 하는 작품은 늘 임시완의 대표작이 됐다. '불한당'으로 영화인들의 꿈의 무대 칸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던 임시완은 딱 4년 만에 다시 같은 자리에 서는 기쁨도 맛 봤다.

1000만도, 칸 입성도, 하나 하기에도 힘들다는 영예를 사실 다 누려 본 임시완이다. 그런 임시완에게 프로젝트부터 대작 기운을 물씬 풍겼던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은 새로운 "기회이자 영광"이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돌아버린 빌런'으로 깔끔하게 치고 빠지며 눈에 띄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영리한 본체의 능력과 이미지의 반전 매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개봉 전 주목도가 개봉 후 호평으로 쭉 이어진 캐릭터. 신뢰의 싹을 또 피워냈다.

솔직한 임시완은 인터뷰 내내 "오로지 진석만 보고 생각하고 연기하느라 영화 전체를 신경 쓰지는 못했다"며 진석에 의한, 진석을 위해 살았던 시간의 잔상들을 아낌없이 털어놨다. 데뷔 10년 차의 내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임시완은 "10년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큰 부담이 된다"며 "10년 간 획득한 스킬에 비해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여전한 겸손까지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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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으로 호평 받은 배우 임시완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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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공개 후 류진석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다. 스스로도 체감했나.

"영화 개봉을 하면서 시사회, 무대인사 등을 통해 오랜만에 관객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어떤 반응들을 느끼는 것 보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느껴보니까 확실히 다르더라. 감상평이건 칭찬이건 그런 것들이 더 피부로 와 닿으니까 되게 좋았다. '앞으로도 영화는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기억에 남는 관람평이 있다면.

"나는 칸 버전으로 보고 한국 버전으로도 봤는데, 때마다 승객 분들의 연기가 기억에 남더라. 송강호 선배님의 아내를 연기한 우미화 선배님부터 고등학생 친구들, 지상의 가족 분들 등 그 분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찡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승객 분들 모두가 기억에 남고, 그 분들에 대해 이야기 해준 평이 기억에 남는다. 나에 대해서는 '눈이 돌아있다'는 평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더라. 칭찬으로 받아 들였다.(웃음)"

-개봉 직전까지 캐릭터에 대해 속시원히 알릴 수 없어 답답한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내가 악역을 맡았는데, 악역을 악역이라 하지 못했다.(웃음) 그래서 인터뷰와 어떤 공식 석상에 서야 하는 스케줄들이 더러 있었는데 무슨 말도 할 수 없으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답답함보다는 압박이 조금 컸다."

-시나리오를 받고, 진석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감정은 어땠나.

"일단 난 시나리오를 지극히 개인적으로 읽었다. 아예 진석이라는 캐릭터로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에 오롯이 진석이를 위주로 읽었다. 진석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것에 부담도 있었지만 기대감도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 폭넓게, 다양하게 캐릭터 층을 넣을 수 있겠다?' 싶어 흥미로웠다."

-비행기 테러를 일으키는 핵심 인물이다. 역할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

"진석이는 캐릭터에 서사가 없었다. 나는 연기를 할 때 늘 어떤 당위성을 찾는다. 당위성이 없거나 흐릿하면, 흐리면 흐릴 수록 연기하기가 힘들더라. 근데 진석이는 아예 서사가 없는 친구였다. 근데 또 오히려 '흐릿한 당위성 보다는 없는 게 낫겠다' 싶기도 했다. 완전 백지를 개연성에 따라 내 마음대로 채울 수 있는 자유로움이 생기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도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혼자서는 연기를 위해 '얘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게 됐을 거야'라는 전사를 그렸다."

-'돌아버린 눈이 강렬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표정 연기는 어디에 중점을 뒀나.

"일단 평소에는 눈이 돌아있지 않다. 하하하. 조명의 문제로 돌아있는 것처럼 나왔을 뿐이다. 사실 표정 연기는 '따로 무언가를 어떻게 해야겠다'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떠한 감정이 수반돼 표출된 것 같은데, 그런 감정들을 찾으려고는 노력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어떤 정상이 아닌 사람, 정상이 아닌 범주의 사람을 '난 정상이지 않게 표현 할 거야!'라고 접근하는 순간 모순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건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결의 사고방식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 어떤 당위성을 갖고 이 큰 일을 벌였을까'에서 출발했고, 본인 딴에는 어떠한 숭고한 실험 정신이 있지 않았을까? 나름의 실험 정신을 갖고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진행이 매끄럽게 돼 갈 때 느끼는 쾌감, 그리고 그 쾌감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서늘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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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으로 호평 받은 배우 임시완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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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진석은 왜 그런 선택 했을까.

"전적으로 나의 상상이지만, 잘못된, 그릇된 가치관이 생성됐을 것이다. 피해 의식을 넘어선 피해망상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귀납적으로. 역순으로 가는 게 귀납적 맞죠?(웃음) '이 친구는 영어를 쓰고 영어 익숙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해외에 왔다 갔다 하면서 공부를 했을 것인데, 낯선 곳에 가서 체감한 설움과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살을 덧붙이는 작업을 했다. 실제 나를 대입 시켜 봤을 땐 체구가 작으니까 체구가 작은 것에서 느낀 억울함이 있었을 수 있고, 따돌림을 당했을 수도 있고. 다른 문화권의 친구를 괴롭히는 나쁜 애들을 만났을 수도 있고. 그 사이에서 믿을 건 엄마 밖에 없는데 정서적으로 붙을 수 있는 엄마는 그나마 자주 보지도 못하고. 당위성이 없는 인물이지만 연기를 위해 나 스스로는 '그러지 않았을까' 하나 하나 따져봤다."

-"송강호가 '범죄도시2'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다"고 자신했는데, 공감하나.

"하…. 제가 '범죄도시2'를 봤다. 봤고 '범죄도시2'의 손석구 선배님 연기도 봤는데, 비교 선상에 놓일만한 게 아니다. 그냥 이제 송강호 선배님께서 칭찬의 의도로 말씀을 해 주셨을 것이라 이해 하고 있었다. 하하. 물론 '감사 드린다'고 문자도 드리고 연락 드렸다. 무대인사를 하면서도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렇게 내 칭찬을 낯 부끄럽게 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변호인'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선배님과 마주치는 장면이 없었다. 근데 내 촬영이 있을 때 응원 차 현장까지 와 주셨다. 그 때도 칭찬을 많이 해 주셨다. 그런 칭찬들이 나에게는 힘이 좀 많이 됐다. 너무 감사하다."

-작품은 진석 등장과 퇴장을 기점으로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떤 작품을 관람함에 있어 그런 생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 같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이 작품 만큼은 내 캐릭터를 소화해 내기에 급급한 그런 작품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는 '이게 과연 나에게 올 수 있는 그런 작품인가?'라는,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만 되게 컸다. 전체적인 맥락을 볼 만한 여유가 있지 못했고, 이 작품 만큼은 거시적으로 보지 못했다. 류진석을 해결 하는게 숙제였기 때문에 편협하게 읽기는 했다.(웃음) 말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한 마디를 거드는 것 자체가 내가 스스로 입이 안 떨어지는 것도 있다. 그저 나는 처음부터 류진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지금껏 바라보고 왔던 것 같다."

-기내 세트장 촬영은 어땠나.

"그런 촬영을 처음 해서 잘 몰랐는데, '비상선언'에서 만든 비행기 세트가 최초로 만든 세트라고 하더라. 전체가 돌아가게끔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전체를 돌리기 때문에 내부 역시 일반 비행기와 똑같았고, 실제로 '비행기 안에 있다'는 생각을 갖기에 완벽했다. 적어도 공간을 상상할 필요는 없어서 연기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

-한재림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은 연기에 대한 눈이 굉장히 좋은 분이다. 좋은 연기, 안 좋은 연기를 판단하는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식견도 남다르다. 잠깐 잠깐 이야기를 나눠도 작품을 엄청나게 많이 보면서 동시에 깊게 파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 한 컷을 찍더라도 차분하고 진득하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더라. 그 부분에 대해 '프로패셔널 하다' 싶어 매번 놀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배들과도 함께 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큰 영광이었다. 어떠한 그냥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배우 분들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단한 선배님들과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이 됐다. 배우라면 누구든지 상상해 볼 법한 그런 기회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 기회를 내가 갖게 돼 늘 그 점을 대단한 일이라 생각했고, 현실과 좀 동떨어져 있는, 꿈 같은 일인 것 같기도 했다. 모든 선배님들과 연기 합을 맞춰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기는 했다. 그래도 이병헌 선배님과 처음 만난 날은 '내가 연기를 하다가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분들과 호흡을 맞춰 볼 수 있을까' 생경함이 들더라. 첫 촬영 날은 정말 생생히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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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으로 호평 받은 배우 임시완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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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과의 첫 촬영이 어떤 신이었나.

"재작년 인천공항에서 '어디 가시냐'고 물어보는 신이었다.(웃음) 뭐라고 해야 할까. 선망하는 연예인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TV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만나 대화까지 하는. 나는 내 대사를 하고 선배님은 선배님의 대사를 하는데 서로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 생경했다."

-질문을 많이 했다고.

"내가 그렇게 질문을 많이 드렸는지 몰랐다. 그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하하. 아마도 내 생각에 병헌 선배님은 '직업적으로 삶에 있어서 어떠한 답을 갖고 계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것이 궁금했던 것 같고, 뭘 좋아하시는지, 평소에 취미는 어떤 것을 갖고 계신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런 모든 것들이 좀 많이 궁금했다. '선배님들의 모든 것들이 모여 그렇게 대단한 연기로 표출되는 것 아닐까' 나 혼자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많은 질문으로 불편 드렸던 점은 다시 한 번 사과 드리고 싶다.(웃음)"

-극중 재혁(이병헌)의 딸과 처음 만나는 장면은 리허설 촬영 본을 그대로 영화에 넣었다고 하던데.

"그때 감독님에게 '이왕이면 리허설 할 때도 복장을 제대로 착용하고 실제와 최대한 비슷하게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리허설을 할 때도 의상 착용을 다 한 상태였고, 가볍게는 하지만 실제 촬영을 하는 것처럼 리허설을 진행했다. 근데 아무래도 리허설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감의 해소가 있다. 잘 못해도 되고, 다음의 진짜 기회가 있기 때문에 긴장을 덜 하게 된다. '슛!'이라고 하면 제대로 해야 하는 압박감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그렇다. 감독님은 뭔가 긴장 없이 가벼웠던 내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리허설 장면이 쓰였다는 건) 나도 시사회 때 듣고 알았다."

-악역 이미지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악역 이미지가 굳어 질까 봐'에 대한 걱정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만약 굳어져서 악역만 들어온다고 하면, 악역 말고 다른 캐릭터는 제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면 다른 역할이 들어올 때까지 연기를 쉬어야 하지 않을까.(웃음)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것들을 봐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예계 대표 바른 이미지의 배우로 사랑 받고 있다. 진석을 연기하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한데.

"류진석이라는 캐릭터로 대리만족을 하기에는 일반적 범주 속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캐릭터라, 대리만족의 범주는 많이 벗어난 것 같다. 하하. 그래서 대리만족은 아니지만 연기적으로 해방감은 느낀 것 같다. 보통 악역이, 악역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배우에게는 축복'이라고 한다는 이야기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납득이 되더라. 선역은 선역이 지켜야 할 범주가 정도의 차이지만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악역은 '반드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한다'는 프레임에서는 벗어나도 괜찮은 것 같다. 그래서 연기를 함에 있어서는 해방감을 많이 느끼면서 찍었다."

-송강호 설경구 이병헌 등 선배들이 작품만 같이 하면 입을 모아 칭찬하는데,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글쎄요. 그냥…. 음…. 그 비결을 제가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모르겠다. 그래도 선배님들과 같이 작업할 때, 같이 있을 때 마음이 편한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면 배우 임시완의 강점과 약점이 있을텐데, 스스로 생각하는 무기는 무엇이라고 보나.

"나만의 강점은….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런 생각 보다는, 사실 일반적으로, 소위 어떤 배우나 연예인이라고 하는 이미지 속에 있어서 나는 정확하게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체구가 큰 것도 아니고, 이건 개인적인 콤플렉스인데 운동을 안 하면 살이 더 빠진다. 콤플렉스라 함은 평범한 것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지 않나. 그래서 나는 내 콤플렉스를 이미지와 정반대의 캐릭터로 조합을 시키면 좀 이질적인 생경함? 그런 것들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안목 좋은 감독님들께서 그 점을 잘 활용해주시는 것 같고, 거기에서 의외성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 의외성이 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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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으로 호평 받은 배우 임시완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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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으로 호평 받은 배우 임시완이 매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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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에 이어 '비상선언'까지 칸영화제도 두 번이나 경험했다.

"내가 처음 칸에 갔을 때, 칸영화제 문화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선 나를 바라보는 낯선 표정들도 기억이 난다. 근데 그런 표정들이 나와 함께 내가 찍은 영화와 연기를 보고 난 후, 기립박수를 치면서 '너 되게 잘했다!' 칭찬의 눈빛으로 바뀌는 것을 봤을 때 잊을 수 없는 너무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 이게 바로 내가 연기하는 목표가 될 수 있겠다. 난 이게 목표다'라는 새로운 다짐도 했고 '꼭 다시 한 번, 언젠가는 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생각지도 못하게 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신기하고 행복했다. 지난해에 갔을 때도 '눈에 하나 하나, 아무것도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담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갔다."

-'해를 품은 달'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후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무엇이 같고 달라졌을까.

"그땐 '아, 연기 진짜 계속 하고 싶다. 이 작품 잘돼서 다음 작품 하나라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작품을 해서 또 다른 작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그럼 정말 계속 할 수 있는 거니까. 지금도 여전히 나는 꾸준히 연기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지만, 단지 조금 더 큰 생각을 갖게 된 건, 연기를 함에 있어서 한국 콘텐트의 우수성을 다시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세계적으로 어딜 가든 손색없는 콘텐트 아닌가. 한국 영화, 드라마, 한국에서 하는 배우들의 연기들 모두 세계 시장과 견주어도 못나지 않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서 한국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불특정 다수가 봤을 때도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그 부분이 조금 달라지고 욕심이 커진 지점인 것 같다."

-과거에는 '배우의 삶과 일상을 떨어뜨려 놓고 싶다'는 마음도 내비쳤는데.

"너무 떨어져 있다고 하면 또 직업 자체에 애정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거리가 제일 이상적인 것 같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 없다. 다만 한걸음 다가간 부분이 있는 게 뭐냐면, 요즘에는 같이 작업하고 알고 지내는 동료 배우 선배들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그래서 그들이 나오는 작품을 보고 그 작품이 어땠는지 리뷰를 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놀이이자 취미가 생긴 것이다. 단순하게 보는 것을 뛰어 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직업과 연관돼 있는 취미니까 직업적으로도 더 큰 재미를 주는 것 같다."

-가벼운 질문을 하자면 최근 참석한 시상식에서 절친 박형식 씨가 시상자로 나왔을 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장면이 포착됐다.

"친한 사람들은 소소한 뉘앙스만 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 긴장감, 불편함, 어색함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나. 난 그게 다 보이니까. '형식이가 평소보다 긴장을 하고 있네? 놀려야 겠다'는 생각에 찍어서 바로 보내줬다. 그리고 '내가 눈 앞에 있는데, 본인과 작품을 함께 한 (한)효주 님도 눈 앞에 있었는데! '해피니스'와 '트레이서'를 건너뛰고 'D.P.'를 이야기 했다고?'라는 소소한 컴플레인을 걸기도 했다. 하하."

-데뷔 10주년이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10년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큰 부담이다. 누군가에게 '10년'이라고 하면 굉장히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나는 내 10년을 돌이켜 보면, 내가 한 것에 비해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아직도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고, 모르는 게 너무 많고. 10년을 하나만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도 하는데, '나도 이제 전문가니까 이것에 대해 자신 있게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할 수 있어?'라고 되물으면 난 진짜 기본이 없다. '연기란 무엇인가' 스스로 답을 내리지도 못한 상태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년도 수를 따지고 싶지 않다. 외면하고 싶다. 10년이나 하면서 획득한 스킬에 비해 시간만 긴 것 같아서.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난다."

-마지막으로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기 정점에 있는 분들과 함께 한 작품이다. 개봉 하기 전까지도 노심초사 했던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는데, 걱정에 비해 많은 분들이 괜찮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 있는 그대로 봐 주시기를 희망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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