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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재벌집 막내아들’ 진화영의 수난시대, 배우 김신록의 ‘화양연화’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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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재벌가 천방지축·안하무인 고명딸 진화영(김신록 분)에게 닥친 위기가 참 고소하다.

9일 방송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9회는 닷컴버블에 휘말려 주식투자로 거액을 탕진한 순양백화점 진화영대표의 위기가 그려졌다.

조카 무서운 줄 모르고 진도준(송중기 분)의 어머니 이해인(정혜영 분)을 불러 VIP룸 피팅모델을 시킨 게 잘못이다. 내부화면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분노하는 송중기에게 “시앗자식인 네 아비를 받아들인 건 순양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보여주기 위한 것 뿐”이라고 모욕을 안겼으니 진도준의 첫 타깃이 된 것도 당연하다.

진양철이 장자승계원칙을 포기하고 가장 능력있는 자식에게 후계를 넘기겠다고 공표하면서 진화영의 욕심도 스멀스멀 커졌다. 백화점·리조트·골프장 등을 묶어 순양으로부터 계열분리해 나가게 된 것도 기회라고 생각했다.

순양과의 거래 청산에 필요한 자금 4,000억원을 미라클 인베스트먼트로부터 차입할 때도, 그 담보로 순양백화점 주식 30%를 맡기는 것도 쉽사리 넘어갔다. 계약서 하단 백화점 주가가 1,5000원 이하로 떨어질 시 주식 30%가 미라클에 귀속된다는 조항도 독소조항으로 생각지 않았다. ‘순양백화점인데..’하는 믿음이 간과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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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입금 4,000억원이 부담인 것은 사실. 상환을 골몰할 때 투자천재인 조카 진도준 입에서 뉴데이터테크놀로지라는 기업 이름이 나온다. “30만원까지 띄운다던데 언제 추락할지 알수 없으니 4만원 되면 정리하라”는 조언도 듣는다.

투자를 시작했다. 상승그래프가 멈추지 않는다. 회사 자금까지 밀어넣었다. 재무담당 임상무(오지혜 분)의 만류도 그냥 귀를 스칠 뿐이다. 진도준이 말한 4만 원은 진작 잊었다. 30만 원만이 귀에 쟁쟁하다. 백화점 매출은 신경도 안쓰인다. 주식 평가수익이 훨씬 크게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망했다. 손실금액 1,400억원.

어떻게 알았는 지 검찰에선 배임·횡령 혐의로 압수수색도 들어와 한바탕 대표실을 휘젓고 갔다. 출석통보도 받았다.

현직 서울시장인 남편 최창제(김도현 분)를 찾았다. “나 재벌저격수야. 대선후보라구. 내 정치생명 니 손으로 끊겠다는 거야? 당장 청심재로 달려가 싹싹 빌어서 해결해. 나 최창제의 아내로 살려면.” 가방 들어주던 남편, 발마사지 해주던 남편은 더 이상 없었다.

미라클 오세현(박혁권 분)대표를 찾았다. 그제서야 알았다. 순양백화점 주가가 1,5000원 밑으로 떨어진 걸. 그래서 지분 30%가 미라클로 귀속된 걸. 오대표가 덧붙였다. “1,400억 바로 송금하죠. 순양백화점 지분 25% 넘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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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 순양이 있어. 진양철 회장이 있다구!”라며 계약서를 구겨 던지고 나오는 길에 들어오는 진도준을 보며 같잖은 애교도 부려본다. “히잉. 도준아~~ 저 인간 치워. 담보건 백화점이건 가족끼리 얘기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결정권은 오대표님한테 있어요”다.

만신창이 된 몸을 이끌고 회사로 복귀했을 때 작은 오빠 진동기(조한철 분)가 와 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게. 골치 아프게 붙잡고 있지 말고 그냥 시장 사모님으로 살어. 지분 다 나한테 넘기고.” 발등을 콱 밟아주고 나왔다.

이제 갈 곳은 청심재뿐. 아버지 진양철 앞에 무릎 꿇고 하소연한다. “도준이 글마 때문에 1400억원 날리고 백화점 지분 다 뺏기고, 맞나? 도준이가 니한테 주식 사라고 손목이라도 비틀었드나? 내는 참 모리겠다. 도준이 가가 뭐를 잘못했단 말이고?”

도와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백화점 계열분리한 거 잊아뿌맀나? 순양에서 1400억이 백화점으로 가믄 그기 배임이고 횡령이다.”

엄마 이필옥(김현 분)여사를 붙잡고도 어리광. “아부지가 나 안도와준대.” 물색 모르는 이필옥 여사 “뭐가 걱정이니? 든든한 오빠들이 둘이나 있는데.”

도움의 손길은 엉뚱한 곳에서 내밀어졌다. 조카며느리 모현민(박지현 분)이 이상한 소리를 한다. “고모님 담당 검사가 도준도련님 대학교 동기 동창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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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영은 모현민이 쥐어준 ‘적대적 M&A를 노린 허위제보’란 카드를 들고 당당히 검찰에 출두, 담당검사 서민영(신현빈 분)을 만난다. 관건은 돈세탁에 사용된 순양데코가 페이퍼컴퍼니인지 아닌지 여부, 하지만 현장에 파견된 검찰수사관은 순양데코가 실제 사업장임을 전해온다.

단언컨대 9회의 주인공은 진화영을 연기한 김신록이다. 오세현이 “축하합니다. 좋은 부모 만나서”라 비꼴만큼 태생이 금수저다. 세상이 자기한테만은 친절해야 된다는 믿음이 있다.

자금경색으로 대금결제가 늦어져 시위하는 협력업체들을 향해 “가난하면 두달도 못참는다는 거야? 지긋지긋한 인간들.”이라 비난하고 대표해임결의 이사회를 앞두고 “잘 해명하시면 될 겁니다”며 위로하는 임상무를 향해 “해명? 내가 뭘? 사인한 거 다 임상무잖아.”라고 여상하게 덮어씌울만큼 남들은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자의식의 소유자다.

김신록이 연기한 진화영의 아양과 어리광은 충분히 가증스럽고 앞머리 손가락으로 훑으며 정색할 땐 도도함이 태생이란 느낌도 준다. 그렇게 도도하게 걷다 휘청이며 울먹일 땐 ‘차라리 딱하다’ 싶다가도 쌍심지 켜고 째려볼 땐 독기에 소름도 돋는다.

드라마 속 진화영의 수난시대는 배우 김신록의 화양연화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 ‘지옥’으로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 드라마부문 여우조연상과 제58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조연상을 받은 것이 수긍되는 연기력이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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