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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서병기 연예톡톡]‘약한영웅 Class1’의 학원액션은 왜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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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웨이브는 글로벌 OTT들에 비해 킬러 콘텐츠가 부족했다. 하지만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연출 및 극본 유수민, 제작 플레이리스트, 쇼트케이크) 한 방으로 그런 이미지를 잠재우며 웨이브를 향한 관심도 높아지게 됐다. 2022년 웨이브 유료 가입자 견인 1위 유지는 물론, 동시 방영 중인 해외 채널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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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작 ‘약한영웅’은 겉으로는 연약해보이는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의리의 파이터이자 싸움짱’ 수호(최현욱)와 일진들의 표적이 되오다 반란을 노리는 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다.

반복되는 폭력과 욕설 등으로 인해 청소년 관람 불가다. 하지만 20대건 30·40대건 학창시절을 지내온 사람으로서 보면 감정적으로 동화되고, 공감된다. 기자도 이를 보면서 왜 우리 학교에는 이런 일들(폭력의 악순환, 괴롭힘· 갈굼문화)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생겨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10대 시절의 리얼한 이야기, 그 이면에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 그리고 우정과 파국을 거치는 세 친구의 성장통이 여타 학원물과 다르게 신선하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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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액션이다. 특히, 주인공 연시은은 ‘범생이’지만 공부하면서 배운 원리, 예를 들면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뉴턴의 제2법칙, 파블로프의 개실험, 당구의 반사의 법칙,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테르모필레 전투 등을 적용하면서 주변의 각종 사물을 활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략적 브레인 액션’이 압권이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특별하고 독창적인 액션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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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이가 주로 하는 대사인 “내가 말했잖아 그만하라고”라는 말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은 캐릭터는 연약한 아이가 화를 내봤자 뭘할 수 있을까 하는 예상을 배반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생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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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수호의 타고난 운동신경을 발판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생존형 정통 액션과, 석대(신승호)의 우월한 피지컬을 활용한 묵직한 한 방의 무게감 있는 액션 등 캐릭터의 특성이 살아 있는 개성 넘치는 액션들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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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차별화된 액션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유수민 감독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있었기 때문. 4부에서 석대가 큰형 길수(나철)에게 등을 돌리고,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 비춰지는 석대의 뒷모습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가 그동안 느껴왔던 부당한 폭력에 대한 회의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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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에서는 수호를 지키기 위해 주먹을 들어올린 범생이 출신 시은의 모습에서 잡힌 미세한 떨림은 ‘친구를 향한 애틋함과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복합한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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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액션에도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유수민 감독의 연출은 액션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액션에도 감정이 있다. ‘약한 영웅’에선 수많은 액션이 나오지만 왠지 슬프다. 이는 ‘카타르시스와 눈물, 공감’까지 다 잡은 웰메이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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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학원물, 학원액션물과의 차별점은 범석이 질투를 하면서 이야기가 변주되는 부분이다. 범석의 감정 변화에서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범석은 시은과 수호에게서 이탈해 일진(이정환&한태훈)들과 함께 어울려 수호를 제압하라고 사주하면서 일이 예상하기 어렵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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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후반에는 시은 등 당했던 애들이 이를 되갚아주기 위해 계속 싸우게 되는데, 통쾌하기는커녕 슬퍼진다. 그같은 감정이 생기는 것은 수호가 깨어나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자극적이면서도 감성적이게 풀어내며 ‘선’넘는 연출로 학원물의 새 지평을 연 ‘약한영웅’이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연출을 맡은 유수민 감독의 첫 시리즈 데뷔작이라는 점이다.

열정과 뚝심으로 치열하게 작품을 준비한 유 감독의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 ‘약한영웅’은 단 한순간도 방심할 사이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와 밀도 높은 스토리로 시청자들로부터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끝난 뒤부터 진짜 시작되는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신예 배우 박지훈-최현욱-홍경 등은 디테일한 연기와 눈빛만으로도 ‘분노+애틋+원망’ 등의 복잡한 서사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꽤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저장남’ 박지훈은 KBS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여준때와는 다른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부유한 집안의 꽃미남이 지닌 슬픔과는 또다른 복합적인 감정을 표정에 담느라 무척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꽃미남에게서 나오기 힘든 연시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이처럼 신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실력을 보여준 유수민 감독과 배우들의 열연은 “우리 모두 약한영웅들이었다”는 최고의 감상평을 받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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