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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 '더글로리' 인기 불구 연예인병 없다 단언한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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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정성일,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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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성일(43)이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대세'로 발돋움했다. 하도영 역을 소화하며 '나이스한 개XX'로 여심을 쥐락펴락 했다. 극 중 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섹시함이 묻어나는 눈빛과 슈트 자태가 시선을 압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2년 영화 'H'로 데뷔한 그는 오랜 시간 공연계에 몸담아 왔다. '라이어' '보고 싶습니다' '환상의 커플' '극적인 하룻밤' '형제의 밤' '6시 퇴근' '언체인' '미오 프라텔로' 등에 출연하며 잔뼈 굵은 배우로 성장했다. 무대를 통해 탄탄하게 다져진 연기력은 매체로 넘어와 '비밀의 숲2'(2020)부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기 시작, '더 글로리'로 만개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특별할 건 없고 연극이랑 뮤지컬을 계속하고 있다. 화보 촬영도 있었다. 별반 다를 게 없이 지내고 있다."

-'더 글로리' 하도영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물론 '더 글로리'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대본을 봤을 때부터 너무 좋았고 배우들도 좋아서 작품 자체에 대한 확신은 컸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주목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좋은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조금은 인지도가 더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과분한 관심을 가져줘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인기를 실감한 순간이 있나.

"마스크를 써도 모자를 써도 길 다닐 때 많이 알아봐 줘 그런 것도 있고 아이 유치원 수영 선생님이 사인 요청한 것도 있고, 연락 안 하던 사람들도 다 연락하며 영상 찍어 달라고 하고. 날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런 변화가 재밌다. 생활 반경 자체가 넓지 않다. 늘 다니던 길을 다니고 늘 같은 곳을 가는데 원래 알던 사람들이 날 보는 게 달라졌다. 신기하다."



-아이 선생님은 아빠가 정성일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나.

"아이가 7살이다. 배우라는 게 어떤 직업인지도 모르고 갑자기 '수영 선생님이 아빠 사인받아오래'라고 했다. 엄마한테 그 얘길 했다고 하더라. 아내가 '너 사인이 뭔지 아냐?'라고 물으니 '모른다. 그냥 받아오래. 2장만 해달래'라고 하는데 그것 자체도 귀엽더라.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웃음)"

-광고 러브콜도 뜨겁다고 들었다.

"감사하게도 간간이 찍고 있다. 술 광고도 제안이 들어왔는데 신앙적인 이유도 있고 제가 안 마셔서 거절했다. 사무실과 잘 얘기해서 앞으로도 술 광고는 찍지 않을 예정이다."

-'나이스한 개XX'로 불렸는데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작가님이 따로 '이거다!' 뭐 이런 얘기를 해주지는 않았다. 근데 운전기사에게 와인을 주는 신을 보면서 작가님이 대본에 정확하게 써 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나이스한 개XX라는 걸 명확하게 찾을 수 있었던 신이었다. 그 신에서 많이 고민을 했다. 짧은 정말 나이스하게 '내가 안 마시니 줄 수 있어'란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실 연기할 때 난 나이스한 쪽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하도영이 친딸이 아닌 예솔이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가졌다.

"처음엔 예솔이에 대한 마음 자체가 가늠이 잘 안 됐다. 근데 나 역시 아이가 있어서 키우는 정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다 보니 공감은 됐다. 이 아이가 지금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내가 여태까지 모든 걸 걸었던 사회생활을 포기하면서도 이 아이를 지킬 수 있는지 이해가 됐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 너무 예쁘다. 잠시도 떨어져 있기 싫고 힘들 때 아이를 보면 풀린다. 하도영에게 예솔이는 모든 걸 다 걷어내고 직접적으로 대할 수 있는 인격체 중 가장 편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방에 모든 게 무너질 정도의 충격적인 상황들이 이어졌다. 어떻게 감정을 구축했나.

"인생 살면서 몇 번의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인생 자체가 무너져 버린 적도 있고 바닥에 내친 적도 있던 것 같다. 연기할 때 날 흔들 만큼의 대미지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연기하기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대미지는 아니었다."

-하도영을 본 아내의 반응은.

"아내는 가끔 집에서 장난으로 '하도영 씨 하도영 씨'라고 부른다. 내가 사랑받고 있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이 기뻐하고 있다."

-실제 하도영과의 싱크로율은.

"비슷한 구석이 있긴 하다. 아닌 것에 있어서는 냉정하고 차가운 편이다. 사실 과거 하도영처럼 본질 자체가 어두웠다. 근데 사는 게 힘들어서 유쾌하고 활발하게 바꾸다 보니 두 가지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 일할 때는 재밌게 하고 싶어서 유쾌하고 활발하게 하고, 혼자 있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땐 하도영 같이 지낸다. 어느 정도는 밸런스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파트너 송혜교와의 '어른 섹시' 호흡은 어땠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실 제가 어디 가서 송혜교 씨를 보겠나. 처음부터 편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 씨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때 네가 진짜 너무 멋있었다'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송혜교 씨가 본인도 그때 재밌게 했었다고 하더라. 연기할 때 너무 멋있었다. 이래서 오랜 시간 연기를 하고 있구나 싶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것들을 보여줘서 놀란 순간도 있었다. 같이 연기하며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하는 동안 재밌었다."

-본인의 연기에 대한 자체 평가는.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내가 한 것들을 보고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 글로리'에서 내 장면이 나오면 눈을 흘기면서 봤다. 아직도 부끄럽다. 근데 기원에서의 장면은 내가 봐도 멋있더라. 감독님이 잘 찍어준 덕분이다."

-실제로 바둑을 좋아하나.

"바둑을 좋아하는 하도영이란 인물 때문에 타지법 같은 걸 배웠다. 지금도 바둑을 하지는 못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는 알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집중해서 배웠다."



-하도영은 왜 박연진에게 끌렸을까.

"극 중 가장 적게 입었는데 전부 다 디올이라고 하는 대사가 있지 않나. 하도영 자체가 여자를 많이 만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 운동, 바둑 자기만의 루틴 안에서 살아왔다는 전제하에 선이라는 걸 보다가 결혼했다. 결혼이라는 것도 인생 계획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해진 루틴이 지루했는데 연진이라는 여자를 만났을 때 크게 자극을 느꼈던 것 같다. 가장 적게 입었는데 천박해 보이지 않는, 그래서 이 여자랑 살면 심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렇다면 문동은을 향한 하도영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재준이라는 인물을 제거하고 난 다음에 하도영이 삼각김밥을 먹는다.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내가 선택해서 연기했던 건 '어쩔 수 없이 동은이구나!'란 감정이었다. 동은이가 처음 건넨 게 삼각김밥이지 않나. 내 시점에서 먹으면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사람과 뭐가 다를까란 의문을 남기며 먹었던 것 같다. 하도영은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정성일이란 사람으로 접근할 때는 호기심이 생기고 설렘과 숨 막힘을 느끼는 건 내 기준에서 사랑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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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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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핏이 남다르더라.

"처음에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때 감독님이 조금 더 예민하고 날카로운, 샤프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살을 조금만 뺄 수 있냐고 해서 4kg 정도 뺐다. 빼는 것보다 긴 시간 유지하는 게 힘들더라. 그래서 파트 1과 파트 2를 비교하면 파트2엔 살이 좀 붙었을 것이다."

-'코미디 전문 배우'라고 지칭하더라.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코미디야말로 진짜 정극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웃기려고 일부러 애드리브를 하면 관객들은 이미 거짓말이라는 걸 다 안다. 내가 그 상황에 진짜 빠져야 그게 코미디가 되는 것이다. 얼마나 진실되게 연기해야 보는 분들이 진짜 재밌고 즐거운지 알기 때문에 코미디가 너무 좋다. 진실되게 하되 보는 분들은 재밌게 하고 싶다."

-'대학로의 프린스'로 불렸다.

"내 입으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웃음) 사실 프린스라고 하기엔 나이도 많고 민망하다. 대학로에 젊고 잘생긴 멋진 친구들이 너무 많다."

-작품을 선택할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더 글로리' 이후 일이 많아졌다. 요즘 감사하게도 많이 찾아주는데 조바심 내지 말고 신중하고 명확하게 가기 위해 천천히 접근하고 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좋았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연기하기에 명확한 목적이 있는 인물이길 바라며 작품을 보는 것 같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연예인 병' 같은 건 없나.

"나 자신은 안 변했는데 주변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외적인 시선 외엔 그냥 살아온 대로 살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제 와서 사람들이 날 알아본다고 연예인 병 걸릴 나이도 아니고 건방 떨 것도 없다. 그냥 기분이 좋은 정도로 즐기겠다. 관심 가져주고 응원해 주고 가족들은 뿌듯해하니까 좋다. 그 정도까지다. 그리고 '뷰티풀 선데이'라는 연극을 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보러 와주고 있다. 그런 것들이 그저 뿌듯하고 감사하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넷플릭스

황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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