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동시에 6개 언어로 신곡 발표…"K팝 글로벌 영향력 확대 계기"
"사람 냄새 나는 라이브 실력 더 중요해질 것" 지적도
가요계에서는 AI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나 BGM(배경음악) 등을 제작하는 초기 단계를 넘어 언어와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만큼, 이들 기술이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 (PG) |
◇ 베트남·스페인어까지…AI 기술로 세계 인구 50% 공략
15일 가요계예 따르면 데뷔 16년을 맞은 베테랑 가수 이현이 '미드낫'이라는 새로운 자아로 발표한 신곡 '마스커레이드'는 무려 6개 언어로 발표됐다.
하이브는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의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과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활용해 한국어·영어·일본어는 물론 스페인어, 중국어, 베트남어로도 신곡을 냈다.
또 별도의 피처링 아티스트 섭외 없이도 미드낫 자신의 목소리로 여성 보컬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 3월 "K팝이 위기다. 지표 둔화가 명확하다"고 진단한 데 이어 지난달 빌보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하이브의 다음 핵심 전략"이라고 언급했기에 이 프로젝트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이제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가수가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도 노래를 낼 수 있게 되면서, K팝의 저변이 영미권과 일본·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넓어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현과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빅히트뮤직의 신영재 대표는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로 언어 측면에서 허들(문턱)을 없애 보다 많은 글로벌 팬이 음원을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미드낫이 발표한) 6개의 언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을 커버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이번 프로젝트가 음악 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창작자)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 메시지와 상상력을 펼쳐 보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이번 미드낫 프로젝트의 반응과 성과를 분석한 뒤 추후 다른 소속 가수를 대상으로도 AI 기술 접목을 검토할 계획이다. 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이나 세븐틴 등 인기 K팝 그룹에 기술을 접목한다면 폭발적인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수 미드낫(이현) |
◇ 아바타·메타버스 넘어…가요계 AI 접목 시도 다양
가요계에서는 이전부터 AI를 활용한 이런저런 시도를 이어왔다.
과거에는 걸그룹 에스파처럼 콘셉트를 메타버스(가상세계)로 삼거나, 버추얼(가상) 걸그룹 피버스처럼 실제 가수가 녹음한 뒤 아바타를 내세워 활동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히트곡 '내 눈물 모아'를 남기고 지난 1996년 요절한 고(故) 서지원의 목소리를 AI로 복원해 신곡을 선보이는 사례도 나왔다.
음반사 옴니뮤직은 기존 서지원 음성 파일을 총동원해 약 1년 6개월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서지원 목소리로 만들어진 새 음반 '리버스 오브 서지원'을 지난 3월 내놨다.
K팝이 아닌 다른 음악 분야에서는 AI를 이용하는 시도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니뮤직은 AI 스타트업 '주스'와 협업해 AI가 만든 BGM(배경음악)을 홈쇼핑 프로그램 시그널송으로 제공했다. 또 AI가 기존 노래의 장르, 키워드, 악기, 템포를 학습해 만든 '해피 크리스마스' 등 크리스마스 캐럴 20곡을 경기도 소상공인이 사용료 없이 사용하게끔 제공했다.
지니뮤직은 이 밖에도 AI가 만든 집중력 향상 ASMR이나 자장가 음원을 내놓는 등 꾸준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AI가 만든 음원은 현재로서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데, 이는 오히려 상가나 스포츠 경기장 등 공공장소에서 저작권 문제 없이 틀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의미도 된다"며 "앞으로 AI 창작에 기반한 IP(지식재산권)를 더욱 늘려나가고 관련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마켓 US에 따르면 생성형 AI로 인한 음악 시장 규모는 2032년까지 26억달러(약 3조4천74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 (PG) |
◇ K팝 시장서 AI 게임 체인저 될까…음악 진정성 우려도
전문가들은 AI가 K팝 시장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AI를 접목한 노래의 문제가 '정서'를 넣지 못하는 점이었는데, 이제는 이런 부분도 터치가 가능해져 완성도 있는 (AI 접목) 음반 제작이 가능해졌다"며 "AI로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의 한계가 무너지고 있기에 당장은 아니라도 앞으로는 가요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AI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리 K팝 시장의 선두주자(하이브)가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고 짚었다.
미드낫 프로젝트에 기술을 제공한 수퍼톤의 이교구 대표는 지난달 AI 기술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에서 "목표로 하는 목소리의 샘플만 있다면 원래 노래를 완전히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꿀 수 있으며, 가수의 목소리를 활용해 수천, 수만 명의 팬의 이름을 넣어 부른 노래도 만들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AI 기술이 진일보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가수의 생생한 라이브 실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성수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진짜 사랑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노래도 인형처럼 늘 똑같이 부르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라며 "AI가 발달할수록 내 눈앞에서 직접 노래하는 라이브형 가수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태규 평론가는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차원에서 AI 기술의 활용은 반기를 들게 하는 요소도 많이 있다"며 "(AI의 활용이) 과연 인간을 위한 작업일까 하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원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콘텐츠연구본부 실장은 지난달 콘퍼런스에서 음악 산업에서 AI 기술의 부정적 측면으로 "저작권자의 허락 없는 학습 데이터 사용이나 생성된 음원에 대한 저작권 소유나 상업적 활용 책임 등의 저작권 이슈가 생겨날 수 있다"며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거대 자본이 만든 플랫폼이나 AI 툴에 종속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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