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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연재] OSEN 'Oh!쎈 초점'

"약속 못지킨 게 죄야?" 유승준, 21년만 귀국길 열린 법리적 이유 [Oh!쎈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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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나영 기자] 한국 입국을 거부 당한 가수 겸 배우 유승준(46, 스티브 유)의 귀국길이 열리게 됐다. 유승준이 사증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두 번째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 법원은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정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 김무신 김승주 부장판사)는 유승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그가 주 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두 번째 불복 소송의 항소심이었다.

그렇다면 법원이 21년만에 유승준에게 극적으로 한국땅을 열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재판부는 "병역기피 행위에 사회적 공분이 있었고, 20년이 넘는 지금도 원고에 대해 외국 동포의 포괄적 체류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라면서도 "다만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안을 판단할 의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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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오랜 합의를 거쳐 이 사건을 다루며 판결하게 됐음을 전하며 "유승준에게 적용된 구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동포라고 하더라도 만 38세를 넘었다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 등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이상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즉 일정 연령이 넘었다면 엄격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외동포법은 2017년 10월 개정, 해당 조항은 2017년 10월 31일 개정을 통해 기준 나이가 38세에서 41세로 상향 조정됐다. 주 LA 총영사는 개정 조항을 근거로 유승준은 39세였던 2015년 신청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지만, 재판부는 개정 전 조항을 적용한 것에 따른 결과다.

여전히 입국 거부를 둘러싸고 냉랭한 유승준을 향한 여론을 의식한 법원의 고민과 심사숙고한 부분도 엿볼 수 있다. 재판부가 판결에 있어 여론을 어느 정도 신경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리적으로 이상이 있지 않은 한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거부할 수 없어 보인다.

앞서 유승준은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 같은 해 법무부로부터 입국 제한 처분을 받았다. 2001년 군대를 가기 위해 신체검사까지 받았던 그가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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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2015년 입국을 위해 재외동포 비자를 받으려 했지만, 발급이 거부되자 첫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주 LA 총영사를 상대로 사증발급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한 유승준은 2020년 3월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과거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을 위법하다"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후에도 비자 발급을 또 거부당했다. 외교부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가 비자발급 거부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는 근거를 들어 유승준의 비자 발급 신청을 재차 거부했고, 유승준은 2020년 10월 주 LA 총영사를 상대로 다시 한 번 행정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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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정부의 절차가 적법했다며 비자 발급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유승준의 청구를 기각하며 대법원 판결 취지가 '비자 발급 거부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것이지,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보고 2022년 4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

그러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번이 대법원 최종 판결은 아니기에 아직 지켜봐야 할 과정들이 남아 있다.

외교부는 13일 입국이 금지됐던 가수 유승준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권·사증(비자) 거부 취소 소송 2심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후속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 법무부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승준은 자신의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이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울분을 토하기도 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던 바다. 앞서 그는 "예나 지금이나 법적으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병역기피'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국민을 선동하고 호도하는 언론들. 힘없는 한 개인에게 린치를 가해도 누구 하나 말 못하는 무서운 사회"라고 적으며 분노를 드러냈다.

또 "입대를 하겠다고 한 것은 대국민 약속이 아닌 팬들과 약속이었다. 그 팬들과 약속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서 "그래 약속 못지켰다. 왜 그게 죄냐. 너희는 평생 약속한 거 다 지키고 사느냐"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nyc@osen.co.kr

[사진] 유승준, SNS,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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