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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용감한 시민’, 악역 연기 정점 찍은 이준영 “괴롭히는장면 찍을 때마다 괴로웠다”[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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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준영. 사진 | 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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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2022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김남길의 수상소감은 꾸준히 회자된다. 특히 그가 흉악범을 맡은 조연배우들을 향한 존중이 담긴 코멘트는 유독 큰 감동을 줬다. 지독한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속내가 썩 좋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던 김남길의 진심은 울림이 컸다.

실제로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걱정이 많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특히 그렇다. 자식이나 가족이 있는 경우엔 더욱 걱정한다. 영화 ‘용감한 시민’에 출연한 이준영 역시 비슷한 고민이 극심했다. 교사는 물론 경찰도 손댈 수 없는 권력자의 자제로 무자비한 폭력을 사용하는 한수강을 맡았기 때문이다.

대사보다 폭력을 저지를 때가 더 많다. 끊임없이 나쁜 눈을 치켜뜨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혓바닥을 낼름 거린다. 영화에는 한수강이 왜 그렇게 악한 인간이 됐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처절한 벌을 받아야 하는 인물로만 그려진다. 평소 성격이 유하기로 소문난 이준영은 한수강이 매력적인 동시에 괴로움의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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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은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소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용감한 시민’을 촬영하며 두려움과 불안이 컸다. 편했던 적이 없다. 저도 불편한데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했다. 감독님께 ‘저 진짜 괜찮겠죠?’라고 물어봤다. 잘했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 찝찝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극악무도한 한수강, 불안과 두려움 속에 연기”

학교폭력은 드라마와 영화의 주요 소재다. 특히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고,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비롯해 웨이브 ‘약한영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학교폭력을 소재로 호평 받았다.

“주인공보다 안타고니스트가 매력적이어야 작품이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빌런이 멋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수강은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인이지만, 이준영의 얼굴이 씌워지면서 꼭 처절하게 짓밟고 싶은 에너지를 준다. 이준영의 연기력이 상당했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너무 극악무도하고, 인간적으로 해선 안 되는 일을 재미로 하는 인물이잖아요. ‘제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반대로 제 강점은 도전이기도 해요. 이전 작품도 쉽게 할 수 없는 작품에 도전한 거거든요. 특히 서사 없이 이해할 이유를 주지 않는 점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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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모럴센스’만 보면 마치 강아지 같은 얼굴인데, ‘용감한 시민’에서는 뱀이 따로 없다. 공포를 전달하는 얼굴이다. 도대체 무엇에서 차용을 했을까.

“사실 참고를 안 하려고 했어요. 너무 예민한 문제기도하고 현실적인 괴롭힘을 영화에 갖고 오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현실에서는 수위가 더 높게 괴롭힌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폭력이 뻔할수 있는 소재기도 해서 최대한 본능적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그렇다면 혀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얼굴에 퍼진 피를 혀로 닦는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매우 강렬하게 잔상이 남는다.

“습관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했죠. 감독님이랑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나온 게 성경이었어요. 성경에서 사탄을 뱀이라고 하잖아요. 한수강이랑 너무 잘 맞더라고요. 좋은 아이템이 되겠다 싶었어요. 뭔가 나쁜 느낌이 부족할 때마다 혀를 돌렸죠.”

◇“무릎은 붓고 물차고…액션신 내가 다 하고 싶었어”

‘용감한 시민’의 장르는 코믹액션이다. 복싱 선수 출신의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 분)이 한수강의 악행을 알고 고양이 가면을 쓴 뒤 맞붙는 내용이다. 훤칠한 키에 긴 팔다리를 윙윙 날려대는 신혜선과 날렵하면서도 강력한 이준영의 액션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액션 연출 경험이 많지 않은 박진표 감독이 매력적인 액션 장면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상대역을 맡은 신혜선은 “이준영이 맞는 역할을 잘해 좋은 액션이 됐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부상이 적지 않았죠. 발목 접질리고, 무릎 붓고요. 멍들고 물도 찼어요. 미련하게 연습을 한 거죠. 거의 모든 장면에서 제가 다 하고 싶었어요. 스턴트맨에게 의존해도 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보일 제 얼굴이 이 작품의 농도를 높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마지막에 링 밖으로 떨어지는 장면 말고는 제가 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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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액션과 더불어 감정 노동도 적지 않았다. 특히 타인을 괴롭히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오히려 배우로서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로 삼을만한 포인트였다고.

“계속 불안정했어요. 오늘도 누구를 괴롭힌다는 마음에요. 아주 아팠어요. 진짜 많이요. 그래도 그 힘들었고 잔인했던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배우로서 성장한 느낌도 있어요. 한수강을 해냈는데, 다른 역할을 못 할까 싶기도 해요. 자연인 이준영은 오히려 정의감이 더 커졌어요. 되돌아봤을 때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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