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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트로트와 연예계

트로트부터 성악까지 불태운 1년 나만의 색 찾아가는 여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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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베이스 바리톤 성악가 출신으로 지난해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우승을 거둔 손태진. 뉴에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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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의 사나이'. 지난해 국내 음악 경연 프로그램 사상 최대 상금을 걸고 치러진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우승한 손태진에게 붙은 새 별명이다. 그뿐 아니다. 함께 출연한 가수 신성·에녹과 '불타는 신에손'이라는 유닛을 결성해 '트로트 아이돌'로 활약했다. 이전까지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베이스 바리톤이자 '팬텀싱어'의 초대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포디콰)로 활동해온 그에겐 큰 변신이었다. 부드럽고 포근한 음색 덕분에 '솜태진'이라는 별명이 오랜 기간 익숙했지만, 이젠 새빨간 정장을 입고 구성진 트로트도 찰떡 소화한다. 클래식과 트로트 등 장르 간 벽 없이 종횡무진 누빈 덕분에 지난 1년간 그는 구름처럼 부드러운 색부터 장미처럼 정열적인 색까지 각양각색을 자신에게 칠했다. 고유의 색깔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최근 소속사 미스틱스토리의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난 손태진은 이날도 방송 촬영, 첫 단독 팬미팅 준비 등으로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갰다. 그러나 누구에게 쫓긴다기보다 스스로 달리는 쪽이었다. 손태진은 "24시간이 부족하다. 자신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바쁜 와중에도 '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불타는 트롯맨 우승자 발표로 새벽 촬영을 마치고 귀가한 당일 곧바로 클래식 공연 무대에 섰던 건 약과였다. 이후로 매주 MBN '불타는 장미단' '장미꽃 필 무렵' '현역가왕' 등 방송 촬영을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개월간 주말마다 총 63회차 공연으로 전국을 누볐다. 그는 "무대가 주어진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스스로 단련한다는 느낌으로 달려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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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진의 신곡 '당신의 카톡사진'. 뉴에라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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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스스로 틀을 깨고 나왔다. 방송에서 춤을 추거나 잔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형 캐릭터에도 익숙해졌다. 성악도 시절의 손태진을 기억하는 팬들은 종종 그의 최근 활약상에 '아이돌 다 됐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정작 손태진은 "먹는 게 유일한 낙인 사람인데 다이어트를 더 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지만 "사람이 성장하고 변화하기 위해선 과감한 계기가 필요하다. '불타는 트롯맨'이 제게 그런 열정으로 다가왔다"고도 했다. "방송에서 끼를 드러내려면 그런 환경에 저 자신을 억지로라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내가 결국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해내고 나면 사람이 더 크게 변하더라고요."

음악적인 변화도 있었다. 손태진 개인은 물론, 트로트계에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가 방송에서 부른 '타인' '백만송이 장미' 등은 고급스러운 음색, 깊은 감성이 어우러져 유튜브에서 수백만 조회수에 달한다. 지난해 신곡 '참 좋은 사람'은 트로트 순위 방송 '더트롯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손태진은 "많이들 '고급 트롯'이라고 얘기해주시는데, 제가 특별히 뭘 했다기보다 감사히도 제 목소리가 가진 힘인 것 같다"며 "제 음악으로 위로받는 분들이 계시니 앞으로도 제 색깔을 갈고닦겠다"고 했다.

"아직 1년밖에 안 됐고, 보여드리고 싶은 건 너무 많아요. 음악에 있어서는 어떤 벽을 세우고 싶지 않거든요.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건 그냥 잘 따라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남들이 쉽게 따라부르지 못하는 가수가 돼야 한다는 거예요."

14일 발표한 신곡 '당신의 카톡사진'도 그런 고민과 진정성을 담아 완성했다. 제목은 언뜻 유행을 타는 이야기 같지만 공감을 일으키는 짙고도 담담한 감성이 묻어나는 곡이다. 손태진은 그 사진들에 담긴 세월을 돌아보며 부모 세대가 '꽃처럼 아름답게, 산처럼 너그럽게 살기를'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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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진은 "곡 작업을 하며 보니 저희 어머니 프로필 사진도 꽃이더라. 왜 꽃이나 산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으로 해둘까, 그런 궁금증에서 시작된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모친은 '그냥 예쁘잖아. 나는 꽃처럼 살 거야'라는 답을 줬단다. "남한테 비치는 모습을 그렇게 보여주는 거잖아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인생을 살아보니 그저 아름답고 좋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그 사진에 담으신 게 아닐까요."

노래를 부르면서 울컥하는 순간도 많았지만 되도록 담백하게 표현했다. "설명을 덧붙일 필요 없이, 가사로 다 전달되는 노래"에 집중했다. 손태진은 무엇보다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성악가 출신 손태진'은 생각나지 않고, 그저 '어떤 노래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성악 특유의 웅장하고 울림 있는 소리가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지만, 때론 기교가 노래의 메시지를 가려버리기도 한다는 점 역시 고려했다. 손태진은 "지난 1년간 발성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변화를 시도하면서 제 스타일을 만들었다"며 "또 한 번 성장한 모습이 담긴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모할머니이자 선배 가수인 심수봉은 그에게 아낌없는 조언자다. "최근 뵀을 때 '널 위해서 눈물에 관한 곡을 하나 썼다'고 하셔서 정말 설렜어요. 그런데 다음날 '근데 네가 눈물에 대해 아니?'라며 아직은 부를 때가 아니라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음악을 대할 때 늘 자기 얘기처럼 불러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분이세요. 언젠가는 곡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손태진의 행보는 언뜻 클래식과 트로트를 오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음악엔 벽이 없다'는 그의 표현처럼, 그것들을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쪽에 가깝다. 가령 이번 신곡도 쇼팽 녹턴 2번의 아름다운 피아노 멜로디를 트로트 곡에 담아 자신의 음색과 함께 잘 녹여냈다.

팬들도 '크로스오버'의 매력에 푹 빠졌다. 대중가요를 즐기던 이들이 중창단 공연에 찾아오기도 하고, 팬텀싱어 시절의 팬이 '트로트 무대 잘 봤다'며 인사를 건네는 일도 있었단다. 손태진은 16일 팬클럽 '손샤인'과 만나는 첫 공식 팬미팅을 열고, 5월엔 불타는 트롯맨 톱7과 함께 미국 투어에 나선다. 그는 "올해는 더 많은 곡으로 구성된 앨범도 내고 단독 콘서트도 열고 싶다"며 "재즈, 클래식, 팝, 성인가요 등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정말 많다"고 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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