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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2분대 노래 줄줄이...짧아진 K팝, 왜일까 [HI★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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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2분대 노래 잇따라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숏폼 인기 공략 위한 변화
한국일보

그룹 르세라핌과 투어스가 최근 발매한 곡들 역시 3분을 넘지 않는 길이의 노래다. 쏘스뮤직, 플레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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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아이돌 음악이 본격적인 '2분'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 곡 당 길이가 2분대인 곡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 3분을 넘기는 곡을 찾기가 어려워졌을 정도다.

현재 주요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이돌 음악들 가운데, 3분을 넘는 노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여자)아이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2분 42초), 투어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2분 33초), 르세라핌 '이지'(2분 45초) '스마트'(2분 45초), 라이즈 '러브 119'(2:54초), 아일릿 '마그네틱'(2분 41초) 등 대부분의 노래가 3분을 넘지 않는 모습은 현 K팝 아이돌 시장의 짧아진 노래 길이를 체감하게 만든다.

물론 비비의 '밤양갱'(2분 27초), 태연 '투 엑스'(2분 51초) 등 전형적인 아이돌 음악이 아닌 곡들 중에서도 3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보이지만, 유독 아이돌 그룹의 노래들에 '2분대' 길이의 곡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채 3분이 되지 않는 길이의 노래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당시 K팝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아이브·뉴진스·(여자)아이들의 곡들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3분 중후반대가 일반적이었던 가요계에서 재생 시간을 무려 1분여나 앞당긴 이들의 음악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는 곧 K팝 시장 전반에 걸친 변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후반부터 올해까지 발매된 아이돌 그룹 음악의 상당수가 2분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이미 2분대 노래의 시대가 본격화 됐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국내외 시장을 모두 겨냥해 성적을 이끌어내야 하는 현 아이돌의 특성에 기인한다. 리스너들의 관심이 곧 인기로 직결되는 만큼 현재 K팝의 주 소비층인 MZ세대의 니즈에 맞춘 노래를 발매하는 추세인데, 길이가 짧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선 빠른 시간 안에 승부수를 띄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요즘엔 자신이 해당 가수의 팬이 아닌 이상, 처음 접하는 곡을 끝까지 듣는 경우가 드물다. 짧은 구간을 듣고 자신의 니즈에 맞는 음악일 경우에만 해당 곡을 재소비하는 패턴이 두드러지는 만큼, 짧고 강렬하게 리스너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곡을 찾게 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숏폼 플랫폼에서의 인기가 곧 음원의 성공과 연결되는 가요 시장의 상황도 K팝 노래가 짧아진 이유다. 숏폼에서 곡을 전반적으로 노출할 수 있어야 음원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탓에 숏폼 길이에 맞춰 노래 역시 짧아진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가요계를 강타한 '숏폼 챌린지'를 위해 노래의 핵심 구간을 일정한 시간 내에 풀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점 역시 노래 길이의 단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1분대 노래도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마냥 농담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일각에는 점차 짧아지는 K팝 노래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성적과 화제성에 집중한 음악에 매몰되다 보면 가수로서 가장 중요한 음악적 정체성이나 색깔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시장의 환경과 음악적 고민 사이에서 한 방향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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