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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연재] OSEN 'Oh!쎈 초점'

'하이브 걸그룹 3자매' 빌보드 3연타석 홈런…'음반→음원' 패러다임 시프트 통했다 [Oh!쎈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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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은 ‘빌보드 핫 100’ 차트인, 요행 아닌 치밀한 전략의 성공
- 라이트 팬덤 확장 위한 ‘트렌디 이지리스닝 음악’ 주효
- 방시혁 의장 ‘대중성 확장’ 드라이브 성공, UMG와의 독점계약 쾌거

[OSEN=최이정 기자] 하이브가 빌보드 3 연타석 홈런을 치며 K팝에 또 다른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요행 아닌 치밀한 전략의 성공으로 음반→음원으로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르세라핌, 뉴진스, 아일릿 이른바 하이브 걸그룹 3 자매가 전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만이 넘볼 수 있다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연달아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아일릿은 전곡 한국어 음원으로 구성된 데뷔앨범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해 의미가 남다르다. 음반에서 음원 중심으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는 하이브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것.

빌보드 핫 100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100선. 피지컬 앨범 판매량, 디지털 스트리밍 수치, 유튜브 조회 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평생 한 번만 들어가도 돈방석에 오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빌보드 핫 100 점수 집계에는 라디오 에어플레이(송출) 점수가 포함돼 비영어권 가수들에게 넘보기 어려운 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하이브 아티스트들은 빌보드 핫 100 차트를 쉬이 드나드는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최근 음원을 살펴보면 듣기 편하면서 미국 현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트렌디한 장르를 채택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뉴진스는 UK 개러지와 저지 클럽, 르세라핌은 아프로비트, 아일릿은 플러그엔비와 하우스의 하이브리드 음원으로 빌보드 입성에 성공했다. 강한 비트를 깔고 당당함을 강조한 메시지를 던지던 기존 K-팝 걸그룹 음악과는 차별화된 행보에 현지 대중이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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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이브가 대중성과 화제성을 두루 갖춘 음원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우연의 산물이 아닌 철저한 전략의 성공이라는 평가. 하이브는 코어 팬덤, 음반 중심이라는 K-팝 산업의 기존 문법을 벗어나 음원 중심, 라이트 팬덤으로의 확장을 사업 방향성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체질변화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지난해 3월 방 의장은 관훈클럽 주최 포럼에 참석해 K-팝 관련 각종 지표 하락이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며 과거 황금기를 구가하다 쇠퇴한 홍콩영화, 일본 만화처럼 한 때의 신드롬으로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나타냈다. 또 같은 해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방 의장은 K-팝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라이트 팬덤 확산을 언급했다. 대중성을 강화해 K-팝을 소수 마니아가 소비하는 마이너 장르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메이저 장르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취지.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K-팝 팬덤이 아닌 층에게도 소구 할 수 있는 양질의 대중적인 음원을 수급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하이브는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 제작 역량을 갖추기 위해 다년간 준비해 왔다. 지난 수년간 이타카 홀딩스, QC 미디어, 빅 머신 레이블 그룹 등 미국 현지 유수의 레이블들을 연달아 인수, 이렇게 쌓은 인프라와 네트워크는 하이브가 글로벌 음악 시장 트렌드를 발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발판이자 ‘빌보드급’ 프로듀서들과 협업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정국 ‘GOLDEN’ 앨범 다수의 곡, 르세라핌 미니앨범 3집 타이틀곡 ‘EASY’는 현지 프로듀서와의 협업을 통해 빌보드 핫 100 차트인 성공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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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음원 중심 패러다임 시프트는 글로벌 음악 시장의 흐름과도 부합한다. 한국과 달리 글로벌 음악 시장의 주요 수익원은 피지컬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시장이 재편된 지 오래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통계에 따르면 음악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14년 130억 달러(17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286억 달러(38조 8000억 원)로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 세계 음반원 시장 매출의 67.3%가 스트리밍에서 나왔는데 세계 최대 음악시장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는 지난해 미국 음악 소매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7.7% 증가한 171억 달러(약 24조 원)이며 이 중 84%인 144억 달러(20조 원)가 스트리밍에서 나왔다고 밝힌 바. 음원이 글로벌 시장 공략의 ‘열쇳말’인 셈이다.

하이브의 음원 경쟁력 강화는 재무적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하이브 음원 매출이 2021년 1570억 원에서 지난해 2980억 원으로 약 2배 성장한 것. 같은 기간 하이브 국내 레이블 음원 매출은 400억 원에서 1071억 원으로 2.5배 증가, 해외 레이블은 800억 원 대에서 1502억 원으로 두 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그리고 하이브 음원 매출의 86%가 해외에서 나왔다.

최근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과 체결한 글로벌 음반·음원 독점 유통 계약 역시 하이브의 전략이 거둔 쾌거로 볼 수 있다. 앞선 관훈포럼 연설에서 방 의장은 K-팝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글로벌 유통사들과 협상할 수 있을 만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확보된 협상력을 바탕으로 더 나은 조건의 유통 요율을 받음으로써 회사와 아티스트의 성장에 도움이 될 재무적 성과를 내고, 더 좋은 프로모션 기회를 확보해 우리가 선보이고자 하는 음악, 아티스트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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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의장 발언 이후 정확히 1년 뒤 하이브는 글로벌 최대 음악 회사 UMG와 글로벌 유통 음반원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대중성을 담보한 음원을 통해 날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하이브를 유니버설 뮤직 그룹이 파트너로 낙점한 양상. UMG가 보유한 음악 유통 인프라와 프로모션·마케팅 역량은 하이브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날개를 달아 줄 전망이다.

/nyc@osen.co.kr

[사진] 쏘스뮤직, 어도어, 빌리프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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